‘이용속도 저하될 것’ 경고한 넷플릭스, 막을 방법 없다

‘페이스북 속도저하’ 징계한 방통위 1·2심 패소...사실상 규제 힘들어

넷플릭스 기업 로고.ⓒ뉴스1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법제화를 반대하면서 한국에 대한 기술지원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지난 2017년 발생했던 '페이스북 속도 저하'와 같은 일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지난 25일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국회 간담회에서 "만약 망 이용료를 강제한다면 해외CP(컨텐츠제공사)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현지화하는 데 있어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콘텐츠 전송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만약 해외CP들이 한국 외부에 컨텐츠를 두고 가져와야 한다면 장거리에서 컨텐츠를 끌어오면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전체적으로 속도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해외에 서버를 둔 넷플릭스의 컨텐츠를 이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원활한 이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터'(OCA)의 인프라를 한국에 지원하고 있다. CDN은 세계 각지에 서버, 케시서버(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서버) 등을 두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이용자에게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현재 한국의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 통신사) 중에서는 KT,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OCA의 지원을 받고 있다. OCA를 통해 한국의 이용자들은 홍콩, 일본 등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 아닌, 일부 컨텐츠를 미리 옮겨 놓은 한국 ISP의 케시서버에서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한국에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과 동일한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다.

발머 디렉터의 발언은 OCA 지원을 철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계약 관계에 있는 KT, LG유플러스에서 당장 철수할 가능성은 낮지만, 망 이용료를 두고 법적 분쟁 중인 SK브로드밴드의 경우에는 접속경로를 아예 일본에서 더 먼 곳으로 옮기거나 화질을 저하시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이지만, 과거에는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 사이 갑자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유는 페이스북(현 메타)의 조치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직원이 자사의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촬영은 올해 4월27일에 이루어졌다.ⓒAP/뉴시스

페이스북 손들어 준 재판부..."피해 발생했더라도 현행법으론 징계 불가"

당시 페이스북은 KT와 계약을 맺고 케시서버를 설치해 운영 중이었다. 이에 다른 국내 ISP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KT에 설치된 케시서버를 통해 페이스북의 컨텐츠에 접속해왔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이 망 이용료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KT의 케시서버가가 아닌 미국과 홍콩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국내 ISP는 물론 이용자들에게도 사전고지 없이 이뤄진 조치였다.

접속경로가 해외로 우회되면서 SK브로드벤드의 경우 페이스북 이용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오후 8시부터 오후 12시 사이에는 접속 응답속도가 변경 전보다 평균 4.5배 느려졌다. LG유플러스에서도 무선망 응답속도가 평균 2.4배 느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페이스북의 조치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제한'한 위법한 행동으로 판단하고 제재 조치를 가했다. 방통위는 지난 2018년 조사결과 페이스북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50조)인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또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42조)에도 명시된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 시정조치와 과징금 3억9천6백만원을 부과했다. 글로벌CP에 대한 정부 기관의 첫 제재였다.

그러나 방통위의 징계 결정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사법부가 방통위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2018년 페이스북은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9년 1심과, 2020년 2심에서 방통위가 모두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방통위에 페이스북에 대한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페이스북의 승리였다.

쟁점은 인터넷 속도 저하의 책임이 ISP, CP 둘 중 누구에게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속도 저하는 CP가 책임질 영역이 아니며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접속 경로 변경은 관리의 측면일뿐 속도 저하 여부를 결정할 수 없으며, 속도저하를 목적으로 한 행위일 수 없다는 페이스북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의 속도저하 현상이 발생하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스스로 해외 ISP와의 연동 용량을 늘리는 등 속도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특히 "설령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에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해 피해가 발생,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더라도 법 조항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으로는 페이스북의 행위를 제재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2심 재판부도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CP의 영역이 아니"라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일부 인정했지만, '현저한 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한 행위가) 50이라면 이에 대해 (처분)해야 하는데, (방통위가) 100으로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징계결정 취소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과 다르게 실제 통신업계에서는 CP가 트래픽양을 직접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구글은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접속양이 늘어나자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제공되는 동영상 스트리밍의 기본 화질 설정을 '일반화질(SD)'로 낮췄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도 트래픽 증가를 우려해 유럽, 남미에서 동영상 서비스 화질을 일부러 낮췄다. CP가 콘텐츠 조정으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국회(자료사진)ⓒ뉴시스

"CP도 '망 안정성 의무' 있다"...법 개정 됐지만, 제재는 '글쎄'

이와 관련, 국회는 지난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를 대상으로 '망 안전성'에 대한 의무를 지게 하는 '전통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상은 전체 국내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CP들로,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웨이드 등이 포함된다.

개정된 전통법에 따르면 이들 CP는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정부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항에도 넷플릭스가 접속 경로변경이나 화질 저하 등 조치를 할 경우, 정부의 제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한국에 대한 화질저하 조치를 내리더라도 '망 안정성을 위한 트래픽 관리'라는 이유를 내세우면 위법 행위로 판단하기도 애매하다. 페이스북 판례와 마찬가지로 '현저한 침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망의 안정성 문제라는 게 예기치 못한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서 종합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현재 제재할 수 있다, 없다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비슷한 사례가 다시 발생한다면 개정된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 이용료에 대한 국내CP와 역차별 문제도 있지만, 이용자의 관점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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