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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PEF 가입, 서두를 일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입국 직후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21일엔 윤석열 대통령과 공식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2일엔 한국을 떠나 24일까지 일본에 머무른다. 일본에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아시아 순방 일정 마지막인 24일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를 연다. 윤 대통령도 이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시정연설에서도 IPEF참여를 공식화한 바 있다.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경제안보에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도 "IPEF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군사·경제 동맹이 주였던 기존 한미 관계의 협력 범위를 넓혀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IPEF가 이점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이 IPEF를 추진하는 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이른바 미국의 '동맹'들로 그 자리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하는 것도 반도체를 핵심으로 하는 기술 동맹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당연히 중국의 반발은 피할 수 없다. 지난 10일 취임식 특사로 방한했던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윤 대통령 앞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중 간 공급망"을 언급했고, 왕이 외교부장도 16일 박진 외교장관과의 화상 통화에서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PEF가 미국의 구상대로 굴러갈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천명한 후 쿼드를 통해 경제·군사적 동맹을 구상했지만 인도의 비협조로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앵글로-색슨 중심의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도 비슷하다. 지금 IPEF를 통해 새로운 경제 프레임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아세안의 미온적인 태도나 중국이 실제 국제 공급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볼 때 IPEF가 순항할지는 알기 어렵다.

나아가 중국과 큰 규모의 무역을 갖고 있고, 국내 시장이 좁은 우리로서 미국 일변도의 경제외교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이는 일본과도 다르고, 동남아시아 국가와도 다르다. 무엇보다 이 정도 결정을 하려면 충분한 숙고와 여론 수렴이 필수적이다. 새정부 출범 몇 일만에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당장 우리 국민 대다수는 IPEF가 무엇인지조차 안내받지 못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진영 대결의 최전방을 자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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