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민폐로 전락한 한국교회에 꿈을 묻다

자료사진ⓒ뉴시스

“넌 꿈이 뭐니?”
“넌 진로를 정했니?”
어릴 때 어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경찰이 되고 싶었고, 청소년기부터는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꿈’ 또는 ‘진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주 당당하고 단순하게 내가 갖고 싶은 ‘직업’을 말하곤 했다.

그런데 좀 더 살아 보니 ‘꿈’과 ‘진로’는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진로란, 직업보다는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지를 고민하는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결국, 내가 지향하는 가치, 소명 같은 것들이 진로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후 인생의 좌우명을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로 정했다. 그러나 뒤늦게 좌우명을 수정했을 때는 뭔가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왜 아무도 나에게 너는 어떤 가치가 중요한 사람이냐고 물어봐 주지 않았을까’

사실 이런 진로 탐색의 부재는 한 사람의 인생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부르짖는 언론개혁, 검찰·사법개혁 등등도 이런 교육과 철학적 부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공적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 성공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 온 엘리트 의식에 찌들어 있고 ‘왜 이 직업을 택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적었던 탓이 아니겠냐는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을 목표로 매진하게 만든 결과 정작 그 목표를 이룬 후 방향을 잃기 일쑤라는 문제의식에서 요즘 청소년들은 진로 교육도 필수적으로 받는다.

고3 수험생 자료사진ⓒ민중의소리

그런데도 요즘 청소년들에게 ‘진로가 뭐냐’고 물으면, 여전히 ‘직업’으로 답하는 때가 많다. (내가 만난 청소년들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진로 교육을 한다는데 왜 바뀌지 않지?’라는 궁금증을 갖는 것과 함께 오히려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하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은 더 성공 지향적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꼰대스런 걱정도 하게 된다.

세상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교회

그런데 더 문제는 교회조차 이런 세상에 대한 대안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과는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는 교회가 실상 더 성공 지향적이라는 사실은 참 뼈아프다.

지금부터는 최근 평화나무가 인터뷰한 신앙인들의 얘기다.

A씨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났다. 태생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가는 걸 매우 좋아했다. 누군가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믿어지면서 삶의 목표는 자신 역시 주님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된 A씨의 추억은 온통 교회에 머물러 있다.

A씨는 교회서 성가대와 찬양팀, 주일학교 교사를 했고, 새신자부에서 활동하는 등등 각종 직책을 맡았다. 사람들은 A씨에게 신앙이 좋다고 칭찬했다. A씨 스스로도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많은 직책을 맡고 있다 보니 번 아웃이 찾아오기도 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혹여라도 감사를 잃어버리고 순종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지 두려워 스스로 채찍질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것이 ‘훈련’이라고도 생각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모습 자료사진(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이랬던 A씨는 수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다. 자신의 행위가 더는 주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무료봉사였다는 것을 느끼고 많은 날을 고민한 결과였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교회 건물 층수 올리는 데 썼다는 생각에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B씨도 국내에서 손꼽는 대형교회에 미취학 시절부터 열심히 다녔다. 그런 B씨도 교회를 떠날 생각이다. 교회서 구호처럼 내거는‘긍정적 마음으로 살고 범사에 절대적으로 감사하라’는 메시지가 이제는 ‘교회에 어떤 불의가 있더라도 토를 달지 말라’는 억압 이상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구나 B씨는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소외 이웃을 돌본다고 하면서 정작 뒤로는 기득권 세력의 편을 들거나 유착되는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C는 대형교회 ‘부교역자’다. 그는 ‘사역자’라는 이름으로 분류돼 산재·고용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스스로는 교회를 그저 직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교인들에게 예수의 삶을 본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의 교회에서는 은혜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담임목사의 이중적인 모습, 철학적 부재로 인해 터져 나오는 약자에 대한 혐오와 왜곡된 인식 등이 설교로 터져 나오는 것을 도저히 듣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은 다른 교회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신앙생활을 유지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동료 사역자가 많다고 했다.

오로지 내건 ‘전도’와 ‘선교’란 구호마저
성장의 다른 이름으로 전락시킨
한국교회는 확실히 위기다.

성장일변도로 교인과 부교역자들을 내몬 결과다. 진로를 직업으로 국한시켜 오로지 성공에 매달리게 만든 한국교육의 문제를 한국교회도 극복하지 못한 것인지, 한국교회가 한국교육을 선도할 그릇이 못 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교회가 얼마나 교인동원에 목숨을 걸고 성장 위주로 달려왔는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아주 확연하게 드러났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대면 예배가 재개되자 평화나무에는 “교회에서 부교역자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는데 교인들에게는 제대로 알라지 않고, 계속 총동원하라는 명령이 떨어져요”,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목사가 예정된 행사를 계속 이어가겠대요”라며 불안감에 휩싸인 교인들과 교회 관계자들의 하소연과 제보가 이어졌다.

물론 교회들이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부서는 교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방역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는 둥, 문제가 없다고 하겠으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가 닷새 연속 5천 명 안팎을 기록 중인 데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까지 5일 현재 12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제보를 하는 이들의 걱정이 그저 기우만은 아닌 듯도 하다.

이들의 불만은 왜 이런 시국에서 자꾸만 교회들이 모이는 데만 집중하느냐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보다 교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성장에만 매몰된 교회의 현실을 직시한 교인들의 불만이기도 하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 19일 전북 전주시 주영교회를 찾아 3·1절 범국민대회를 위한 전국 순회 기자회견 및 설교 행사를 열고 교인들 앞에서 설교하고 있다. 사진은 문틈으로 보이는 전광훈.ⓒ사진 = 뉴시스

더구나 신천지 1차 팬데믹 이후 전광훈과 인터콥, IM 선교회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확산의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신앙의 힘으로 코로나19도 물리칠 수 있다는 듯, 우습게 여긴 결과이기도 하다.

어쩌다 종교적 역할은 고사하고
세상의 민폐로 전락했을까.
‘왜 우리를 그런 시선으로 보느냐’고
불만 가득한 메시지나 내는 곳이 됐을까.

그런데도 일부 교회들은 정부의 방역방침을 ‘종교와 예배 자유 침해’라면서 핏대를 올리고 맞서왔다. 이런 퍼포먼스를 앞세우며 정부에 반기를 든 목사 중에서도 코로나19에 확진돼 죽을 고비를 넘긴 경우도 있다. 이런 분에게 연락해 보면, 한결같이 묻기도 전에 “교회에서 감염된 건 아니”라는 항변부터 한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국내 첫 확진자인 목사 부부가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동선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러니 한국교회를 향한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서글퍼지는 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종교적 본령은 사장된 채 세상을 향해 내는 있는 메시지가 ‘변명’과 ‘항변’이 됐다는 현실이다. 어쩌다 종교적 역할은 고사하고 세상의 민폐로 전락했을까. ‘왜 우리를 그런 시선으로 보느냐’고 불만 가득한 메시지나 내는 곳이 됐을까. 정치신학연구소 교회와 사회 소장인 박성철 목사는 최근 이런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2022년 한국교회의 목표는 성장이나 회복이 아닌 회개여야 한다”

나 역시 한국교회에 묻고 싶다.

“넌 꿈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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