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05.11. ⓒ공동취재사진
11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시간여 만에 파행했다. 김 후보자 측이 여야에 따라 서면 답변을 달리하거나 사생활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는 등 자료 제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송옥주(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김 후보자에게 오후 1시 30분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오전 11시 11분경 정회했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김 후보자가 당에 따라 같은 질문에 다른 답변을 내놨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김 후보자가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여야에 달리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는) ‘새로운 사회 환경에 맞게 부처 역할과 기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는데, 국민의힘 서면 질의에는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 역시 “국민의힘에는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하며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새 부처 패러다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저희 당에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며 “거짓말했다”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가 민주당에만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공개한 후보자 자녀의 학력 관련 서면 답변을 보면, 민주당 답변에선 손으로 작성하다 틀린 부분을 줄로 그은 반면 국민의힘 답변은 컴퓨터로 정리돼있었다.
권 의원은 “이런 성의 없는 답변은 처음 봤다”며 “(입학)연도도 다르다. 민주당 답변에선 배재고 2013년 입학, 경희대 2016년 입학인데, 국민의힘 답변은 배재고 2012년 입학, 경희대 2015년 입학이다. 둘 중 하나는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김현숙 후보자가 여야에 따라 답변을 달리한 사실을 공개했다. 왼쪽 민주당에 제출한 답변은 손으로 작성해 틀린 부분을 선으로 그어 고친 반면 오른쪽 국민의힘 답변은 컴퓨터로 작성됐다. ⓒ국회
김 후보자가 ‘사생활’을 이유로 대부분의 자료제출을 거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민주당 여가위원들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태도를 규탄했다. 국민의힘에서조차 김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제출 태도를 비판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후보자와 배우자 음주운전 여부 범죄 관련 자료를 달라니 사생활이라고 하더라. (자녀의) 병역특혜 여부도 개인정보라고 한다. 부모 찬스를 확인하기 위한 (자녀의) 취업관련 자료, 배우자 비상장 주식 9억 원 재산형성과정, 심지어 본인 원고료와 강연료도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정민 의원은 “(답변서의) 65.5%가 개인정보 제공 비동의로 인해 자료 제출이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며 “(전체 자료 요구 대비) 실제 제출 건수는 29.4%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의원실 면담 요청을 수차례 했다며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은 “국민의 눈을 피해 장관이 되고 싶나”라며 “박근혜 밀실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등을 맡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 역시 “(후보자의 자료제출에는) 분명 흠결이 있다”며 “청문회팀은 각성하라”, “권인숙 의원이 지적한 무성의한 답변은 후보자 본인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양이원영 의원은 “청문회팀 문제가 아니라 후보자가 개인정보 동의만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원택 의원도 이어 “본인이 동의하면 낼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뉴시스
이날 지적된 자료 제출 관련 문제를 김 후보자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이 인사청문회팀 안에서 나오기도 했다.
송옥주 위원장은 청문회팀장을 맡은 기조실장에 “왜 이렇게 자료가 부실하냐”고 묻자 “자료 요구가 오면 후보자에게 보고하고 소관 부서에서 작성해 후보자에게 보고하고 자료를 제출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어 송 위원장이 후보자가 자료제출에 동의하지 않은 건지, 여야 서면 답변이 왜 달리 나온 건지 묻자 기조실장은 “후보자에게 보고하고 자료를 내고 있다”며 후보자를 거쳐 자료제출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한편 김현숙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그간 여성가족부가) 젠더갈등 해소 미흡,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으로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실”이라며 “최근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에 발맞추는 발언이다. 서면질의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여가위원들은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여가부 장관을 하겠다며 인사청문회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인사청문회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