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서방 대 나머지 구도가 드러났다고 분석한 포린팔리시

편집자주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게 등을 지지 않는 나라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타난 신냉전 세계 질서의 한 축이라고 주장하는 외교전문지 포린팔리시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he West vs. the Rest


모디, 푸틴과 시진핑 ⓒ사진=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네가지를 크게 오판했다. 첫째 러시아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했고, 둘째 우크라이나인의 저항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셋째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린 서방이 정치적으로 단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넷째 유럽과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 무역, 에너지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푸틴이 제대로 판단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비서방’ 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제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서방은 반드시 세계무대에서 푸틴을 ‘왕따’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세계 많은 국가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1991년 소련의 몰락 이후 신경쓰지 못했던 중동,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특히 중국에 공을 들였다.

그리하여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할 때 중국이 앞장서서 거액의 ‘파워 오브 시베리아’ 가스라인 계약에 합의하며 러시아를 지지했다. 유엔의 표결도 흥미롭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관련 투표를 세 번 했다. 두 번은 러시아를 규탄하기 위해서였고, 한 번은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이사국 자격을 정지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결의안들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국가들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다.

요컨대 세계가 일치단결해서 러시아의 공격이 부당하다고, 그래서 러시아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국가들도 있다. 비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꺼리기 때문에 서방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졌다. 이런 상황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러시아를 비난하기를 거부하는 국가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다. 무슨 일을 해도 중국이 자기 편을 들 것이라는 것을 몰랐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중이었던 지난 2월 4일 푸틴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발표됐던 러-중 공동성명에는 양국 간의 ‘제한 없는’ 파트너십과 서방 헤게모니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명확하게 천명돼 있다.

두 사람이 베이징에서 만났을 때 푸틴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다. 푸틴이 시진핑에게 실제 무슨 말을 했는지, 넌지시 무언가를 암시했는지, 아니면 더 정확하게 향후 계획을 공유했는지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초지일관 지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유엔의 러시아 비난 투표에서 기권을 했고,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안 투표에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 언론은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고 ‘탈군사화’해야 한다는(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러시아의 선전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NATO의 탓으로 돌린다. 중국은 또한 부차 학살이 러시아군에 의해 자행됐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이 러시아의 입장만 대변하는 건 아니다. 중국은 모든 적대행위의 중단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우크라이나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국이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기 요구를 무시하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해 깊은 불만을 함께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이 주도하지 않는 세계 질서를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어떤 질서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말이다.

중국이 바라는 건 지금보다 중국의 목소리가 훨씬 큰 법치주의적 세계 질서이다. 반면 러시아가 바라는 건 규제나 규범이 거의 없는 세계 질서다. 그러나 국내 체제와 인권 상황에 대한 서방의 비난에 같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게 더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중국은 러시아의 패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규모와 잔혹성, 확산 가능성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서방의 제재를 준수했다. 중국이 러시아보다는 미국이나 서방과 경제적으로 훨씬 얽혀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방이 러시아를 대대적으로 제재하고 있으니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서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분명히 이번 제재를 신중하게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 비난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두 번째 대국은 인도이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자 일본, 호주와 함께 미국의 4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동맹인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는 유엔의 세 결의안 투표에 모두 기권했고 러시아 제재에도 불참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부차 학살에 대한 보도에 “살인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고, 유엔 주재 인도 대사는 “이런 살인을 명백히 규탄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하면서도 러시아를 언급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수브라마냠 자이샨가크 인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라고 했고, 인도는 러시아의 무기와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국무부 차관 빅토리아 뉼런드는 인도가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 냉전에서 어떤 편도 들지 않겠다던 비동맹 세력을 이끌었기 때문에 미국이 인도에게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꺼리는 게 부분적인 이유라고 인정했다. 이번 일로 미국은 더 강력한 미국-인도 안보 동맹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가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 중국이 가장 큰 이유다. 인도는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라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2020년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일어났을 때 러시아가 중재해 긴장을 완화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도에는 20세기 냉전 동안 쌓인 중립적 성향과 미국에 대한 의심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러시아에 대한 동정 여론이 상당하다.

러시아가 지난 10년 동안 이룬 대표적인 외교적 성과 중 하나는 구소련의 옛 동맹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다른 국가들과 새로이 관계를 수립해 중동에 다시 존재감을 형성한 것이다. 현재 수니파가 장악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가 장악한 이란과 시리아, 그리고 이스라엘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러시아다.

러시아의 중동외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빛을 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이 첫 번째 유엔 투표에서 러시아의 침공 규탄에 찬성했지만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 연맹은 그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많은 아랍 국가들이 러시아를 인권이사회에서 퇴출시키는 투표에서 기권했다. 뿐만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이스라엘을 포함한 확고한 미국 동맹국조차 러시아 제재에 불참 중이다. 실제로 푸틴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전쟁 발발 이후 두 번이나 대화를 나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러시아와 이란이 서로 맞서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좌우된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있는 이란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러시아와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를 적대시할 경우 자국의 북부 국경 방어가 어려워질까 봐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야전병원을 만들고 기타 인도적 지원을 했지만 무기는 제공하지 않았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도 잠시 맡았다. (결국 실패했지만 말이다).

많은 중동 국가들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큰 이유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중동의 인권을 문제 삼는 미국에 대한 짜증 때문이다. 중동에서 전적으로 친러시아적인 국가는 러시아의 지원이 없었다면 진작에 정권이 축출됐을 시리아가 유일하다.

러시아는 최근 몇 년 간 아프리카에도 다시 존재감을 확립했다. 특히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사실상 용병 회사)인 바그너 그룹이 궁지에 몰린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지원해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제재하기를 거부하는 대륙이 탄생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 표결에서 기권했고,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의 유엔인권이사회 퇴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신흥경제국 동맹인 BRICS의 민주주의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조차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았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러시아는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자기네를 지원했던 소련의 후계자이다. 남아공 지도자들은 아파르트헤이트 동안 남아공 흑인들의 투쟁을 이끌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주요 지원자였던 소련, 그러니까 러시아를 크게 고마워한다. 또 중동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러시아에 대한 아프리카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뒷마당 중남미에서조차 러시아를 응원하는 국가들이 있다. 쿠바, 베네수엘라과 니카라과가 러시아를 지지하는 건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를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BRICS 회원국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의 러시아 방문에서 “러시아와 연대한다”고 선언했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편견없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브라질은 러시아 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게 더 당혹스러운 건 멕시코가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 공동전선을 꾸려 러시아를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 여당인 모레나당은 침공 이후였던 지난 3월 하원에 러시아 대사를 초청해 멕시코-러시아 친선그룹을 만들기까지 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1970년대 스타일의 좌파 반미주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서방 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저개발국가들에 사는 세계의 ‘가난한 절반’이다. 서방의 GDP와 경제력, 지정학적 힘이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제재하기를 거부한 나라들의 영향력보다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드러난 서방과 비서방 국가들 사이의 분열은 전쟁이 끝난 후에 등장할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가 ‘왕따’되지 않게 할 중국과 인도이다. 실제로 오는 11월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인도네시아도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 잔혹한 전쟁의 여파로 미국은 유럽 주둔군을 늘렸고 한두 개의 NATO 동부 국가 에 미군을 영구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 NATO를 약화시키는 것이 러시아의 오랜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역으로 NATO를 강화시켜 버렸다. 아프가니스탄 이후 NATO에게 새로운 목표를 줬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가입하게 됨으로써 NATO가 확대될 예정이다. 그리고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동안, 그리고 그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따라 그 이후에도 NATO는 러시아 억제를 공식 정책으로 삼게 됐다.

하지만 21세기 신냉전에서는 20세기 때와 달리 많은 비서방 국가들이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을 것이다. 냉전시대의 비동맹운동이 부활할 것이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혐오해도 비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지 않을 것이다. 물론 러시아의 경제는 위축될 것이고 러시아가 자기만의 인터넷 개발에 성공하면 탈근대화되고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은 러시아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조심할 것이고 여전히 러시아와 함께 사업하고 싶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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