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외면하고 황금알을 낳는 제약기술, 공유화해야

화이자의 5∼11세용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 0.1㎎ ⓒ한국화이자제약

편집자주

코로나 백신은 2020년 말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유엔은 올해 중반까지 세계 인구 접종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백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격 때문이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1980년대부터 노력해 완성한 세계 특허 시스템 덕분에 제약 기술을 독점하고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한다. 원래 공공자원으로 만들어진 제약 기술을 이들로부터 다시 되찾아와 공유화시켜야 한다는 자코뱅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Big Pharma Is Still Making Absurd Profits Off of the Pandemic

거대 제약 회사 화이자는 지난주에 올해 코로나19 치료제로 500억 달러 넘게 벌어드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화이자 백신도 성공적이다. 화이자 백신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의약품으로 2021년에만 37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를 벌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GDP를 뛰어넘는 액수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업종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이 회사는 팬데믹으로 횡재했다. 화이자는 코로나 약품으로 많은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져 팬데믹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추앙받게 됐다. 참으로 대단한 PR 쿠데타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면 화이자가 한 시대를 규정하는 위기에 정말 필요했던 해결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은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화이자는 공격적인 기업 관행과 무자비한 수익 추구 때문에 코로나 백신 수급에서 말도 안되는 불평등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했고, 결국 코로나 팬데믹을 종식시키기는커녕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화이자만 그런 건 아니다. 화이자는 극도로 금융화된 독점 세계 경제의 상징이 돼 버린 제약업계에서 그렇게 한 많은 회사들 중 하나일 뿐이다.

팬데믹을 이용해 혈세로 수익 창출한 화이자

화이자의 수익이 어디 나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화이자는 백신 비용이 1회 투여량에 5파운드 미만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76펜스로도 된다고 말한다.

어찌됐든 영국 정부는 첫 주문에서 1회 투여량 당 18파운드를, 추가 구매분에 대해서는 1회 투여량 당 22파운드를 지불했다. 화이자의 말을 믿는다 하더라도 NHS(국민 보건 서비스)가 최소 20억 파운드를 화이자에게 갖다 바친 것이다. 이는 영국 정부가 약속한 간호사 임금 인상분의 6배에 해당된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아무것도 아니다. 화이자는 미국 정부에게 1회 투여량 당 100달러를 청구하려 해 방역당국이 전쟁시의 장사치라며 화이자를 비난했다고 한다.

화이자는 오직 자기네 자금으로만 백신을 개발해 정부 돈을 하나도 안 썼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화이자 백신은 다른 mRNA 백신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동안 이뤄진 공공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 개발의 공을 굳이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다면 한 독일 대학교 부설 연구소에서 만든 화이자의 파트너 바이오엔테크에게 돌려야 한다. 그런데 여기도 상당한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화이자가 자기 돈을 백신 개발에 투자한 건 사실이다. 최대 10억 달러는 됐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화이자는 미국에서만 거의 20억 달러의 매출을 보장받는 계약을 정부로부터 따놓았었다. 화이자의 투자는 아무리 많이 쳐 줘도 전체 투자금의 작은 일부에 불과했고, 화이자가 벌어들인 수익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다. 미국 정부의 한 전직 관리는 “자기네 백신도 아니면서”라며 그 백신이 ‘화이자 백신’으로 알려진 것이 “미국 제약업계 역사상 가장 큰 마케팅 사기극”이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백신은 법적으로 화이자의 백신이다. 거의 모든 주요 의약품이 그렇듯, 이 백신은 그 기반이 공공지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유화돼 다국적기업에게 넘겨졌다. 그래서 그 다국적기업이 누가 그것을 만들 수 있는지,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 누가 그것을 살 수 있는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이다. 화이자는 백신 공급량의 대부분을 돈 많은 선진국들에게 팔았고, 더 공평한 분배를 위해 설립된 글로벌 기구인 COVAX에게는 공급량의 1.3%만 판매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쁜 건 이 기술이 사유화돼 화이자에게 독점적으로 넘겨지자 화이자가 그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이 백신을 만들거나 순수하게 분배하는 것을 막았다는 점이다. 기술만 공유됐다면 전 세계에서 mRNA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와 연구소가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이자는 이 기술을 공유하려는 모든 노력을 막으며 백신에 대한 특허를 불인정하자는 유엔의 캠페인을 “말도 안 되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저소득 국가들이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손을 잡은 연구소가 있다. 그러나 위해 화이자는 떼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공유를 거부했다.

백신 분배가 불평등하게 이뤄진 건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다. 하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코로나 백신들의 효과를 약화시켰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종 등장 이후 더 많은 백신을 팔 수 있다는 전망에 주가가 급등한 화이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상관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적재산권 :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무기

화이자가 향유하는 각종 독점권은 세계 경제의 규범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경제 규범은 저절로 등장하지 않았다.

1980년대에 몇몇 기업들은 자기네의 최고 자산이 공장도, 노동자도, 연구기반도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건 특허, 노하우, 상표 등을 독점하게 해주는 지적재산권이었다. 그때부터 이들은 지적재산권을 최대한 보호해달라고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0년 중반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 스타일의 특허법을 기정사실화하고 세계적으로 적용해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불과 몇 십 년만에 기아를 극복하고 선진 경제를 건설할 수 있게 해준 기술의 공유, 복사 및 모방을 금지시켰다.

지적재산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명분은 위험부담이 높은 의학적 연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강화는 반대 결과를 가져왔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고 수십 년 동안 관련 지적 재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줄만한 연구들을 사들이는데 집중했다. 그 연구의 대부분은 공공연구였다. 2018년의 한 STAT 분석에 따르면 화이자는 자기 회사 약품의 23% 정도만 자체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회사가 수행하는 연구조차도 이미 소유한 약품을 미미하게 바꾸어서 특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들이 많다.

이들 기업은 그렇게 연구시설보다 지적재산에서 이윤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데 전념하는 헤지 펀드에 더 가까워졌다.

이것은 화이자의 대부호 주주들에게 희소식이었다. 화이자는 지난주에 2022년 첫 3개월 동안 주주들에게 42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이 수치가 약 700억 달러로 회사의 연구 예산을 훨씬 뛰어넘었고 심지어 화이자의 순이익보다 컸다. 화이자의 CEO 앨버트 불라는 화이자가 원재료를 약으로 전환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기계라고 자랑한 바 있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화이자는 공공자원을 주주의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기계이다.

달라져야 한다

화이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일련의 조사로 이어진 특유의 무자비함을 지니고 있다. 화이자는 경쟁사인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화이자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백신들이 취약한 환자에게 위험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연구를 지원한 사실도 포함된다.

화이자는 백신을 구매하려는 나라들에게 엄청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뿐만 아니라 회사의 태만이나 사기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했고, 몇몇 국가들에게는 훗날 있을 수 있는 화이자 상대의 소송에 대사관 건물이나 군사 기지 같은 국가 자산으로 보증을 서라고 요구했다. 영국은 특별 투자자 중재제도 요구를 받아들여 훗날 화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싶을 경우 영국 법원이 아니라 회사 변호인단이 감독하는 특별재판소를 통하기로 했다.

화이자가 극단적인 예일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경향은 제약 부문 전반에 만연하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우리가 필요한 의약품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세계 무역 규범과 대안적인 제도의 부재로 우리는 여전히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팬데믹은 이 상황을 이대로 계속 둘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 경영진에게 의료 서비스를 계속 맡길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좋은 사실은 우리가 이미 의학 연구에 엄청난 돈을 썼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연구 결과물을 대형 제약회사에게 조건 없이 넘기지 말고 국가가 공공이익을 위한 지식과 기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로 좋은 사실은 많은 저소득 국가들이 이미 다른 방식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도움이 안 되자 자체적으로 공장과 연구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 훌륭한 예는 전 세계 생산자들과 무료로 공유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추진되고 있는 mRNA 허브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례 없이 독점자본주의 경제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 경제 형태는 우리는 팬데믹이나 기후 변화 등으로부터 지켜줄 수 없다 대기업들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런 독점을 무너뜨리는 것은 말 그대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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