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애의 법원삼거리] 5인과 4인 사이, 사라진 권리

한 사무실에 같이 일하는 사람이 10명이 넘지만, 서류상 나를 고용하였다는 사장님이 내 옆자리와 앞자리에 있는 4명만 책임진다고 하면, 연차수당을 받을 수 없고 해고를 당해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공휴일이 주말에 겹쳐서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 되었지만 나는 쉴 수 없다. 내가 일하는 곳이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도 결정할 수도 없는 ‘사업장 규모’로 빼앗기는 나의 권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많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근로기준법만 보면 어떤 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시행령의 별표를 보고 다시 법조문을 찾아봐야 어떤 조항이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안정적인 노동의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는 ‘해고’에 관한 절차·사유 및 구제수단에 관한 규정, 휴업수당에 관한 규정, 휴게시간 및 연차유급휴가, 연장근로 제한 및 휴일, 여성과 소년에 관한 특례, 취업규칙, 기숙사에 관한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고, 직장내괴롭힘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체공휴일 관련 규정이 삽입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도 근로기준법의 휴일 조항을 따르기 때문에 대체공휴일 보장 규정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이다.

5인 미만 차별 폐지 공동행동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 폐지 및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09.14.ⓒ뉴시스

5인 미만이라는 기준이 왜 나왔을까. 입법연혁을 살펴봐도, ‘5인’이라는 숫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여부를 달리할 수 있는 기준이 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후 초기에 법 준수 능력을 고려하여 사업장규모에 따라 적용을 제외하거나 일부규정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정했던 것이 확인되는 유일한 근거이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이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여 만들어진 법이고, 강행규정이다. 그런데 사업장 규모로 적용여부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를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당연히 필요하다. 부당해고, 직장내괴롭힘, 휴게시간 및 연차휴가미부여로 인한 임금체불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제재장치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상시 근로자수를 산정하는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많은 규정을 배제할 수 있으니, 사업장 쪼개기의 유인은 클 수밖에 없다. 가짜 사업장에 대한 고발이 끊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 조항이 차별을 확산시키는 현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를 원칙으로 하고, 시행령에서 정한 조항만 적용하도록 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합법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법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오랜 시간동안 사업장의 규모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었고, 오히려 영세사업장, 소규모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발생빈도가 높고 재발방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지적되어왔다. 그런데 법제정과정에서 사업장의 규모가 마치 협상의 도구처럼 사용되었고, 그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사업장 규모별 산업재해현황을 살펴보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이는 전체 사망자의 23%에 달한다고 한다. 사업장이 영세하기 때문에 법을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면,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곧바로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일정기간 유예하고 그 기간 정비할 수 있도록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 법제정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러나 법 적용을 전면배제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할 별다른 유인이 없다. 오히려 사업장 쪼개기 방식으로 법적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유인만 제공할 뿐이다. 내가 선택할 수도 없고 결정할 수도 없는 사업장 규모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차별마저 정당화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대체공휴일 확대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2021.06.21ⓒ사진공동취재단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여부를 달리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야당까지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제외조항을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권리에 크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나에게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가 쪼개져도 된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법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법을 지키도록 유인할 수 있어야지, 법 적용을 배제해두고 알아서 지키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소한의 근로조건과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스스로 계속해서 차별을 확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양산하도록 하는 조항들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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