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최저임금제 철폐’까지, 헌법에도 어긋나는 윤석열의 반노동 인식

‘노동자 죽으란 얘기냐’ 비판 직면한 윤석열, 또 “오해”라며 해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충남 천안 서북구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2021.12.01.ⓒ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적절한 노동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주52시간제 운용 과정을 문제 삼은 데에서 나아가 두 제도 자체의 폐지를 시사하면서다. 최저임금제는 헌법에서도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윤 후보의 인식이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 2차 전지 기업인 '클레버'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최저시급제라든지 주 52시간제라고 하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단순 기능직이 아닌 경우에는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정말 많다(고 한다)"며 "대체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영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제도들 때문에 많이 고통스럽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였다"며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희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누구한테 물어보지 않고 하는 것, 어떤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조금 물어보고 하는데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는 것은 확실하게 지양하도록 하겠다"며 "비현실적인 제도 등은 다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윤 후보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등을 만난 자리에서 '현장의 목소리'라며 두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거나, "중소기업의 경제적 여건과 임금 지불 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며,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서도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추가 연장근로를 확대하도록 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를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자신이 집권할 경우 이를 폐지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 더욱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검찰총장 출신으로서 법과 원칙을 강조해 왔던 윤 후보의 행보와도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헌법 32조에서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국가의 의무로 못 박고 있다.

"과로 사회, 저임금 사회 부추기나"
정치권, 시민사회서 한목소리로 비판

윤 후보의 발언이 알려진 뒤 정치권은 물론 노동 관련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사회계 전반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윤 후보가 말하는 노동 정책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위험한 구상이란 지적은 한목소리로 나왔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주52시간제 경우도 완전 경쟁 체제로 가면 소득보장이 제대로 안 되고, 좋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죽을 만큼 일하는 노동자만 늘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범정부 청년 정책 컨트롤 타워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이 교수는 윤 후보가 언급한 방안이 청년층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은 노동시장에서 이행기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일자리를 탐색하고, 시간당 임금이 중요한 일자리에서 많이 일하고 있다"며 "청년 기업가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건 고용주나 청년 창업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다수 청년은 임금 노동자라 최저임금이 흔들리면 청년에게 큰 타격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노동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류하경 변호사도 통화에서 "최저임금을 헌법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임금을 일반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따르게 하면, 생존할 수 있는 한계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저임금법을 정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또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제일 길고, 산업재해율도 제일 높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도 가장 높다"며 "이런 나라에서 근로시간을 더 연장한다고 하면 노동자들 죽으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선대위 강선우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후보는) '과로 사회', '저임금 사회'를 부추기는 격"이라며 "노동계와 산업계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금의 주 52시간제를 만들었고 최저임금제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도 논평을 통해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소득의 기초가 되는 임금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주 52시간제를 전면 적용하고 나아가 주4일제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 시대착오적 망언을 일삼는 윤석열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윤 후보의 발언은 앞장서 자본의 이익을 지키고 보장하며 극한의 수탈을 보장하겠다는 자본에 대한 충성서약을 공식적으로 표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논란 일자 해명 나선 윤석열
"현장 목소리 잘 반영하겠단 의미"

이러한 논란에 윤 후보는 "오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발언은 현장의 요구를 잘 반영하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선대위는 보도 과정에서 윤 후보의 발언이 임의축약 돼 생긴 논란이라며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업계의 말을 전한 뒤, 비현실적인 제도는 철폐하도록 하겠다는 문제적 발언만 다시금 소개한 셈이 됐다.

윤 후보는 1일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자 "(어제 만난 중소기업인은) 52시간제도 '주(週)'로 끊을 게 아니고 기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최저임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쓰고 싶고 일하려는 의사가 있는 분들을 실제로 채용해서 그분들에게 일정한 소득이 가게 하기가 정말 어려운,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는 데 대한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마무리 발언에서 정리하고 향후 차기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 목소리를 입안하겠다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번에도 현장의 애로 사항을 전달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윤 후보는 정치 입문 후 재계의 일방적인 입장을 청취한 뒤 이에 동조하는 식의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윤 후보는 충청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도 지역 기업인을 만나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들었다. 다만,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실업률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학문적으로 검증된 게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승윤 교수는 "최저임금이 어떻게 됐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사실 국제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늘어난다거나 중소기업이 최저임금제로 인해 어려워진다는 건 학문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상태"라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도 원하청 관계라든지, 하도급 구조 속에서 고용주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최저임금을 없앤다고 그게 다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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