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일부터 시민과 싸우는 대통령 될 건가, 차별금지법 없이 못 나간다”

취임식 앞두고 ‘철거 위기’ 차별금지법 단식농성장, 9일부터 철야농성

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대통령 취임식 전 단식농성장 철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의소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차별과 혐오에 찬성하는가. 아니라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이 왜 당선자 신변에 위협이 되는가. 왜 취임 당일부터 시민과 싸우고 시민을 갈라치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박한희 변호사 공권력감시대응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단식농성장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오는 10일 윤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경호 등을 이유로 대통령 경호처·국회·경찰 등 공권력으로부터 철거 압박을 받고 있다.

6일 기준 26일째 단식 중인 미류·이종걸 활동가는 차제연 주최로 열린 농성장 앞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없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취임식 전날인 9일부터 철야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대통령, 취임식서 헌법 준수하겠다 선언”
“제헌헌법부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명시”


지난달 11일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인근 국회2문 오른쪽에 자리잡은 차제연 단식농성장은 현재 규모가 많이 축소된 상태다. 원래는 단식농성장 이외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단식자들과 함께하는 ‘평등텐트촌’이 형성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영등포구청의 요구로 구청 관할 구역의 평등텐트촌은 모두 철거됐고, 국회 관할 구역에 있던 단식농성장만 남게 됐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뒤로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한편, 영등포구청은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국회 앞 농성장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2022.5.3 ⓒ뉴스1
오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식농성장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다. 붉은 보도블럭부터 영등포구청 관할 구역이라 평등텐트촌은 철거된 상황이고, 국회 의정활동으로 인정받은 단식농성장만 국회 관할 구역인 하얀 보도블럭에 남게 됐다. ⓒ민중의소리


10일 0시부터는 국회 관할이 아니다. 대통령특호경호지역으로 설정돼 대통령 경호처 관할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의원들의 협조 아래 국회사무처로부터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인정받아 국회 관할 구역에서 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류 활동가는 “당선인의 취임선서는 ‘나는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한다. 헌법은 제헌 헌법부터 누구든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다”며 “윤 당선인에게 평등의 봄을 해산할 권한은 없다. 차별 구조 속에서 평등을 일궈온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토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할 책임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활동가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식을 했냐고 하더라.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까지 취임식은 국회에서 했다. 시민들에겐 취임식(의 형식)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시민들의 권리를 얼마나 보장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고 꼬집었다.

6일 기준 26일째 단식농성 중인 이종걸, 미류 활동가 ⓒ민중의소리

대통령 경호처는 언론을 통해 “관련 법령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며 농성장 철거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호처가 언급하는 관련 법령이란 ‘대통령경호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처장은 필요한 경우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경호구역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돼야 한다. 또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출입통제 등을 할 수 있다.

박한희 변호사는 이처럼 대통령경호법에서 경호구역과 경호활동에 ‘이중 제한’을 둔 점을 언급하며 “함부로 시민들의 기본권, 이동권, 집회 자유권, 일반 행동 자유권 등을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호처는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고 ‘상당한’ 이유를 밝히고 (농성장 철거를) 집행해야 한다. 막연히 경호를 위해서라고 한다면 명백하게 위헌적, 위법적 행정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현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대선 끝나고 (차별금지법 제정)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지방선거를 말한다. 얼만큼 더 혐오와 차별을 견디며 기다려야 하나”라며 “(단식농성장은) 민주당이 15년간 미뤄왔던 정치적 책임을 시민들이 다 하는 공간이다. 우린 민주주의 장소를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대선이 끝난 지 두달 여 되도록 입법에 진전이 없다. 공청회하겠다는 결의안은 통과됐지만, 날짜, 진술인이 없는 결의안”이라며 “입법 논의 안 된 상황에서 쫓겨나가게 된 상황인데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우리가 나가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차제연은 ▲민주당 박 원내대표에게 대통령 취임식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 계획을 즉시 밝힐 것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단식농성장이 유지될 수 있게 의장 역할을 다할 것 ▲윤석열 당선인은 농성장 철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농성장 안전 유지를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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