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우리 한열이가 어디 가서 앉아있을까, 어디 가서 싸우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을까 생각해. 한열이가 살아있다면 있어야 할 그곳, 그게 내가 있는 곳이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선생의 말이라며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상임대표가 전했다. 10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장례식장 앞에서 진행된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추도의 밤’에 많은 이들이 참석해 배은심 선생의 뜻을 기렸다.

배은심 선생은 1987년 민주화 운동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사독재 정권이 끝나고 국민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세상이 왔어도 가장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전국 농성장을 찾아다녔다.
“어머니는 전국을 다니며 항상 49인승 일반 (고속) 버스만 타셨다. 제가 한 번은 ‘우리도 편하게 가보자’는 마음에 프리미엄 버스를 끊었다가 진짜 혼났다. 차비를 아껴서 더 많은 곳에 가겠다는 어머니 마음이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사셨다. 누가 불러주면 언제든 가자고 하셨다.”
배은심 선생은 전국 농성장을 찾는 데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고 김순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말했다. 배 선생은 생전 영상인 ‘어머니와 사진사’에서 또 다른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한열을 기억해주는 게 제일 좋다. 내가 가면 배은심이 아니라 이한열 엄마로 가는 거다. 많은 사람이 이한열을 불러준다. 그래서 (전국의 농성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배은심 선생의 또 다른 아들로 살아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유족들을 대신해 호상 인사를 전하며 배 선생도 상처와 고통이 깊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34년간 참 쓸쓸하게 살아왔다. ‘상호야 내가 더 살아야 하냐’시면서도 ‘내가 여기서 마음 약해지면 한열이가 싫어하겠지’ 하셨다. 상처받은 마음과 고통을 이겨내며 ‘그만두련다’ 하시면서도 투쟁 현장으로 나아가셨다. ‘이게 한열이가 하라는 일이겠지, 내 자식이 죽었는데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애미가 대신 하는 게 맞겠지’ 하셨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추도사를 통해 “어머니는 늘 맨 앞에 있었다. 자식이 쓰러진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그 뒤를 이어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가 되셨다. 저희도 어머니의 숭고한 삶을 뒤쫓아 힘없는 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발걸음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배은심 선생의 마지막 소망
민주유공자법 제정
우 의원은 배은심 선생이 국회 앞 농성장의 차디찬 바닥에서 연말을 보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지난해 10월부터 민주 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배은심 선생은 한 달의 반 이상을 국회 앞에서 보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생전 마지막 영상이 돼버린 민주 유공자법 제정 촉구 영상에서 배은심 선생은 “천막을 치다가 곰곰이 생각하니 창피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러나 역사적인 죽음들 앞에 어머니 아버지들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농성 이유를 밝혔다.

민주 유공자법을 발의한 우 의원은 “어머니가 제 손을 꼭 잡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잃고 실종되고 다친 사람조차 유공자를 만들지 못하면서 어찌 민주 정부, 민주 국회라고 할 수 있냐’며 ‘민주 유공자법이 통과 못 하면 한열이를 어떻게 만나냐’고 눈물 흘리셨다”고 말했다.
유가협 장남수 회장은 “어머니가 지금껏 하고자 했던 명예회복, 즉 정부를 반대하는 불순분자가 아닌 민주 유공자가 되는 건 끝내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애석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치인 조문객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민주화를 이유로 국회의원, 구청장, 장관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민주화를 위해 자기 몸을 바친 열사들은 국가로부터 유공자라는 칭호도 못 받는다는 건지 참 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날 추모의 밤에서 김순 위원장은 “현재까지 (장례위원회 참여) 단체 집계마저 어렵다”며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고 있음에 감사함을 표했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종일 빈소와 추모의 밤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배은심 선생은 오는 11일(음력 12월 9일) 오전 10시 발인 이후 망월동 8 묘역에 안장된다. 이날은 배 선생의 생신이기도 하다. 하관에 앞선 오전 11시에는 5·18 민주광장에서 노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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