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임기 마지막 간담회를 가졌다. 2022.4.6 ⓒ뉴스1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6일 “한반도 평화프로세를 일각에서 ‘총체적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합당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포괄적인 마스터플랜이며 계속해서 우리가 걸어 나가야 할 길이고, 과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에 대한 적극적 반박이었다.
그는 “정책의 온전한 평가를 위해서는 특정 시점이나 일면만이 아니라 모든 과정과 결과, 그것을 둘러싼 구조와 환경까지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말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렇게 일컬을 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고, 적대적인 언사가 일상적으로 난무하던 위기의 시간들이었다”면서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목표로, 평화공존, 공동번영의 원칙을 통해 대화와 협상을 시도했고 적어도 4년4개월 동안은 그러한 위협을 북한 스스로 내려놓도록 이끌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9·19 군사합의의 이행으로 군사적으로 가장 예민했던 남북접경 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 거의 사라지게 된 것도 사실”이라며 “이것은 우리 국민, 특히 접경 주민에게는 무척이나 절박하고 절실했던 실질적인 평화의 진전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도로 또, 남북이 스스로의 의지를 모아서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주변국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한반도 정세의 ‘판’을 크게 움직여본 것 또한 분명한 진전이었고 전례 없었던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 과정에서 지금 이 순간과는 달리 한반도 정세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전쟁위기와 군사적 긴장은 보다 완화되었으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과 선진국의 지위를 성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4년4개월의 공간은 2017년보다 어쩌면 더 큰 갈등과 대결이 지속되었을 가능성도 크다”면서 “만약 이런 초긴장의 시간이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까지 맞아야 했다면 우리가 GDP 세계 10위까지 진입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갃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단순히 ‘실패’라는 일각의 이분법적 언어로 귀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4년 4개월의 경험과 교훈을 새로운 100년의 평화로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5월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에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면서 “보수정부라서 대결적인 정책기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 예상에서 벗어나서 역발상으로 평화를 위해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제안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정부가 초기에 집중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평화로 돌리는 것을 성공해야만 이런 정세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냐고, 의외라고 한다면 실제로 지금 조성되는 긴장, 고조되는 위기를 해결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임기 마지막 간담회를 가졌다. 2022.4.6 ⓒ뉴스1
남북관계 경색국면에 취임한 장관… “절박한 마음으로 나섰었다”
이날 사실상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이 장관은 약 2년간의 임기 기간을 돌아보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장관은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관계가 완전히 경색된 국면이었던 2020년 6월 통일부장관이 돼 약 2년간 임기를 보냈다.
그는 “예전에 이어달리기에 빗대어 남북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면서 “빛나는 주자도 아니었고 박수받을 역전극을 펼치지도 못했다”고 임기를 돌아봤다. 이어 “저의 정치적 실익이나 승패에 대한 헤아림을 넘어서서,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의 위기 이것을 누군가는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만 하는 시점이었다”면서 “남북관계 경색에 코로나까지 겹친 현재의 여건에 저 또한 여러가지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고 역사가 저에게 맡긴 몫을 정성껏 해나간다는 기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