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위험작업 불이행하면 일자리 잃는다’ 협박한 원희룡

민주노총 건설노조 “월례비 수수에 대해 처벌하려면 위험작업지시에 대해서도 처벌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자료사진. ⓒ뉴스1, 국토교통부 제공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타워크레인 월례비 거부를 선언하는 동시에 건설업계에 주 52시간 노동과 안전작업을 준수하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법 태업”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위험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협박”이라고 응수했다.

원 장관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일부 타워크레인 노조가 근무시간 제한, 특정작업 거부를 예고하고 있다. 주 52시간, 위험작업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며 “사실상 건설현장을 마비시키고 업체를 못 견디게 하여 굴복시키려는 태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법상 태업은 쟁의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불법이기 때문에, ‘준법투쟁’이 아니라 ‘불법태업’”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위험작업인지 판단은 안전관리자가 하는 것이지, 근로자가 멋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법태업으로 얻을 것은 면허정지이고, 잃을 것은 일자리이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성실히 일할 근로자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고 엄포했다.

원 장관의 발언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주장하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근절’에 동의한다고 밝힌 뒤 건설업계에 그동안 월례비의 대가로 요구했던 위험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란 원청업체(시공사)으로부터 도급을 받아 건설현장에 투입된 여러 하청업체(전문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일종의 수고비다. 보통 매월 지급되기 때문에 ‘월례비’라고 불리는데, 노조는 이를 ‘성과금’이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월례비는 연장근로수당, 급행료, 위험작업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월례비는 하청업체의 요구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같은 월례비의 성격을 무시한 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하청업체에 월례비 지급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원 장관은 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조가 태업에 참여하지 않는 타워크레인 기사들, 비노조원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욕설하라는 지침까지 주면서 협박한다”며 이를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우리는 준법투쟁을 한다고 밝힌 적도 없다”며 “타워크레인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월례비가 근절되니 정상적으로 안전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월례비를 근절하려면 돈을 주지도 받지도 않아야 하며, 그렇게 진행돼왔던 작업들은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윤석열 정부가 원 장관이 그렇게나 바랬던 건설현장의 정상화”라며 “그런데도 장관이 나서서 ‘불법태업’이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의도적으로 노조에 ‘불법’ 딱지를 붙이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또한 “월례비가 근절되면서 작업시간이 준수되고, 위험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작업 속도는 그 전과 비교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원 장관의 말대로라면 그동안 월례비로 인해 해왔던 초과근무와 위험작업들은 그대로 하라는 것인데, 앞뒤가 전혀 맞지 않다”며 “월례비를 근절한다는 것은 오갔던 돈의 근절은 물론, 그 대가로서 진행돼 온 관행적 작업 또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 장관은 국가 건설부문의 장으로서 안전하지 않은 불법 작업을 이행하라고 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국토부가 제시하는 안전수칙을 지켜가며 작업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토부가 지난 2021년 7월 23일 타워크레인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제시한 대책들을 언급했다. 그것은 △순간풍속이 초당 10m/s를 초과하는 바람이 불 경우 작업 중지 △인양물이 명확히 보일 경우만 작업 실시 △인양물을 사람 위로 통과시키는 행위 금지 △땅 속에 박혀있거나 불균형하게 매달린 인양물의 인양 작업 금지 등의 안전수칙을 준수하라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그런데 해당 부처 장관은 이를 두고 불법태업이라며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위험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다고 각오하라고 협박한다”고 황당해했다.

나아가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의 안전하지 않은 작업에 대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은 건설노동자들의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추세며, 고용노동부조차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중지권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하라고 하는데, 국토부는 불법태업이라며 작업중지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김세희 변호사도 “노동자들은 위험작업에 대해 당연히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근로계약상의 업무를 해태하는 것이 아니기에 태업자체에 해당할 수 없다”며 “원희룡 장관이 위법을 조장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월례비 수수에 대한 처벌과 같이 위험작업지시에 대한 처벌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하지만 원 장관은 건설사의 위험작업지시에 대한 처벌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그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렇게 해서 월례비를 근절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과 국토부는 이제 노동자를 겁박할 것이 아니라, 건설사에 월례비의 대가로 진행됐던 위험작업을 시키지 말라고 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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