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송영길 공공임대주택 분양 전환 공약 철회해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23만호 중 15만호를 임대 후 분양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저소득층을 주거빈곤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송영길 후보는 기존 임대주택 중에서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등 보증금이 없는 주택은 지금처럼 남겨두고 이를 제외한 요건이 되는 15만호의 임대주택을 임대후분양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사다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으로 전환하면 현재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그 주택을 분양받을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은 쫓겨날 수 있다. 그의 정책대로면 주택을 ‘살 수 있는’ 수요층을 위해 주택을 ‘사기 어려운’ 저소득층의 집을 빼앗는 꼴이 된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그나마 조금씩 늘려온 공공자산이자 사회안전망을 허무는 정책이다. 서울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이른바 ‘지옥고’라 불리는 지하, 옥탑, 고시원 등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68만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 가구 중 18%가 주거빈곤에 놓여있다. 그나마 있는 공공임대를 민간에 넘기는 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오히려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이유다.

수요측면에서 보더라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높다. 서울시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무주택 임차가구 중 68.7%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월세 가구의 72.7%가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했다. 분양 청약에만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이 형성되는 게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청약 경쟁률도 그렇다. 심지어 100대 1을 넘기도 한다.

게다가 내 집 마련 수요층이 원하는 주택이 과연 공공임대주택과 맞을지도 의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상당수가 좁은 평형대다. 설령 주택을 분양받는다고 해도 되팔거나 임대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된다면, 낮은 임대료로 제공되던 주택이 높은 임대료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2022년 발간된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민간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차이가 56만1천원에 달했다. 공공임대주택을 당장 15만호 없앨 경우 공공임대에서 민간임대로 넘어가는 이들의 고통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비슷한 정책이 영국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된 적이 있다. 1980년대 대처 정부 당시 ‘Right to buy’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임대주택 민영화를 추진했다. 시간이 흘러 이 당시 민간에 팔린 주택의 40%는 다시 임대됐고, 임대료는 공공임대에 비해 2배 높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처 정부는 이 정책을 내놓으며 ‘재산소유 민주주의’를 약속했지만, 결과는 임대료 상승이었다. 

사회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지도 못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도 서울시민이며 유권자다. 송영길 후보는 ‘누구나 집’이라는 자신의 슬로건에 온갖 주택 정책을 욱여넣고 있는 모양새다. ‘누구나 집’ 정책은 여러 공급 정책 중 하나로 선택하기에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모든 주택 공급정책을 이것 하나로 대체할 수는 없다. 급기야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사회안전망을 허물어가며 추진한다면, 그 정책은 서민 주거 안정은커녕 해악이 되는 정책이다.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옳다. 적어도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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