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총맞은 베테랑 여성기자, 이스라엘군 조준 사살 가능성

시린 아부 아클레 ⓒ사진=뉴시스
이스라엘이 지난 11일 취재 중이던 알자지라 선임 특파원을 사살했다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1일 새벽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있는 제닌 난민촌을 공습하던 중 이를 취재하던 기자단에게 발포했다. 카타르에 기반을 둔 아랍계의 대표적인 방송사 알자지라의 유명 선임 특파원으로 지난 25년 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취재해 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시린 아부 아클레(51)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알자지라의 프로듀서인 알리 알사무디도 총상을 입었으나 현재 안정된 상태이다.

미들이스트아이 기고자인 샤스사 하네이샤에 따르면 아부 아클레를 포함한 6명의 기자들이 제닌 난민촌 입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취재하던 중 이스라엘 저격수들이 발포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난민촌 골목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이후 관련자를 체포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번 사살 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제닌에 공습이 있다.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다시 연락하겠다.” 아부 아클레가 사살되기 몇 분 전에 마지막으로 알자지라에 보낸 메시지이다. 그녀가 3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며 아랍 저널리즘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보낸 종류의 메시지였다.

1971년에 태어난 아부 아클레는 창립 다음해였던 1997년에 알자지라에 입사해 예루살렘 지부에 합류한 첫 기자 중 한 명이었다. 그후 그녀는 아랍 미디어에서 이름과 얼굴이 가장 널리 알려진 기자로 손꼽혔다.

아부 아클레는 특히 제2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2000~2005) 동안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다뤄 이름을 크게 떨치며 팔레스타인 취재의 아이콘이 됐다. 그녀는 팔레스타인 밖에서도 활동하며 이집트와 영국의 많은 사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을 취재하기도 했다.

그녀를 닮고 싶어서 기자가 되겠다던 젊은이들이 많을 정도로 아부 아클레의 영향력은 컸다. 그녀는 특히 아이들이나 빈곤층, 노동자 계층 등목소리가 없는 취약층을 대변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린 아부 아클레 ⓒ사진=무슬림타임스무슬림타임스
이번 총격은 아무런 경고성 메시지 없이 이뤄졌다. 함께 있던 알사무디는 “이스라엘군이 우리에게 영상을 찍지 말라거나 떠나라는 요청 없이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모든 기자들이 ‘언론’이라 적힌 푸른색 방탄조끼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이 아부 아클레를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측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쏜 총에 맞았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있던 입구 쪽은 몸을 숨길 곳이 없어 팔레스타인의 전사들이 가지 않는 곳인데다 이스라엘군이 체포하려던 용의자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총격의 유형도 달랐다. 팔레스타인 전사들은 주로 연속적으로 총알을 분사하는 반자동 소총을 사용하는데, 기자단에게 날아오는 총알은 산발적이고 정확했다. 기자들이 움직일 때에만 움직이는 기자를 향해 한 번에 총알이 하나씩 날아왔다. 그리고 아클레를 맞춘 총알은 그녀의 철모 바로 아래를 맞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부 아클레가 총을 맞기 몇 분 전에 제닌 난민촌 입구에 도착했고, 이미 그곳에서는 총격전이 없었다는 목격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제닌 난민촌 골목에서 팔레스타인 무장항쟁 세력이 총을 쏘고 있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아부 아클레가 그들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이스라엘군은 입장을 바꿔 같은 날 오후에 이스라엘군 총사령관이 “현재로서는 아부 아클레가 누구의 총에 맞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의 란 코차프 대변인은 군 라디오를 통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군인들이 누군가를 향해 총을 쏘고 그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고 해도 그건 교전 중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코차프는 아부 아클레가 무장한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매체에서 일을 했다며 “말하자면 그녀는 카메라를 들고 싸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도 처음에는 “아부 아클레의 사망 원인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총기 난사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가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치러졌다. 2001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고위 인사 파이살 후세이니 이후 팔레스타인 장례식으로는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였다. 이스라엘 경찰은 진압봉으로 모인 사람들을 구타하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찢었으며 섬광탄을 터뜨리면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아부 아클레의 관이 땅에 떨어질 뻔도 했다. 이후 이스라엘 경찰이 아부 아클레의 관이 실린 영구차를 호위하면서 영구차에 부착된 팔레스타인 국기를 뜯어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경 없는 기자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이스라엘군에 의해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기자가 최소 144명, 살해된 기자는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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