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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통치 경보 ③] 경찰국 설치로, 31년 전으로 회귀?

역사적 법 개정 취지 무시, 경찰위 패싱도 논란...“법치주의 훼손”

서강오 전국경찰직장협의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2022.07.13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 시행령 통치

“법치주의”를 외치며 집권한 정권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시행령 통치’ 때문이다. 시행령은 헌법과 법률의 하위 개념으로, 국회의 영역인 헌법·법률과 다르게 시행령은 대통령의 영역이다. 하지만 시행령은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도 나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법률의 취지와 다른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려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시행령 통치, 이대로 괜찮은 걸까?

① 박근혜 정권 몰락의 도화선 반복되나
② 검찰 수사권 되찾기 위한 무리수
③ 경찰국 설치로, 31년 전으로 회귀?
④ “국회법 개정 등 사전·사후적 통제방안 마련해야”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또한 ‘위법·위헌 논란’이 일었다. 경찰국 설치에 관한 시행령 개정이 모법인 정부조직법의 취지와 부딪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경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강화하여 최측근 장관을 통한 경찰 직할통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 우려하고 있다.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경찰국 신설
국가경찰위 패싱 논란도 더해져
야당, 경찰, 시민사회 등 반발


정부는 지난 7월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행안부 직제 개정안을 마련했다.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국에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인력을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경찰국은 이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2일 자로 공포·시행됨에 따라 출범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삭발과 단식 등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전국 경찰서장들이 의견을 모아 반대 입장을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전달하려 했다. 그러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를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서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전달하기로 한 뒤, 후보자와 점심을 먹는 일정까지 잡았는데, 이를 두고 과거 군 사조직이 일으킨 군사반란에 비유하며, 경찰들을 반역자로 몰아간 셈이다. 또 본보기로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경찰의 입을 틀어막았다.

윤석열 정부는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경찰국 신설을 속전속결로 강행했다. 입법예고를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취지에도 부합하고 규정상에도 40일 동안 하게 돼 있지만, 행안부는 논란의 경찰국 신설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4일 만에 끝냈다. 이상민 장관은 “4일도 많이 한 것”이라고 당당히 생색을 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국 신설은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의결 사안인데, 경찰위를 거치지 않아, ‘국가경찰위원회 패싱 논란’도 더해졌다.

일선 경찰관들을 비롯해 다수의 경찰 간부까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 이유는 통제를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통한 통제는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더 나은 민주적 통제 방식이 기존에 있기 때문이었다. 야당과 시민사회·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 강화를 통한 시민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정부조직법 제31조 ⓒ민중의소리 유튜브 채널 '곰곰이'

장관 사무에서 ‘치안·경찰’이 빠진 이유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한 통제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더 문제가 된 점은 해당 시행령의 위법·위헌 논란이다. 다수의 학자와 법률가는 경찰국 신설이 “위법·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이자, 검찰 출신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조차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경찰국 신설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이유는, 시행령이 상위 법령인 정부조직법의 취지와 충돌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고, 경찰법이 제정된 배경을 알아야 한다.

1948년 처음 정부조직법이 제정됐을 당시, 해당 법령에는 내무부(지금의 행안부) 장관의 사무로 ‘치안’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1960년 4.19 혁명 직후, 개정된 정부조직법에서는 내무부 장관의 사무에서 ‘치안’이 빠졌다. 그리고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그해 10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또다시 내무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명시됐다. 또 내무부에 치안국이 설치돼, 경찰이 정권의 수족처럼 움직였다. 그러다 1987년 개헌 이후 1990년 다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서, 내무부 장관 소관 사무에서 ‘치안’이 다시 삭제됐다. 그리고 1991년 경찰법이 제정되면서 내무부 안에 있던 치안국이 외청(外廳)인 경찰청으로 독립했다. 또 국가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면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 시스템이 일부 구축됐다.

‘치안’이 내무부 장관 사무에서 삭제됐다가 다시 장관 사무로 규정되길 반복하는 시기만 봐도, 그 취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민주화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장관 사무에서 ‘치안’은 독재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복원됐고, 민주화가 진행될 때 삭제됐다. 실제로 1990~1991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고 경찰법이 제정될 당시,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으로 경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이를 당시 국회가 일부 수용해 법 개정에 나섰던 것이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잃어버린 경찰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88년 12월 13일 제144회 국회 내무위원회 회의록에 기록된 정부조직법 개정 및 경찰법 제정에 관한 위원 발언. ⓒ국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창설된 경찰이 그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 집권세력의 정권 유지를 위한 전위역을 담당함으로써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장애요소가 되어 왔기 때문에 경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내무부 산하의 경찰기구를 독립시켜 공안위원회를 설치하고…” - 1988.12.13. 제144회 국회 내무위원회 회의록 제11호

1990~1991년 개정 이후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뺀 현재의 정부조직법은 31년째 유지됐다.

이 같은 취지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와 법무부 장관의 사무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문구를 비교해 보면 더욱더 분명해진다. ‘법무부 장관의 사무’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32조 제1항을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며 소관 사무로 ‘검찰’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반면, 행안부 장관의 사무를 규정한 동법 제34조 제1항을 보면 어디에도 행안부 장관의 사무로 ‘치안’ 또는 ‘경찰’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31년 전 법 개정 때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뺐기 때문이다. 대신, 경찰법(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국가경찰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을 두고, 국가경찰위를 통한 민주적 통치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의 역사 및 취지가 무색하게, 내무부에 치안국을 두어 치안 사무를 관장했던 독재정권 때처럼, 하위법령인 시행령 개정으로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제정해서 경찰에 대한 직접 통제에 나섰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치안’과 ‘경찰’에 관한 사무를 장관이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법치농단저지대책단, 박범계 의원실, 기동민 의원실 등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시행령 통치의 문제점 토론회'을 열었다. ⓒ박범계 의원실 제공

서보학 교수 “법치주의 훼손”

다수의 학자와 법률가들은 이 같은 시행령 통치를 두고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박범계·기동민 의원실 주최 토론회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없이 행안부의 독단적 결정에 의거, 하위법령인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설치하고 치안 사무의 주체인 경찰청을 직접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것이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에 관한 인사, 예산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 경찰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라며 “경찰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장관의 승인·지휘로 이루어지는 모든 경찰행정행위는 무효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경찰 통제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찰과 시민사회, 야당이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변했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 출신 이완규 현 법제처장도 경찰국 신설을 두고 “법률의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령(시행령)은 법률 범위 내에서 제정되어야 하는데, 경찰이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려 한다”며 시행령 통치의 문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한 바 있다.

이완규 현 법제처장, 2011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기사 PDF 화면 ⓒ문화일보 기사 PDF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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