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설명하는 모습 2022.03.20. ⓒ뉴시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지나는 행진을 금지한 경찰 처분이 법원에서 저지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의 옥외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11일 일부 인용했다.
무지개행동 등은 오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앞두고 14일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녹사평 이태원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집회신고를 했다. 구체적인 행진 경로는 ‘용산역 광장→LS용산타워→삼각지역→녹사평역→이태원광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행진을 금지했다. ‘이태원로 상 국방부 앞 구간’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100m 이내 장소에 해당해,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시위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쟁점은 대통령이 공적 업무를 보는 ‘집무실’이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에 포함되는지였다. 집시법이 옥외집회를 금지한 장소는 ‘대통령 관저’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집무실까지 관저에 포함해 인근 옥외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지 법원에서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 처분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행진을 전면 금지한 경찰 처분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는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났다”며 “종래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의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가 제한됐지만 이는 대통령 관저 인근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제한함에 따라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행진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경찰 처분에 대해 “공공의 안녕을 침해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우려가 소명되지 아니한 집회까지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교통정리 및 경호에 예기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행진 구간은 1회에 한해 1시간 30분 이내 최대한 신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