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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소리 내지 말고, 일은 열심히 해” 가부장적 민주당 보며 정춘숙이 한 다짐

[민주당이 말해야 할 것들①] 성평등과 인권

들어가는 말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정치사에서 갖는 위상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치투쟁의 선봉에 서면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고, 그 이래로 민주당은 정치 진영의 왼쪽을 대표하는 거대한 축을 담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2년 전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획득한 이후 작년 보궐선거와 올해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까지 연달아 패배하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위상 정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그러한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가깝게는 8월 말 전당대회, 멀게는 2년 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조직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16개 본부를 6개로 통폐합했다. 그 과정에서 젠더 의제를 내실 있게 준비하고 총괄하던 ‘여성본부’가 사라졌다. ‘어떻게 여성본부를 없앨 수 있냐’는 항의에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그거(여성본부) 해주면 청년도 하나 만들어줘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여성본부의 일원이던 민주당 정춘숙(재선) 의원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막 사무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차별”, “탄압”이라고 표현했다.

정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며 “여성들이 대선에서 반전을 일으켰고,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 후보가 0.73%포인트로 석패했다. 엄청난 일을 했는데 우리의 이름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은 한 번도 여성본부 없이 대선을 한 적이 없다. 당이 되게 문제 있는 선거를 했다”고 짚었다. 19대 대선(문재인 후보) 때 민주당 선대위에는 ‘성평등 본부’가 있었다.

이 상황은 꼭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활용한 것과 똑같다”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정 의원은 말했다. “가부장제에서 여성에게 요청된 역할, ‘너는 대표성 갖지 마, 너는 목소리 내지 마, 너는 얼굴 보이지 마 그런데 일은 열심히 해’ (당이) 그렇게 한 거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니까. 이름 없이 열심히 일만 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06 ⓒ민중의소리

역설적으로 정 의원이 민주당의 자부심 중 하나로 여겼던 건 ‘성평등 가치’였다. 그는 생전 동교동 집 대문에 고(故) 이희호 여사의 문패를 나란히 걸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일화를 떠올리며 “김 전 대통령은 이 여사를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게 해준 사람이고, 정치적 동반자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게 정말 속상하고, 창피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당원의 투표로 선출된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런데 그의 권한이 지명 당무직인 사무총장보다 못하다. 민주당에서 여성이 사무총장 자리에 임명된 일은 손에 꼽힐 정도다. 당내 요직으로 꼽히는 사무총장은 주로 남성 의원들의 몫이었다. 정 의원은 “사무총장, 사무부총장은 다 들어가는데 저는 가지 못하는 당내 회의가 있다.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3선이 되어도 여성은 사무총장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당이 못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성 의원들과 허심탄회 얘기해야겠다. 도대체 뭐냐. 당내 성폭력·성희롱 사건 때문에 성평등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건가. 아니면 무시하고 싶은 건가.”

민주당이 ‘성평등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비율로 의사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정 의원은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전반적인 성평등 의식 수준이 일반사회보다 낮은 국회”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성은 민주당 당원 비율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당 요직 열에 아홉은 남성들이 앉아있다.

정 의원은 “유치하지만 의사 결정하는데 여성이 있나, 빠졌나 꼭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여성이 우리 사회의 힘과 자원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정치에 들어와야 한다. 연대하고, 노력하겠다. 제가 한이 맺혔다”고 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06 ⓒ민중의소리
- 정 의원이 생각하는 ‘성평등 정당’, ‘인권을 보장받는 정당’은 어떤 모습인가.
“여성 구성원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동등한 수준으로 대표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당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상당한 숫자인데 돌아보면 당에서 중요한, 눈에 안 보이지만 사실상 당을 움직이는 그런 직책에 여성이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성평등한 당이라면 여성이 전면에서 똑같은 정도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성평등이 민주당의 핵심 이슈로 올라왔다고 생각하나, 부족하다고 느끼나.
“부족하다. 대선이나 총선 정책공약으로 성평등 문제를 잠깐 얘기한다. 지난 대선 때는 국민의힘의 ‘이대남(20대 남성)’ 전략으로 성평등 이슈가 (당내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이야기됐지만, 그 이후에는 주요한 메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 않다.”

- 이유는 무엇일까.
“성평등을 ‘여성의 권리’ 수준으로, ‘성폭력·성희롱하지 말아야 한다’는 수준으로 매우 협소하게 이해하는 면도 있고, ‘내 문제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고, 두려워하는 점도 있다. 앞서 말한 당내 여성의 대표성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여성이 대표성을 갖는 위치,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많이 있으면 당연히 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없기 때문에 메인 이슈가 되지 않는 거다.”

- 지명 당직에 여성이 잘 포함되지 않는 거 같다.
“여성에게는 고정적인 역할, 대변인 정도의 자리만 주어진다. 저도 전국여성위원장이지만, 당무 핵심을 다루는 역할을 못 한다. 당을 정말로 좌지우지하는 핵심 자리에 여성을 세워주지 않는다.”

- 지난 2020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며 ‘당 내부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어느 정도 실현했다고 생각하나.
“별로 실현 안 됐다. 일단 제 임기가 2020년 10월부터 2년인데, 코로나가 너무 심한 상태라 뭘 할 수 없는 시기였다. 온라인으로 의원들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대선과 지선 과정에서 역할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자라고 부족하다. 2020년 7월 ‘박원순 사건’을 비롯해 당에 큰 성 비위 사건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여성 의원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는 박완주, 최강욱 의원 사건이 있었다. 제가 요즘 의원총회 가면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남성 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겠다. 도대체 뭐냐. 당내 성폭력·성희롱 사건 때문에 성평등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건가. 아니면 무시하고 싶은 건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다. 그들과 많이 교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은 젠더 이슈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당이 여전히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예를 들어 당에서 이미 법안을 냈지만 차별금지법의 경우 '국민적 합의'를 많이 얘기하는데 이런 것이 민주당의 굉장한 어려움이다. 욕을 많이 먹어도 (당이) 필요한 법은 밀어붙이고, 국민이 하자고 하는 건 이유를 대며 안 할 때가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표리부동한 태도가 문제 되는 건 사실이다. 차별금지법도 논쟁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법 제정의 시작이다. 논쟁도 못 하게 원천 봉쇄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문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06 ⓒ민중의소리

“권력형 성범죄, ‘국민의힘이 더 심하다’는 말은 할 필요 없어”

- 민주당 내 권력형 성범죄를 비판하는 잣대를 두고 ‘국민의힘은 더 심하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인사들이 있다.
“국민의힘에도 성폭력 사건이 없지 않지만, 민주당이 돋보이는 건 우리 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 때문일 수 있다. ‘국민의힘이 더 심하다’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더 심하니까 우리는 괜찮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가, 왜 계속 이런 질타를 받는가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는 어떻게 잘할 것인가, 창피한 오명을 어떻게 벗을 것인가, 세상의 변화와 조응해 어떻게 성평등한 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냐를 고민하는 게 핵심이다.”

- ‘페미니즘’에 대한 민주당의 관심도와 이해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민주당의 ‘성평등 지수’를 표현한다면.
“점수화하는 게 의미 있을까. 매우 부족하고, 매우 낮다. 제가 국회에 와서 굉장히 놀란 건 국회의 전반적인 성평등 의식 수준이 일반 사회보다 낮다는 점이다. 일반 사회나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이 국회에서는 발생한다. 국회가 가진 권력화 된 속성들이 직원 채용 등 과정에서 드러난다. 사회가 성평등을 향해 달려 나가는 거에 비하면 국회는 상당히 부족하다. 의원들을 보면 본인이 법을 만드는데 그 법이 어떻게 적용돼서 세상이 변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거 같다.”

-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사건에 관한 민주당의 대처를 어떻게 평가하나.
“박완주 의원 사건으로 경각심을 많이 갖게 됐다. 국민께 죄송하다. 당의 대처는 잘했다고 본다. 박 의원의 경우 탈당하게 했고, 최 의원의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징계 경우에도 ‘진실이 뭐냐’도 중요하지만 그런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거 자체가 굉장히 문제였다.”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3년째 입법 공백 상태다. 정 의원은 지난 1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낙태죄 대체 입법을 국회가 조속히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으로 짚었다.
“3년째 안 하고 있는 건 국회의 임무 방기다. 논쟁이 두려우니 갈등적 요소를 뒤로 미루는 거다. 결국 제도 보완을 미루면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여성의 건강권이다.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8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하도록 당헌·당규를 정비하겠다고도 밝혔다.
“6월 말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산하 ‘당헌·당규·당무 발전 분과위’에 관련 안을 제출했다. ▲광역·기초단체장 여성 공천 광역 10% 이상, 기초 20% 이상 의무화 ▲상설위원장 등 임명 당직에 여성 30% 이상 확대 ▲당 윤리규범에 2차 피해 금지 의무 마련 및 ‘피해 호소인’ 명칭 삭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여성 50% 구성 의무화 등 조항을 담았다. 분과위에서 의결돼야 하는데 사실 굉장히 어렵다. 지난해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재심위원회 구성 시 여성 위원을 정원의 50% 이상’으로 하도록 당헌·당규에 관철시키기 위해 네 번의 회의를 했는데 회의 때마다 다수가 반대하고 또 반대했다. 책상을 치며 막 토론했다. 어렵게 통과시켰다. 당내에서 여성이 일정한 정도의 위치를 갖도록, 성평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도록 당헌·당규를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치열한 투쟁이 힘들게 이뤄지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06 ⓒ민중의소리

“여성 사무총장 임명해야...최고위 여성 비율 30% 이상 필요”

- 여성 할당제에 대한 내부 거부감이 여전히 큰 것 같다.
“그렇다. 우리가 사회경제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시점이 왔을 땐 할당제를 안 하게 된다. 사실은 한시적 할당제인 건데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인구수로 보면 의회의 2분의 1이 여성이 돼야 하는데 안 되고 있다. 할당제를 반드시 해야 한다. 출발선이 다 다른데 똑같이 뛰라고 하면 그건 불공정한 게임이다.”

- 정 의원은 초선 의원 시절부터 민주당 의원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도 계속하고 있나.
“요즘은 안 하는데 최근에 인천시당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 가서 한 적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왜 성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말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원한다면 젠더에 눈떠라’가 강의 제목이었다. 2018년에 민주당 의원들에게 성교육할 때 제가 민주당 출입하는 여성 기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물은 적이 있다. 기자들이 ‘그 회사는 얼굴로 사람 뽑나 봐’라는 남성 의원들의 농담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이야기를 강의 때 언급했더니 의원들이 너무 깜짝 놀라더라. 그밖에 잘못된 농담을 몇 개 짚어줬다. 저는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술 마시는 건 좋아하지만 러브샷은 싫어합니다. 춤추는 건 좋아하지만 블루스는 안 춥니다’라고.”

- 민주당이 성평등과 인권에 있어 한발 나아간 정당이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입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사무총장 여성으로 임명하고, 9명의 최고위원 중 최소한 여성은 3명이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다. 한 집단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율의 한계치를 30%로 본다. 의사 결정 구조에 여성이 많이 포진해야 한다. 여성의 의회 진출을 확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하고,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해야 한다. 성평등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 문화, 언론 분야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 성평등 및 인권 감수성 함양을 위해 민주당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나.
“느리지만 성평등 교육 계속해야 하고, 의사 결정하는데 ‘여성이 빠진 게 아닌가’ 꼭 살펴봐야 한다. 유치하지만 그런 일을 하나씩 해야 한다. 지난 4월 20·30대 여성 당원 참여 그룹 ‘블루스타트포럼’을 발족했는데 활성화해야 한다. ‘개딸’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개딸’이라는 표현은 가부장제 사회 속 아빠와 딸을 연상시킨다. 그건 개혁이 아니다.”

끝으로 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젠더 갈등을 부추긴 것에 책임이 있다. 제가 대선을 치르며 정말 많은 남성들과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당의 재선 의원이지만 당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화돼있다는 것을 많이 알게 됐다. 권력이 어떤 건지 다시 한번 느끼며 분노했다. 당의 중심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 많은 여성과 연대해 그들이 정치에 도전하고 정치에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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