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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대통령과 서초동 친위대

윤석열 대통령이 기어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한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윤 대통령과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핵심 보직에 앉혔다. 이른바 ‘서초동 친위대’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는 검찰 진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 검사들. 윤 대통령 오른쪽 첫번째부터 박찬호 수원고검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강남일 대검 차장 ⓒ뉴시스

친위대라는 것은 원래 왕정 시절 귀족의 사병이나 민병이 아닌 군주가 거느린 군대를 일컫는 말인데, 공화정과 3권분립이 확립된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문민통제가 작동함에 따라 사라진 개념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대엔 알렉산드로 3세의 ‘헤타이로이’, 로마 제국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거느리던 ‘프라이토리아니’, 근현대사에서는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를 보위하던 ‘슈츠슈타펠’이 대표적인 친위대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독재자 박정희 친위대로 꾸려진 ‘하나회’가 있었고, 하나회 수장이던 전두환이 민간인 학살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군 조직 자체가 사실상 강력한 친위대 노릇을 했다. 이때 검찰과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들은 친위대를 보좌하는 하부조직에 불과했다.

친위대는 강력한 군주로부터 각종 특권과 특혜를 부여받으면서 괴물처럼 군림한다. 군주의 입장에서 친위대는 가장 믿을 수 있고 강력한 방탄복이다. 반면 언제나 친위대의 반란을 경계해야 한다. 수틀리면 자신을 몰아낼 수 있는 막강한 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친위대 내 권력투쟁도 위험 요인이다.

군부 친위대가 사라진 이후 가장 권력자 친위대에 가까운 성격을 보여주는 조직이 있다.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권력자 입장에서 친위대가 가진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권력자가 강력할 때는 철저하게 복종하는가 하면, 권력자가 민심을 잃거나 조직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행보를 할 때 과감하게 권력자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87년 이후 가장 강력한 정권 친위대로 군림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지니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 조직의 수장이었다가 대통령이 된 통치자가 있고, 조직을 직접 지휘하는 인물은 대통령의 최측근 법무부 장관이다. 그리고 최근 인사 단행으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조직의 요직에 앉았다. 이들 사이의 신뢰 관계는 어느 정권 때보다도 두텁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검찰개혁 움직임에 저항하면서 때로는 징계와 좌천이라는 비를 함께 맞으며 끈끈해진 상태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기반한 의리,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왔다는 과잉 자의식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조직보다 폐쇄적인 검찰 내에서 반기를 들 검사는 별로 없어 보인다. 임은정 검사를 한직으로 보내버린 것처럼 인사 조치를 하면 그만이다. 검찰 출신 대통령실 금고지기(윤재순 총무비서관)와 간첩조작 전력의 군기반장(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든든한 조력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 분리법에 합의했다가 한동훈 장관 전화 한 통에 합의를 번복한 데서 알 수 있듯 여의도의 여당은 정권의 완력에 허수아비로 전락한 상태다. 문민통제가 무력화될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를 뒤집어보면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가 필요없다는 말로도 읽힌다. 장관 지휘권이 없어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식구들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부동의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폐단을 피부로 느끼고 나서, 그때서야 무언가를 하기란 쉽지 않다. 민중들의 빠른 자각과 그 자각을 이끌어줄 유능한 정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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