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05.11. ⓒ공동취재사진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후보자는 한편으로 여가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일 오후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냐’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의 이행 필요성에 대해 김 후보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공약을 이행해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의한 여가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개편 법안에 관해서도 그는 “여당 원내대표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가 있어도 성차별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양이 의원이 ‘구조적 성차별이 있냐’고 묻자, 그는 “여가부가 20년간 있었는데 세계 성격차 지수가 나아지지 않고 102위로 떨어졌는지 의원들과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 후보자는 여가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윤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무리하게 쫓아가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는 사람이 여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나온 건 역사적 코미디’라는 양이 의원 지적에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저를) 지명(한) 이유는 실제 가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재편하는 게 좋을지 (살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이 의원은 “그럼 폐지에 동의한다고 하면 안 된다. 폐지의 필요성을 살펴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여가부 기능을 없애거나 여성을 지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잘못을 개선하고 흩어진 기능을 합쳐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스스로 여가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가부) 업무가 분절적이다. 법무부, 복지부, 고용부와 협업 체계가 많아서 여가부가 주도적인 사업이 없어서 세컨더리 부처 역할을 많이 받았다. 오히려 강화하고 주력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거꾸로 고민하며 여가부 할 일을 다른 부처에 이관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통합하고 정리하고 일원화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자는 아동 정책을 소관하는 부처가 여럿이라 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한편으로 여가부가 폐지되면 여성 정책이 여러 부처로 흩어져 유야무야 될 위기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과거 후보자가 구조적 성차별을 타파하고자 싸운 의정 활동의 진심을 믿고 싶은데, 권력을 쫓고자 (여가부 폐지를 옹호하며) 장관 후보자 자리에 앉은 게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여성가족위 간사로 활동하며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 등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