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하면 망한다던 러시아 경제, 왜 잘 버티고 있나

우크라이나 침공 며칠 후인 2022년 2월 28일 모스크바의 한 환전소 앞을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5일 미국은 “가혹한 제재”가 발동되면 러시아는 물가 폭등과 주가 폭락을 겪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 기반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도 더 지났지만 러시아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러시아의 경제가 왜 잘 버티고 있는지 설명하는 포린팔리시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y Russia's Economy is Holding On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유럽과 인도, 터키 등의 나라에 전보다 오히려 많은 원유를 수출하고 있고, 금융부문도 지금까지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잘 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제재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사서 제재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심지어 3월보다 4월에 더 많은 양을 산 국가들도 있다.

미국 국무부에서 유럽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피시먼은 “푸틴은 원유와 가스로 하루에 적어도 10억 달러를 꾸준히 벌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은 유럽이다.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액수는 러시아에게 석유와 가스 값으로 지불하는 액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 금융권에 대한 서방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4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최대 360만 배럴로 3월의 330만 배럴에 비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기록에 임박하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 보고서가 지적했듯 엄청난 가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 수익이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덕분에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기록적이다. 러시아의 경상수지는 2020년에 1,200억 달러였다. 그런데 경제제재로 자재와 부품을 외국에서 사오기가 힘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상수지는 올해 일사분기에만 6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제제재에 대응할 자금이 러시아에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산유국이다. 러시아가 현재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원유의 일부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목적지나 보관시설로 운송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대부분은 서서히 러시아 원유를 끊으려는 유럽이 장기 계약한 원유다.

러시아가 원유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에 대비해 기존 비축량의 수출을 앞당기거나 그 양을 늘리고 있고, 같은 이유로 서방 국가들도 가능할 때 크게 할인된 러시아 원유를 열심히 사고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사실 러시아의 국내 정유량은 그동안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4월 초가 되자 러시아의 생산량이 1일당 70만 배럴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제한된 원유를 정유하기 보다는 외국 수출용으로 쓰고 있을 거란 얘기다.

그런데 많은 유럽 국가에게 러시아의 원유보다 차단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것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이다. 천연가스는 고정 파이프라인을 통해 장기 계약으로 거래되는 경향이 있고, 원유보다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 침공 직후에 새로운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 폐쇄를 발표했지만 러시아 가스의 대부분은 변함없이 유럽으로 유입된다. 현재로서는 바다로 운송할 수 있는 액화 천연가스로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는 것이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여전히 어렵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미국(러시아는 2위)이나 카타르 혹은 캐나다 가스로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말까지 러시아 가스 수입을 3분의 2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액화가스 수입을 늘리고, 노르웨이와 아제르바이잔에서 파이프라인 가스를 공급 받으며,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여전히 모호하고, 실행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러시아 가스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독일(연간 가스 사용량의 3분의 1이 러시아산이다)의 경우 이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러시아 가스를 조만간 끊을 수는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숄츠는 “러시아 가스 금수조치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수백만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공장들이 다시는 문을 열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독일과 유럽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고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일이 있어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만 유럽의 러시아 원유나 가스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완전한 러시아의 원유 및 가스 금수조치로 유럽은 크게 다치고, 러시아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러시아가 다른 고객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러시아 가스의 퇴출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러시아의 수익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줄인 유일한 에너지원은 석탄이다. 러시아 에너지부 석탄 담당자인 페트로 보비레프는 두마에 최근 몇 달 동안 석탄 수출이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푸틴이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재앙적인 경제적 여파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차관은 “러시아가 곧 경제위기를 맞이할 것이며 그로 인해 경제를 부양하고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속하며 강대국을 유지할 자원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말이 결국 현실화될 수도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6일 스베르뱅크와 러시아 4위 은행인 알파뱅크를 제재해 자산을 동결하고 두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하기로 한 후 이번 주에 다른 러시아 은행과 개인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했다. 이제 러시아 은행의 자산 중 60%가 미국 제재를 받고 있고 유럽이 서서히 미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장 엘비라 나비울리나는 4월 18일 기술부문 등에서의 부품 공급 부족이 곧 러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러시아가 “제재와 관련해 구조적 변화를 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러시아 개인과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신용이 크게 줄고 경제가 8~15%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 경제가 향후 몇 년 이내에 5분의 1 이상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이런 흐름은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가속화할 것이다. 서방과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철수하거나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예일대학 자료에 따르면 1,200개의 외국 기업들 중 그 수가 800개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카길과 같은 주요 브랜드들과 켈로그, 노키아 및 파나소닉과 같은 소비재 거대기업도 있다. 이로 인해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소비야닌은 이번 주에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를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하면서 심각한 실업 위기라고 인정했다.

유럽 연합에도 러시아의 주 수입원인 원유의 구매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영국은 처음부터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했고, 지난 3월 중순에는 거대 선사인 머스크가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중단했으며, 이번 주에는 그리스가 에비아 섬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일시적으로 억류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계약이 있는 유럽 국가들도 현물 원유 구매는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수입 수치가 보이는 양상은 매우 다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반응이 사실은 얼마나 불확실하고 분열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너지 가격이 급증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이 만연한 지금, 할인된 러시아 원유는 너무 매력적이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4월 들어 급증했다. 인도와 터키, 이탈리아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고 나머지 유럽연합 국가는 거의 변동이 없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만 수입을 전면 금지했을 뿐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러시아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

가장 큰 수입량 증가율을 보이는 것은 제재 참여를 거부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비난하지 않는 인도이다. 인도는 지난 두 달 동안 러시아에서 1,700만 배럴의 고급 우랄 원유를 수입했다. 작년 1년 내내 1,200만 배럴만 수입했는데 말이다. 인도는 러시아의 할인가 때문에 중동과 나이지리아에서 대부분 공수하던 원유를 러시아에서 많이 사게 됐다.

하지만 이것도 유럽의 수입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3월 터키는 하루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20만 배럴 늘렸고, 4월에는 30만 배럴을 더 늘렸다. 이탈리아도 하루에 10만 배럴씩 수입하던 러시아 원유를 4월 들어 30만 배럴로 늘렸다. 이 원유의 일부는 러시아가 부분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유럽의 정유소에 가기도 한다.

푸틴은 러시아의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식량 수출 때문에 서방의 제재가 역으로 미국과 유럽에게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고통을 줄 것이라고 러시아 국민에게 계속 강조해 왔다.

실제로 이런 우려가 미국의 자제를 어느 정도 이끌어냈고, 유럽 의회들에서 핵심적인 논쟁이 됐다. 러시아 원유를 국제 시장에서 배제하면 유가가 65% 정도 상승해 배럴당 약 110달러에서 185달러까지 올라 독일과 유럽 국가들이 걱정하는 모든 경제적 고통이 실제로 야기될 것이다.

이는 원유의 25%와 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독일과 같은 나라에게 치명적일 것이다. 그러니 이번 주 초에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이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날레나 바어보크 외무장관이 올해 말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이후 가스 수입 금지 조치도 취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4일 치러진 대선 2차 결선투표에 진출했던 극우 후보 마린 르펜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주저하는 유럽 때문에 미국도 굳건한 동조의 모양새를 갖추느라 러시아에 대한 더 강경한 대응을 원하면서도 이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더 강경한 입장을 바라지 않는 것은 미국 국민도 마찬가지다. 급증하는 휘발유 가격에 대해 바이든은 계속해서 러시아 탓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유권자의 대부분은 이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죄를 여당에게 묻는 것이 미국 국민이다. 실제로 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5%에 이르자 바이든의 지지율은 4월 초에 33%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의 금융부문인 가즈프롬뱅크를 강력한 핵심 금융기관으로 만들어 유럽 등의 국가에 여기에 달러로 대금을 지불하고 돈을 가져갈 때는 루블로 가져가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요한 건 러시아가 환율을 인상하고 러시아인이 달러를 해외로 가져가는 것을 제한해 루블의 가치가 2월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가 수출 항복 요건을 부과하여 수출에서 경화의 80%를 승인된 은행, 특히 가즈프롬뱅크를 통해 판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러시아에서 인플레이션이 점점 심각해지고는 있지만 연말까지 25%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지금처럼 일부 은행만 제재하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계속 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며 러시아의 급격한 해외 자산 축적 또한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모든 은행을 제재하지 않으면 크게 변하는 건 없다는 얘기다.

푸틴에게 가장 시급한 금융문제는 러시아가 달러 부족으로 1918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으로 해외 부채를 불이행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일단 4월 4일로 예정됐던 데드라인을 유예 받았고, 설사 600억 달러의 국가 부채를 불이행해서 외국 대출기관들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금융시스템으로부터 방출됐고 오랜 기간 동안 에너지 수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경제제재로 러시아 채권의 2차 거래시장은 이미 동결됐다. 지금 단계에서 러시아는 시장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400억 달러 이상의 미지불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이 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원하는 것보다 빨리 평화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편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실제로 철수할지는 미지수다. 인터내셔널페이퍼 같은 미국 회사와 독일 철강 대기업 티센크루프를 비롯한 많은 유럽과 인도 및 중국 기업이 철수하지 않았다. 많은 기업들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반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필수 의약품’을 제공한다고 말하거나, 과자를 팔면서 ‘영양 필수품’을 판매한다고 하는 등 속임수를 쓰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아직도 400개 정도의 다국적기업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미국의 러시아 투자 금지를 피해가려는 기업들도 있다.

앞으로 러시아에게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고립에 적응할 수 있는가이다. 그럴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이란 등의 국가들도 적응을 잘 했다. 게다가 이란과는 달리 수출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은 러시아에게는 에너지 수입이 있어 국가 보조금으로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재 및 생산재와 부품의 부족과 러시아의 재정적 부담이 결합돼 러시아 경제는 결국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거기다가 실업률마저 치솟으면 푸틴은 일찍이 접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푸틴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문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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