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42도’ 건설 현장, 왜 산안법상 고온고열 작업이 아닌가”

건설노조, 건설 현장 보호 위한 고용노동부령 개정 촉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건설현장 폭염 실태 폭로 및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24. ⓒ뉴시스

"저희는 뙤약볕 아래 뜨거운 태양을 피할 그늘막 하나 없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합판 위에서 그야말로 질식하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회사에 물과 그늘, 휴식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해결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 보면 여름이 다 지나갑니다."

경기도 한 건설 현장에서 형틀 목수로 10여년째 일하고 있는 노영용 씨가 24일 전한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다.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건설 현장이 수두룩하지만,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 작업은 고온고열 작업에 속하지 않아 건설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한 달 온열 재해 사망으로 추정되는 건설노동자는 5명. 고용노동부는 '열사병 위험 경보'를 발령했지만, 사업주에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권고만 할 뿐 제도상 허점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정부도 사업주도 건설현장 실제 온도 조사하지 않자 직접 나선 건설노조
정부 폭염 지침 지키지 않는 건설 현장도 '수두룩'


건설노조가 8월 22일부터 이틀간 1135명의 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건설노조 제공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건설 현장의 실태를 폭로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건설노조가 지난달 12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국 건설 현장 300곳에 온습도계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 기상청에서 발표한 체감온도와 실제 현장의 체감온도는 평균 4도 이상 차이가 났다. 10도 이상 큰 차이가 난 곳도 41곳이나 됐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체감온도는 폭염 특보의 기준이 되며, 정부 폭염 지침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치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 건설사에서도 실제 건설 현장의 체감온도를 측정하지 않아 노조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이다.

건설노조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기도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체감온도는 42도였지만, 기상청 발표는 31.0도였다. 경기도의 또 다른 건설 현장의 체감온도는 40도로 측정됐지만, 기상청 발표는 29.7도였다. 건설 현장에는 햇볕을 가릴 지붕도 없는 데다가 철로 된 자재들이 많아 기상청 발표와 온도 차이가 크다는 게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정부의 폭염 지침이 정작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열사병 예방을 위해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할 수 있어야 하며, 폭염경보나 체감 온도 35도 이상의 경우 14~17시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옥외작업을 하면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은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노조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1천135명의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폭염특보 발령 시 매시간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298명(26.3%)에 불과했다. '재량껏 쉬고 있다'는 답변은 644명(56.7%), '쉬지 않고 일한다'는 답변은 17.0%다.

옥외 작업 중단 역시 비슷했다.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는 응답은 664명(58.5%)으로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정부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령에서 빠진 '고온' 작업 규정
건설노조 "온도에 따른 사업주 예방조치 등 보호 못 받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실태 폭로 및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시원한 폭염법 촉구' 아이스 안전모 챌린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건설노조는 건설 현장에서 정부의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이유로 제도상 허점을 꼽았다.

산업안전보건법 3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온에 의한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가 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고열' 작업만 정의하고 있을 뿐, '고온' 작업에 대한 규정이 빠져 있다.

건설노조는 "고열 작업은 용광로나 도자기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고열에 노출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장소를 기준으로 고열 작업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행 법체계에서 '건설 현장 옥외작업'은 산안법상 고온고열 작업이 아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규율하고 있는 온도계 비치 등 사업주가 온도에 따른 예방조치 실시, 작업장에 탈의 시설, 목욕시설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령의 개정을 촉구했다.

건설노조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건설 현장에서 온도를 측정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가 했어야 할 사안들을 죽고, 다치는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강 위원장은 "법과 제도가 없고, 처벌이 없는데 누가 돈 들여 없던 조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나"라며 "가장 덥고, 가장 많이 죽는 건설 현장 옥외작업을 산안법상 고온고열 작업으로 분류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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