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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의 역설 ② 카피와 조작


쿠팡이 영세상공인 판매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쿠팡 오픈마켓에서 판매량이 높은 상품을 고르고, 로켓배송으로 납품시켜 직접 판매해 본 뒤 인기 있는 상품만 독자브랜드(PB) 상품으로 출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23일 민중의소리가 쿠팡 PB 상품 수십종을 확인하고 납품업체와 접촉해본 결과,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PB 카피, 쿠팡이 쿠팡했다


D 업체는 인도 현지 공장과 협업한다. D 업체가 상품 유형과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인도 공장이 상세 디자인과 생산을 맡는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원천디자인생산(ODM)의 중간 방식이다. D 업체는 6개월간 협의 끝에 생산을 마치고 2020년 2월 쿠팡 오픈마켓과 11번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 제품을 여러 개 조합한 데다 예상보다 품질이 잘 나왔다. D 업체는 가격을 15,600원으로 비슷한 상품 대비 2~3천원 비싸게 책정했다. 상대적으로 비쌌지만 반응이 좋았다. 특히 쿠팡에서 잘나갔다. 타 채널을 다 합해도 월 200~300개 판매되는데 그쳤지만 쿠팡에선 매달 2천개 이상 팔렸다.

구매자 리뷰가 생각보다 빨리 쌓였다. 판매 시작 3개월 만에 1천개를 넘어섰다. 평점도 높았다. 리뷰가 많고 평점이 높으면 상품 순위가 오른다. 순위가 오르면 소비자 노출 빈도도 함께 높아지고 판매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쿠팡에서 로켓배송 납품을 제안해 온 것이 그즈음이었다. D 업체 대표는 고민했다. 로켓배송으로 개당 판매 수익은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D 업체 대표는 고민 끝에 로켓배송 납품 제안을 수락했다. 박리다매 전략은 적중했다. 로켓배송 장점을 엎고, 판매량은 기존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매달 6천개씩 팔렸다.

판매 호조는 5개월쯤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D 업체 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E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쿠팡에서 D 업체 상품을 PB로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D 업체가 물건을 추가 구매해 E 업체에 납품해주면 E 업체가 쿠팡에 PB 제품으로 납품하고, 일부 수익을 보존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황당한 일이었다. 쿠팡은 기존 납품업자를 배제하고 제삼자에게 PB 상품을 타진했다. D 업체 대표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두 달 뒤, E 업체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D 업체 인도 공장과 접촉해 같은 제품을 출시한다며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번 쿠팡 PB 제안이 들어오면 같이 해보자”고도 했다.

E 업체의 사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D 업체와 똑같은 상품이 쿠팡 PB로 출시됐다. D 업체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포장 케이스까지 같았다. 다른점이 있다면 색상 뿐이었다. D사 상품은 모두 5가지 컬러였는데, 쿠팡 PB는 그중 가장 판매량이 높은 ‘스카이브라운’ 단 한 종류였다.

경기도 북부 한 공단 창고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난 D 업체 대표는 “나 같은 영세업자도 경쟁제품과 똑같이 만들진 않는다. 쿠팡은 상도를 넘었다. 로켓배송으로 팔아보고 가장 잘나가는 컬러 콕 짚어 PB 만들고 더 싸게 팔면 당해낼 재간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쿠팡 PB 제품이 출시되고 D 업체 판매량은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D 업체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나 법적 대응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속만 끓이고 있다. 그는 상표권 등록이나 디자인 특허를 낸 바 없다.

참여연대 권호현 변호사는 “출시 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제품을 베껴서 출시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일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정식 신고가 접수된 상황은 아니다. 쿠팡 PB 제품 이슈가 되면서 부정경쟁조사팀에서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PB 제품 출시 전 타사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및 부정경쟁행위 해당 가능성을  확인·통제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PB 제작은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맡는다. 2020년 7월 설립된 씨피엘비는 그해 매출 1,331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반년간 1천억원 규모니 2020년 한해 PB 매출은 3천억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듬해인 2021년 씨피엘비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 만에 PB 매출이 3배 이상 폭등했다. 쿠팡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0.95%로 미미했지만, 2021년 5.3배이상 늘어난 5.06%를 기록했다. D 업체 대표는 “판매와 PB 생산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판매량과 매출 원가, 수익률을 다 알고 있는 쿠팡이니까 빠른 제품 카피가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북부 모 산업단지 내 창고에 팔리지 않은 쿠팡 납품용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민중의소리

쿠팡은 지난 13일 ‘쿠팡 PB상품 협력사 매출 최근 3년간 매출 500% 증가, 일자리 2천개 창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의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자 PB 협력사 매출도 늘고 고용 인원도 증가했다”는 것이 쿠팡 주장이다. 

쿠팡 주장처럼 유통업체 PB 상품은 장단점이 있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중소제조사가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마케팅이나 디자인 역량에 도움을 받아 자사 매출을 늘리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쿠팡과 손잡지 않은, 혹은 쿠팡이 손을 잡았다가 놔버린 D 업체와 같은 유통·제조사는 매출 감소와 고용 절벽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 쿠팡의 불공정한 데이터 활용이 개입했다면 그림자는 더 커진다.

온라인 판매자 커뮤니티에선 쿠팡의 제품 카피 의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명 커뮤니티인 셀러오션에선 쿠팡 제품 카피를 두고 “쿠팡이 쿠팡했다”는 조롱섞인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 

쿠팡서 ‘선풍기’ 검색해 보면…엉터리 순위에 황당 


쿠팡에 제기되는 또 다른 데이터 의혹은 검색 결과 조작이다. 쿠팡이 직접 판매하는 로켓배송 상품과 제작까지 손을 댄 PB 상품은 검색 순위가 높다는 지적이 업계에선 끊이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조작이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쿠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제품 가격, 후기, 평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색 결과를 공정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상품을 검색해보면 쿠팡 설명과 배치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먼저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사용자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쿠팡 회원 가입 유무, 과거 상품 구매 내역 등이 검색 결과에 자동 반영된다.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각 브라우저의 ‘시크릿 기능’를 활용하면 된다. 사용자 기록을 차단하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 미치는 플랫폼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글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 시크릿 모드를 활용해 쿠팡에서 ‘선풍기’를 검색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다. 

20일 오후 쿠팡 웹에서 보안 모드를 이용해 선풍기를 검색한 결과(광고 노출 제외) ⓒ쿠팡 홈페이지

1위는 쿠팡이 직수입하는 ‘우놀드 선풍기’ 사전 예약 상품이다. ‘사전 예약’ 이기 때문에 아직 아무도 구매한 적이 없다. 구매자 후기는 당연히 0개, 리뷰도 0개다. 가격은 6만9,800원으로 ‘선풍기’ 검색 결과 상위 10개 제품 중 가장 비싸다.

2위는 쿠팡 PB 브랜드 홈플래닛의 스탠드형 리모컨 선풍기다. 가격은 3만5,990원. 리뷰는 1만3천건을 넘어섰고 평점도 5점 만점에 4.5점으로 준수한 편이다.

“가격·리뷰·평점을 고려한다”는 쿠팡 설명대로라면 검색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다. 1위와 2위 상품 격차가 크다. 1위 상품 가격이 3만4천원이나 비싸다. 리뷰는 1위가 0개, 2위는 1만3천개가 넘는다. ‘쿠팡 직수입 선풍기’는 무슨 수로 쿠팡 PB 선풍기를 밀어낸 것일까.

민중의소리와 만난 쿠팡 납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쿠팡이 국내 수입 업체들을 배제하고 해외 제작사와 직매입 루트를 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수입상을 건너뛰어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쿠팡 마진을 높이는 방식이다. 쿠팡이 직수입해 ‘사전 예약’ 중인 선풍기가 압도적 2위를 밀어낸 이유가 “쿠팡이 밀고 있는 사업이라서 그런 게 아니겠냐”는 것이 이 관계자 주장이다.

실제 ‘선풍기’ 검색 시 상위 10개 제품 중 ‘쿠팡 직수입’ 상품이 5개에 달했다. 대부분 올해 판매가 시작돼 리뷰 수가 미미하고 가격이 높은 편이다.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쿠팡의 말 대신 ‘순위 조작으로 쿠팡이 밀고 있는 상품 아니겠냐’는 업계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선풍기 검색 결과 쿠팡 직수입 제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상품 중 쿠팡 PB 브랜드 제품이 3개다. 9위에는 쿠팡 계열사 ‘쿠팡 홍콩 트레이딩 리미티드’가 판매 중인 샤오미 스탠드형 선풍기가 자리한다. 마지막 10위에 가서야 중국에서 생산한 ‘대우’ 브랜드 ‘초미세풍 스탠드 선풍기’가 등장한다. 이마저도 쿠팡이 매입해 직접 판매하는 로켓배송이다.

결국, 1위부터 10위까지 쿠팡을 제외한 나머지 오픈마켓 상품은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쿠팡의 데이터 활용과 조작에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온라인 플랫폼은 자사 상품 우선 노출 같은 조작 이슈가 끊이지 않았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본다”며 “소비자는 노출이 먼저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검증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역설 ③ 미국에선 ‘쿠팡 공정화 법’ 불타오르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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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주차장에 에 쿠팡 배송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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