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속옷 압박 해방돼야” ‘노브라’ 대안 꿈꾸는 민유나 대표

[인터뷰] 리무브 창업자 민유나 “여성들에게 다양한 속옷 선택권 주고 싶다”

민유나 리무브 대표ⓒ리무브 제공

“2018년 탈코르셋 운동 이후 노브라를 시도하려고 니플패치를 처음 샀어요. 당시 남성에게 맞춰진 니플 패치의 퀄리티가 안 좋아서 실망했죠. 많은 여성이 노브라를 유지하고 시도하길 바라는 마음에 리무브 스킨브라를 만들게 됐어요.”

3일 <민중의소리>가 만난 민유나 리무브 대표(27)는 여성의 기본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브래지어 대안품 니플커버(nipple cover) ‘스킨브라’ 제품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일궈나가고 있다. 여성에게 다양한 속옷 선택권을 주고 싶다는 게 브랜드의 핵심 가치다. 민유나 대표는 “여성들의 건강을 방해하지 않고 최대한 신체를 압박하지 않는 대안품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브라’ 위해 구매한 니플패치, 제품 불만족 소비자에서 창업까지

민유나 대표는 2018년 페미니즘 열풍이 불던 당시 탈코르셋 운동을 접하고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노브라’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민 대표는 “2018년 겨울에 브래지어를 안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한두 명씩 슬쩍 물어보니 다들 브래지어를 조금씩 안 하고 있더라”라며 “가장 먼저 대안품으로 찾은 건 니플커버였다. 당시 시중에 나와 있는 니플커버, 밴드는 남성에게 맞춰진 제품이었고, 여성이 착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품 퀄리티도 안 좋아서 오히려 노브라를 하려고 샀다가 다시 브래지어를 찾는 여성들이 많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성들이 흰 셔츠를 입을 때 주로 사용하는 남성용 니플패치(nipple patch)는 여성이 착용하면 옷 위로 모양이 드러나는 등 착용감이 좋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저 또한 당시 제품에 불만족을 느낀 소비자였다. 니플커버의 불편함을 해결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노브라를 유지하거나, 시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창업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리무브 '스킨브라' 제품 사진ⓒ리무브 제공

리무브의 시그니처 제품은 스킨브라 라인이다. 스킨브라는 점착제가 있는 ‘스킨브라’와 점착제가 없는 ‘플레인 스킨브라’ 2종이다.

‘스킨브라’는 실리콘 제형으로 클렌징폼이나 핸드워시로 세척해 최대 30회 정도 재사용할 수 있다. ‘플레인 스킨브라’는 점착제가 없어 밀착된 상의를 입을 때, 브라렛 패드 또는 수영복 등 운동복 패드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두 제품은 인체에 무해한 원료로 구성해 24시간 동안 부착해도 피부에 자극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무브는 올해 면 소재 나시, 팬티 제품인 ‘그래니 라인’까지 확장했다.

민 대표는 “생각보다 여성분들이 브래지어 대신 두꺼운 나시만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 도매로 판매하는 나시는 퀄리티가 안 좋다 보니 스킨브라 제품과 같이 사용할 때 시너지가 나도록 제작했다”면서 “팬티도 일상 분비물을 흡수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입소문 타고 2030 → 4050 중년 여성들까지 확장한 리무브

리무브의 제품을 찾는 주 소비층은 2030 여성이다. 최근에는 4050 여성들까지 리무브 스킨브라를 찾기 시작했다. 민 대표는 “처음에는 2534(25~34세) 여성 중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데 두려움이 없고, 개성과 ‘자기 몸 긍정’을 중시하는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핵심 타겟으로 잡았다”라며 “요즘은 어머니, 할머니에게 스킨브라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 연령대가 40~50대로 확장돼서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리무브는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니플커버’를 검색하면 노브라를 시도하기 위해 리무브 스킨브라 제품을 착용해본 여성들의 솔직한 후기가 쏟아져 나온다.

민 대표는 “광고보다 주변 지인이나 입소문, 리뷰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진다”라며 “그래서 4050 여성들을 잡기 위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수영인들 사이에서 제품이 소문나서 니플커버 추천에는 우리 제품이 바로 나온다”라고 했다.

리무브 제품 광고 사진. 왼쪽부터 스킨브라, 그래니 라인ⓒ리무브 제공

민유나 대표는 ‘스킨브라’가 입소문을 탄 제품인 만큼 홍보 방향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는 “속옷 광고는 볼륨이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니플커버는 볼륨 업 기능도 없지만, 착용한다고 가슴이 쳐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점을 강조하지도 않는다”면서 “제품이 미적인 용도로 비치는 걸 조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속옷 광고는 신체 노출이 불가피하다. 민유나 대표는 특히 니플커버 제품을 어떻게 홍보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민 대표는 “니플커버만 착용한 사진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했다. 니플커버를 착용한 모델들이 자신이 평소 즐겨 입는 옷을 입고 사진을 촬영했다”면서 “시도하면서 겁이 났는데, 소비자들 반응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3년 차 스타트업, 올리브영에 입점해 매출 증가했지만…여전히 어려운 투자 유치

리무브는 2019년 6월부터 시작한 3년 차 스타트업 회사다. 텀블벅 펀딩을 시작으로 현재 민유나 대표와 의류 디자이너, 콘텐츠・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디렉터 총 3명이 팀을 이뤄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민 대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와 GS샵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을 개발했다. 2곳에서 지원받아 시제품을 완성했고,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텀블벅 펀딩을 시작했다”라며 “텀블벅 페이지에는 펀딩 목표를 10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내부 목표는 2천만원이었다. 펀딩 초반에 2천만원을 넘으면서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펀딩으로 시작한 리무브는 지난해 9월 올리브영 온라인 몰에 입점, 올해 3월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섰다.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매출이 1,000% 이상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민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원이다. 현실적으로 7~8억원 정도 예상한다”라며 “올리브영 매장에 전시돼있는 것만으로도 제품을 알리는 영향이 컸다”라고 했다.

매출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리무브에는 풀리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여성 속옷 대안품 시장은 소비자들의 구매로 확장되고 있으나 투자와 정부 지원사업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민 대표는 “스킨브라 제품을 시작할 때 도소매 네이버 스토어에서 니플커버를 1~2천원에 판매하는데 어떻게 1만 8천원에 팔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시작 당시에는 경험이 없으니 선포하는 것에 그쳤는데, 시간이 지나고 판매량을 통해 제품력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리무브는 여기까지만 성장할 거라고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 우리 제품을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다 보니 여성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직 리무브는 투자 없이 지분도 제가 100%인 개인 사업자다. 내년 법인 전환이 목표다”라며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주문량이 많아졌는데, 그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꼭 투자 유치를 받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리무브의 주력 상품은 ‘스킨브라’ 라인이다. 그러나 니플커버 제품 두 가지만으로 브랜드가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스킨브라’가 다회용 제품을 감안해도 1만 8천원이라는 가격은 니플커버 제품군 중 고가에 속한다.

민유나 대표는 앞으로 ‘스킨브라’의 다른 색상과 저가형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는 “피부가 하얀 분들이 지금 살구색 제품을 착용했을 때 흰색 옷 위로 색깔이 비친다는 의견이 있어서 색상을 다양하게 출시할 예정”이라며 “기존 스킨브라 라인은 고퀄리티 제품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부담 없는 가격대에 써볼 수 있도록 다른 소재로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민유나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성 속옷 대안품이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제품이 되는 것이다. 그는 “아직 투자 규모나 매출 목표를 얘기하는 것보단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내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속옷장을 열어보면 니플패치가 자연스러운 그림이 되는 것. ‘여성 속옷 대안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지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과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내년 3월 여성의날에 리무브는 속옷이 아닌 다른 라인업도 일시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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