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후보의 후진적, 위헌적 노동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 노동’을 거론하며 “비현실적 제도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주120시간 노동’ 등 철저한 친기업, 반노동 행보의 연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후진적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도 위배되는 발언을 취소하고 노동관부터 올바르게 정립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11월 30일 충북 청주의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저시급제라든지 주52시간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정말 많다”면서 “탁상공론 때문에 중소기업 하기 어렵다 하는 말씀 잘 들었고, 비현실적 제도들은 다 철폐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 노동’ 때문에 기업이 어렵다는 민원을 접하고 이런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공개리에 한 셈이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퇴행적 발언이다.

몇 가지만 밝혀둔다. 우선 “최저시급제”라 말한 최저임금제는 헌법에 명시된 제도다. 헌법 제32조 ①항에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평생 법을 공부하고 다룬 검사 출신이니 헌법에 명시된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말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알 것이라 본다.

‘주52시간’은 정확히는 ‘주40시간제’의 왜곡이다. 1주 5일간 하루 8시간 노동을 법정근로시간으로 하되 최대 주12시간의 연장근로가 허용된다. 굳이 표현한다면 ‘주40+12시간제’라 할 수 있다. 법정 노동시간을 규율하는 것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과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윤 후보는 현행 근로시간을 좌파 정부가 뚝딱 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장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쳤고, 입법도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 시행중이다. 오히려 적용이 너무 늦고 작은 사업장이 소외되는 것이 문제라고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다.

윤 후보의 착각과 달리 한국 경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지탱될 수 없다. 윤 후보는 평소 청년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최대 피해자가 청년이다. ‘꺼지지 않는 등대’류의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 밖에 없으니 절망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가 변모해왔는데, 갑자기 박정희 전두환 시대로 돌아가자고 우기는 꼴이다. 그런 후진적 경제는 대외교역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시대다.

파문이 커지자 윤 후보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정부에선 현장과 괴리된 여러 제도를 철폐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린 것”이라는 해명은 발언이 후보의 의지임을 확인시켜줬다. 이전의 ‘주120시간 노동’이나 최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현실을 반영 못했을 때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는 발언 모두 일관된 노동관의 표현이라 판단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 없이 경제와 국가가 지탱될 수 없으며 노동자는 최대의 유권자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역사는 자본의 탐욕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대해온 역사다. 대통령은 주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장시킬 중임도 맡고 있다. 대통령의 노동, 인권, 민주주의 관점이 왜곡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입증한 바 있다. 지금 윤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대선 출마가 아니라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교육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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