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 1·2호선 환승구간에서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추락 참사 관련 서울시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2.04.11. ⓒ뉴시스
지난 4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추락사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지하철 운영사의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내사 종결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장애인 단체가 유감을 표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6일 논평을 내고 “사고의 주범은 서울시임에도 불구하고 강서경찰서는 사건을 종결했다”며 “양천향교역에서의 장애인의 죽음은 권고라는 허울에 갇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실험용 죽음이었던 것인가”이라고 규탄했다.
전장연은 “서울시는 이미 계속된 지하철 내 에스컬레이터 추락사고와 사망사건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입구에는 모두 진입 차단봉이 설치돼있다”며 “지하철 9호선 민간운영사업자에게 에스컬레이트 진입차단봉은 의무가 아니고 권고 사항이었기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경찰의 발표는 장애인의 사고로 인한 죽음이나 다치는 것 역시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인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장연은 “장애인이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리프트와 에스컬레이터 추락으로 사망하거나 다친 수많은 사건에 대하여 서울시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식적인 법적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며 “서울시는 살인기계 리프트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부주의했던 개인 잘못으로 치부했고, 지금까지 장애인들의 죽음에 ‘유감’만 표했으나, 법적으로 인정되는 ‘사과’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리프트와 에스컬레이터에서 죽어간 장애인들의 목숨이 서울시가 이미 그 위험이 반복되어 왔고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고하는 수준으로 치부할 수 있는 실험용 목숨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서울시는 장애인들의 죽음에 답을 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 강서경찰서는 향천향교역 운영사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안전총괄책임자를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살핀 끝에 사건을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하기로 했다고 전날 밝혔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에 휠체어의 진입을 막는 차단봉이 설치돼있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입구 폭도 다른 역보다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A(59)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7일 낮 가양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승강장으로 내려가 지하철에 탑승했다. 이후 양천향교역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 두 대를 지나친 뒤 엘리베이터를 잠시 쳐다봤다가 이를 지나쳐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것으로 조사됐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사가 가팔라 휠체어는 곧바로 뒤집혔고 A씨는 굴러떨어졌다. 119가 A씨를 병원에 옮겼지만 그는 끝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