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전선’ 공공의료 확충 예산, 어디까지 반영됐나

공공병원 확충 사업 예산 포함...‘태움’ 방지 예산은 일부만 반영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1.12.03.ⓒ뉴시스

607조7000억원 규모의 2022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을 9시간 넘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예산안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규모 604조4365억원보다 3조2268억원 순증됐다. 올해 예산안(558조원)과 비교하면 8.9% 증가한 수치다.

‘방역' 예산 확대가 눈에 띈다. 지난9월,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한 예산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당초 합의한 3,668억원보다는 2천여억원 줄어든 1,338억원이 내년 예산에 포함됐다.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공공의료 확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예산이 확보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공공병원 없던 광주·울산에 의료원 예산...공공의료 확대 발판 마련

내년 방역 예산 중 중요한 부분은 지역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예산이다.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이었던 광주와 울산에 지방의료원을 짓기 위한 사업비 각각 10억원이 확보됐다.

'70개 중진료권 공공의료 확충'을 시작하기 위한 연구용역비 26억원도 확정됐다. 1개 중진료권에 대한 연구비가 2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3개 지역에 대한 공공의료확충 사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70개 중진료권 공공의료 확충 사업은 지난 2019년 11월 복지부가 발표한 '지역의료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전국을 70개 권역으로 나눠 공공병원 중심의 책임의료기관을 둔다는 계획이다. 계획은 2년전에 발표됐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앞으로 펜데믹 상황을 총괄할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예산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세금으로 이뤄지는 국비가 아닌 국민건강진흥기금을 통해 관련 예산 17억 1,700만원이 증액됐다.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 이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가 흐지부지된 감염병전문병원이 이제서야 현실화되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예산도 62억원 증액됐다. 중앙의료원은 70개 중진료권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앞서 삼성그룹이 중앙의료원에 기부한 7,000억원과 함께 국립중앙의료원 강화에 쓰이게 된다.

국립중앙의료권과 앞으로 세워질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현재 부지 인근인 서울 중구 방산동의 미 공병단 부지에 신축될 예정이다.

예산이 증액됐지만, 애초 증액 규모에 비하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여야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중앙의료원과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증·신축 예산을 206억원 규모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종 확정 예산은 이보다 130억여원 줄어든 62억원에 그쳤다.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예산 증액분 34억원과 지방의료원 시설장비 현대화를 위한 예산 증액분 233억원 등도 최종 예산에선 빠졌다.

코로나19 전담 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각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예산은 아예 무시됐다. 앞서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는 합의를 통해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에 따른 '공익적 적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여야도 공익적 적자 보전 예산 300억원을 신규 예산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26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근무를 하기 위해 병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3.26.ⓒ사진 = 뉴시스

'코로나19 최전선' 간호사 수당 신설...'태움' 방지 예산은 일부만

이번 예산 중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력을 지원하는 예산 중 가장 큰 부분은 새롭게 증액된 '감염관리수당' 예산 1,200억원이다.

보건노조와 복지부는 코로나19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료인력에 대한 보상책으로 '생명안전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를 '감염관리수당'이란 이름으로 반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앞서 제기된 바 있는 간호사 등 의료인력 대한 임금 역차별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의료인력 부족 현상에 대해 정부는 간호사를 늘리는 대신 일정기간 동안만 파견인력을 보내 임시방편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2~3주 동안 머무는 파견인력에게는 각종 수당이 주어지는 반면, 기존에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에게는 수당이 주어지지 않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과다한 업무와 역차별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 파견인력을 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감염관리수당을 법제화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추경예산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관련 수당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관련 법이 없어 지급 근거와 기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이 전날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해당 수당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1,200억원은 약 2만명의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6개월 정도만 지급할 수 있는 규모로, 코로나19 상황이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될 경우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부족에 시달리던 간호인력을 확충할 발판이 되는 예산도 확보됐다. 보건의료인력의 직종별 적정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비 예산 10억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병상당 몇명의 의료인력이 필요한지 기준이 없어 현실적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함에도 이를 확충할 근거가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명의 간호사가 몇개의 병상을 관리하는 게 적정한지 등 보건의료직종별로 적정한 인력 기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는 것으로, 향후 의료인력 확충의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21.11.24.ⓒ뉴시스

최근 을지병원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불거진 간호사 '태움' 문제를 해결할 예산도 반영됐다. 이번 예산에서는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을 위한 예산 101억9,400만원이 신규로 편성됐다.

지금까지 간호사 사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온 '태움' 문제는 신규 간호사에게 과도한 업무와 폭언을 가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다. 태움 문제의 배경에는 신규 간호사가 업무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는 간호사 과중한 업무체계가 있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를 전담해 관리하는 간호사로, 업무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태움'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공공병원에서 진행된 시범사업 3년간 시행된 결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로 시범사업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예산에 반영되면서 예년과 같은 수준의 사업비가 계속 지원된다.

다만 이번 예산은 공공병원에 한해 지원되는 것으로, 민간병원까지 확대되진 못했다. 앞서 복지위에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교육전담간호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면서 민간병원 지원을 포함한 예산 314억을 추가해 총 415억원의 증액안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최종 예산안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간호 외 업무를 보조할 인력지원 예산도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그동안 간호사들은 직접적인 간호 업무 외에도 환자 돌봄업무까지 감당행왔다. 격리된 병실에 돌봄 인력이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의 고령환자들이 주로 격리 환자다보니 간호사들의 돌봄업무가 가중됐다. 여야는 간호 외 업무를 보조할 인력 지원 예산 811억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했으나 최종 예산안에선 빠졌다.

노정합의 이행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국회 앞 단식농성을 벌인 보건의료노조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3일 "노정합의로 공공의료의 불씨를 살렸다면 이번 예산 확보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소중한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일부 부족하지만, 9.2 노정합의를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재정적 기반이 확보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료운영체계마련을 위한 연구 예산이 마련된 것을 두고 "70개 중진료권에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소중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긍정적인 부분으로 봤다.

다만 지방의료원에 대한 공익적 적자 보전 예산과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예산이 민간병원까지 확대되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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