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함 부회장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22.03.11. ⓒ뉴시스
하나은행 채용 비리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법원은 하나은행의 성차별 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랜 관행’이었다는 등 이유로 함 부회장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11일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 부회장은 은행장으로 있던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 관련 지원자의 부정 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3~2016년 남녀 채용비율을 4대1로 선발하라고 지시하고 남성을 합격시키려 순위를 조작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특정인을 추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후 전형과정에서 합격 여부를 확인하거나 합격시키라고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추천을 전달한 사실 외에 합격을 따로 확인하거나 의사를 표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성 지원자를 차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인위적으로 성별 비율을 정한 것은 차별이 명백하다”면서도 “차별적 채용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여 함 부회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함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 징역 6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형과정에서 추천 대상이라는 이유로 다음 전형의 응시 기회를 부여하거나 성 역할을 근거로 하는 등 차별적으로 공개 전형 절차를 진행한 것은 지원자들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상당히 오랜 기간 임직원은 물론 유관기관 등 인사 청탁이 무분별하게 행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법인도 남녀평등고용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서류 단계부터 여성 지원자를 대폭 줄였다. 당초부터 다른 출발선을 그어 놓고 경기를 시작했다”며 “인위적으로 성별 비율을 정한 것은 전통적 고정관념, 차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