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중대재해법 무력화’ 건의한 경총, 노동계 “후안무치”

민주노총 “시행령 개악으로 법 무력화한다면 강력히 투쟁”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사회공공성 강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5.09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재계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16일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이사가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내용 등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관계 부처에 제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후안무치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경총은 시행령에 적합한 경영책임자가 선임된 경우 대표이사의 책임을 면해주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전보건담당이사를 선임한다면, 기업의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지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주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데 경총은 경영책임자만큼은 처벌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경총은 시행령을 통해 중대산업재해의 범위와 처벌 적용 대상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 관계 법령'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거나, 시행령에 위임하지도 않은 경영책임자의 의무 일부를 시행령 조항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그 범위를 좁혀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최소한으로 규정해 둔 조항도 삭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현행 시행령에는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비용 기준을 마련하고 건설·조선업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사 기간 산정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 조항 자체를 삭제해달라는 것이다.

경총의 건의서를 본 민주노총은 "참혹하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정부의 최우선 가치라던 윤석열 정부는 대외적인 국정과제 발표에는 두루뭉술하게 집어넣고, 세부 이행계획에는 중대재해법 시행령과 법 개정을 명시했다"며 "경영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취임식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경영계의 요구로 시행령 개악 요구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에도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경영계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개선을 찾아볼 수 없다"며 "결국 법이 모호하지 않느냐는 경영계의 주장은 허위고, 처벌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는 파렴치한 요구로 그득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후안무치한 경총 및 사업주 단체와 시행령 개정을 명시한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시행령 개악을 통한 법의 무력화를 지속 추진한다면 민주노총은 노동자 시민과 함께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경총이 낸 건의서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을 전면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경총의 건의서에 담긴 내용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개악된다면 일터에서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 내놓은 국정과제에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화"하겠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 개정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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