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오는 8일로 예정됐던 여야 대선 후보 4자 TV 토론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의 갖은 핑계로 결국 무산됐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는 윤 후보 측이 애초부터 토론을 무산시키려는 의도였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토론을 주최하는 한국기자협회(기자협회)는 토론을 성사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기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등 각 정당 토론 협상단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만나 토론 주제와 형식, 진행자 선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여러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결국 실무협상은 파행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TV 토론 협상단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기자협회에서 주최하고 특정 방송사가 주관해 진행하는 이번 4인 후보 초청 토론회는 토론의 기본 전제가 되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편 4사가 공동주최하는 형식으로 개최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토론회 진행과 관련해서 토론회에 참여하는 사회자, 진행 방식 등을 결정해 토론회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며 자당의 조건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TV 토론 협상단 황상무 특보는 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기자협회는 4.15 총선에서 민주당 정필모 의원을 추천했다. 특정 정당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의원을 추천해 당선시킬 정도의 특수 관계에 있는데 공정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며 "그런데 이미 JTBC를 (토론회) 주관사로 선정했다. 손석희 씨가 좌편향된 인물이라는 건 온 국민이 다 알고 있고, 그 사람이 여전히 고위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냐"라고 주장했다.
황 특보는 "안 되겠다 싶어서 둘 중 하나는 빠지라고 한 것"이라며 "기자협회가 빠지든지, 아니면 (JTBC 주관이 아닌) 종편 4사 합동으로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아니면)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아서 못한다고 결렬을 시킨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리해 보면, 국민의힘은 이번 토론을 주최한 기자협회와 토론을 주관하기로 한 JTBC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이런 방식을 전제로 한 토론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자협회와 종편 4사가 공동 주최하면 토론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협회 주최 토론을 위한 실무협상에 참석해 놓고 토론 주최사는 빠지라거나 토론 중계사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4일에도 이번 토론과 관련해 "어떤 토론도 다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는데 이와도 배치되는 태도다.
기자협회 "윤석열 제외한 '3자 토론' 안과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2사 공동 주최 안 놓고 논의"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2022.02.03. ⓒ뉴시스
오히려 다른 참석자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국민의힘이 갖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토론 협상을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기자협회는 입장을 내고 협상 과정을 일부 공개했다. 기자협회는 "국민의힘은 토론 주제와 형식에 대해 논의하던 중 윤석열 후보의 건강상 이유로 토론회를 2~3일 정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협회를 비롯한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측은 이미 오래전에 토론 일정을 정해둔 것이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가 됐음에도 협상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설명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측이 오는 8일 안철수 후보의 관훈 토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토론 일정 조정을 먼저 제안했고, 이에 호응했다는 게 윤 후보 측의 주장이다. 이후 안 후보 측에서 8일 토론도 가능하다고 선회했지만 국민의힘은 다른 부분을 문제 삼았다.
기자협회는 "(윤 후보 측이) 한국기자협회가 특정 정당과 특수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고, 주관 중계방송사를 이미 정해놓은 토론회 틀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번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 했다"고 전했다.
기자협회는 "국민의힘은 그러면서도 기자협회와 종편 4사가 합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할 경우에는 토론회에 응하겠다고 했다"며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3당 후보를 놓고 토론회를 진행하는 안과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를 포함한 6개 방송사가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 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한국기자협회가 편향적이어서 주최 측에서 빠져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기자협회 주최 토론회를 위한 실무 논의 자리에 나와 주최자는 빠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늘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협회는 그동안 대선 때마다 후보 토론회를 개최해 왔으며 이번에도 각 당의 경선 후보들까지 모두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다"며 "오늘 세부 룰 협의를 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주최 측은 빠지라고 요구하는 건 처음부터 토론할 의사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선거대책본부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 측은 종편 4사 공동주최, 사회자 교체, 윤석열 후보의 건강상 이유로 토론 일자 조정 등 여러 요구와 조건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룰 미팅 참석자들은 공동 주최는 공동 중계로 조정하고 나머지 요구 조건들도 조정과 타협을 거치면서 합의안을 만들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윤 후보 측은 다시 기자협회 공정성에 시비를 걸다가 이 문제마저도 해소되었는데 또다시 종편 4사 공동 주최를 요구하면서 결국 룰 미팅을 결렬시키고 말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 후보님, 뭐 그렇게 안 되는 게 많냐"라며 "어떤 토론이든 자신 있다고 하셨는데 국민의힘 실무협상은 첩첩산중이다. 본인이 직접 얘기한 것이 아니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늘 말했는데 실무진에게 맡겨두지 말고 후보께서 직접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