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동자의 호소 “일요일 의무휴업 폐지? 윤석열 정부에 울화가 치밉니다”

“제목만 보고 ‘좋아요’를 눌러서 결정되는 이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

국민제안 TOP 10 온라인투표 모습 ⓒ국민제안 홈페이지 캡처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온라인 투표를 거쳐 국정에 반영하도록 적극 추천하겠다고 밝히자 마트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나마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쉴 수 있게 됐는데 이마저도 윤석열 정부가 빼앗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노동자의 일요일을 지켜달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일명 ‘국민제안 온라인투표’를 반대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가 운영해온 청왇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새로운 대국민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을 신설했다.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청원을 비공개로 받고 그중에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우수 제안’을 선별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불투명한 절차로 인해 정부 입맛에 맞는 제안이 우선 추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찍이 나왔다.

그렇게 처음으로 선별된 ‘10대 우수 제안’이 전날 공개됐는데, 그 중 하나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였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생활 밀착형, 공감할 수 있고 시급히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기준으로 10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취지로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을 근거로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일부 대형마트는 일요일 두 차례 문을 닫는다.

국민제안심사위는 ‘10대 우수 제안’을 놓고 21일부터 열흘간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국민투표를 벌여 ‘3대 우수 제안’을 추린 뒤, 국정에 반영되도록 적극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통 대기업은 매출 상승을 기대하며 활짝 웃는 표정이다. 덩달아 증시도 요동쳤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출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7.20. ⓒ뉴시스

이를 두고 마트노동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홍현애 서울본부장은 “마트노동자들 모두 저와 똑같은 마음으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쟁취한 휴일인데 누구 마음대로 건드리냐”며 “‘국민제안’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온라인투표를 가지고 나온 윤석열 정부에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정기휴무가 없었던 10년 전,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근무를 했을 때 그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온다”며 “윤석열 정부는 10년 전 그때로 되돌아가라고 한다. 또다시 가정의 대소사 등을 챙길 수 없는 시간으로 되돌아가라고 한다. 아찔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그나마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 정기휴무가 생긴 후, 나도 이제 사람답게 가족과 일요일을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며 “작고 소박한 행복권과 건강권, 휴식권까지 빼앗으려 하는 윤석열 정부와 신세계 이마트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수경 여성국장 역시 “현장에서 근무 후 정기휴점일에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유통재벌의 이익과 이해를 대변하려고 유통산업발전법을 무력화하려고 한다”며 “말도 안 되는 국민제안 온라인투표를 진행한다는 행태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매우 토요일, 일요일에 쉬니깐 마트노동자의 고통을 모르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는 유통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노동자의 삶을 내팽겨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국장은 “당연히 온라인투표를 하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 시민들은 찬성하지 않겠냐”며 “그러나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주말에 쉴 수 있는 휴식권이 제한되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악은 막아야 한다”며 “남편, 아내, 딸을 위해서 온라인투표를 저지할 수 있도록 모든 시민이 나서서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마트산업노조 정민정 위원장은 “대형마트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그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나? 아니면 그것이 상식인가”라고 반문한 뒤 “아니다. 대형마트가 24시간 연중무휴 영업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 사회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런데 마치 그것이 상식이고 정상인양 이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생기게 된 배경에 대해 “노동자들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며 호소했고,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영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에 많은 시민들이 동의해 주었다”며 “그 결과 2011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어 대형마트 24시간 영업이 중단되고, 월 2일의 의무휴업일이 시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우리 사회가 대기업의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중소상인과 노동자들이 함께 상생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고객들은 일부 불편이 야기될 수도 있지만, 기꺼이 노동자들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 보장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일요일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것을 동의해 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실은 윤석열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제안 투표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인데, 10가지 정책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도 않는다. 제목만 보고 ‘좋아요’를 눌러서 결정되는 이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대형마트를 애용하시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힘들게 살고 계시는 모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민기만 투표를 막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기만 투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달라. 그래서 마트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하라 권리와 휴일을 지켜달라. 마트노동자의 인권과 삶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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