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같은) 꼰대가 대통령이 되지 않게 하소서!

일면식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경제학자 중 인디애나 퍼듀 대학교 김재수 교수라는 분이 있다. 섬세한 경제학적 통찰과 친절한 설명에 반해 그 분의 SNS를 종종 찾아 고견을 읽곤 한다.

그런데 그의 SNS를 방문할 때마다, 대문에 걸려있는 문구가 늘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 문구는 이렇다.

“내 평생 소원은 이것뿐, 꼰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 꼰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 꼰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는 터라 짐작만 할 뿐인데, 그의 글을 통해 추정한 바로 김 교수는 나보다 어리다. 그런 그가 이토록 꼰대가 되지 않기를 열망하다니, 내가 다소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 고민은 50대 중반을 향해 치닫는 나부터 절실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이 뛰어난 경제학자의 평생 단 하나뿐인 소원이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뜻할까? 첫째, 개인적으로 꼰대가 되지 않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일 것이고, 둘째, 꼰대가 된다는 것이 그만큼 사회에 큰 해악을 미친다는 뜻일 것이다.

유레카 모멘트

한동안 잠잠하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지난주 또 온갖 헛소리를 늘어놓은 모양이다. 청주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최저시급제와 주 52시간제라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에는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비현실적인 제도는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 발언 이후 윤 후보의 반(反) 노동적 시각에 대한 비판이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저 발언을 읽고 진짜 황당하게 생각한 대목은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다’라는 그의 인식이었다.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노동자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을 해야 한다는 뜻 아닌가?

이게 얼마나 웃긴 이야기냐면, 윤 후보의 말이 맞는다고 가정할 경우 ‘창의성은 시간을 열라 때려 박으면 나오는 결과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세상 모든 뇌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라. 시간을 열라 때려 박으면 창의성이 길러지나? “무식한 소리 작작 하라”는 핀잔만 듣는다.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창의성은 당장의 생존에 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장 먹고살기 바빠 죽을 것 같은 민중들이 해야 하는 일은 생계를 위해 하던 일을 반복적이고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 그거 당장의 생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뇌는 생계에 내몰릴수록, 혹은 생존의 위기를 느낄수록 창의성을 억누른다. 당장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창의성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생존을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야 뇌가 생존이라는 무거운 짐을 떨쳐내고 비로소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유레카 모멘트(Eureka Moment)’라는 것이 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목욕탕에서 노곤하게 쉬다가 어려운 수학 과제를 푼 뒤 알몸으로 튀어나와 “유레카!”를 외쳤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유레카 모멘트란 순간적으로 창의성이 폭발해 번개같이 해법이 발견되는 바로 그 순간을 말한다.

그렇다면 언제 이런 폭발적인 유레카 모멘트가 오느냐? 우리의 뇌가 평소와 다른 일을 할 때 찾아온다. 평소와 똑같이 생계에 매몰돼 있으면 뇌는 평소처럼 생존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생존과 상관없는 일, 즉 평소 하지 않던 일을 시도할 때 뇌의 각 영역은 새로운 연결을 시도한다. 그리고 평소라면 절대 떠오르지 않을 생각을 번쩍 하고 떠올린다.

그렇다면 평소 하지 않던 일이라는 게 뭐냐? 뇌 과학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휴식이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거나, 아르키메데스처럼 목욕탕 뜨거운 물 안에서 몸을 지지거나, 뉴턴처럼 사과나무 아래에서 멍을 때리거나 하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유레카 모멘트를 만날 수 있다.

창의성은 고사하고 일의 정리도 안 된다

더 서글픈 사실이 있다. 윤석열 후보의 방식대로 창의성을 요구하는 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주 52시간 이상 노동으로 내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을 넘어 평소 하던 일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다.

2006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 박사팀의 실험이다. 포스터 박사 팀은 생쥐를 1.5미터 크기의 미로에 가둔 뒤 그곳을 탈출하게 했다. 그리고 생쥐 뇌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생쥐 입장에서 미로를 탈출하는 일은 엄청 어려운 과제다. 당연히 생쥐의 뇌는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안양시 안양여고 인근 도로포장 공사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굳은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윤석열 후보 선거 캠프 제공


그런데 그 미로 중간에는 맛난 치즈가 놓여있는 휴식 구간이 있었다. 미로를 탈출하느라 지친 생쥐에게 이 휴식 공간은 매우 소중하다. 생쥐는 본능적으로 탈출을 멈추고 치즈를 먹으면서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치즈를 먹으며 편안히 쉬고 있는 생쥐의 뇌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포스터 박사팀의 분석에 따르면 휴식시간에 생쥐의 뇌는 자신이 찾아왔던 미로에 대한 기억을 되감으며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포스터 박사팀은 이런 결론을 도출한다.

“뇌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에 당연히 일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을 할 때에는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지 못한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뇌는 쉬는 시간 동안 자신이 모은 정보를 정리하고 분류한다. 따라서 계속 일을 하거나 계속 공부만 하는 건 전혀 효율적인 뇌 사용법이 아니다. 적절한 휴식이야말로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창의성이 필요한 기업의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이상, 혹은 윤석열 후보의 평소 소신대로 주 120시간 바짝 일하게 해보라.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 평소 하던 일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된다. 뇌가 그걸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이 창의적인 일을 한다고? 진짜 웃기고 자빠진 거다.

자기 경험이 다인 줄 아는 사람

모르면 좀 입을 닥치는 게 예의인데, 윤석열 후보에게는 당최 이런 예의가 없다. 그러니 창의성이 뭐 어떻게 발현되는지도 모르고 저런 말을 막 뱉는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윤 후보는 자기가 모르는 영역에서도 저런 멍멍이 소리를 저렇게 자신 있게 하는 것일까?

내 추정이지만 나는 문제의 원인을 그의 꼰대 마인드에서 찾는다. 윤 후보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경험은 암기 위주의 공부(대학 입시 및 고시)와 상명하복의 문화(검사동일체를 신조로 여기는 검찰)다. 그런데 이 두 가지야말로 창의성의 최대 적이다.

즉 윤 후보는 창의성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삶을 살았는데, 인생이 워낙 승승장구하다보니 그게 창의적인 삶인 줄 착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람에게 창의성이란 ‘성공의 비법’ 혹은 ‘암기 잘하는 법’ 혹은 ‘상사의 명령에 잘 복종하는 법’ 혹은 ‘부하를 잘 복종시키는 법’ 뭐 이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경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분명해 보이는 사람이 창의성이 뭔지 제대로 공부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다가 중소기업 어딘가를 방문했는데, 꼰대 마인드의 사장이 “주 52시간 좀 없애주세요. 주 52시간은 우리처럼 창의성을 발휘하는 기업을 너무 힘들게 만들어요”라고 호소를 한다.

들어보니 자기 경험상 꼭 맞는 말이고 너무 이해가 잘 된다. 그러니 옳다구나 하고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다”라는 헛소리를 대놓고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창의성을 경쟁하는 이 시대에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가 “창의성을 잘 발휘하려면 주 52시간 이상, 주 120시간씩 일하고 막 그래야 한다”는 꼰대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나라 말아먹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지금 이 나라가 정말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몇 년 전 김재수 교수의 SNS를 처음 방문한 이후 나 역시 내 평생 소원 중 하나로 “꼰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를 포함시켰다. 나는 정말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노력할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하루하루 절실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오늘부터 또 다른 소망을 내 소원 목록에 넣는다.

“신이시여, 내가 꼰대가 되지 않게 하는 것과 더불어 부디 윤석열 같은 꼰대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이 땅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살 날이 많이 남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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