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물가폭등! 불평등 심화!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실질임금 UP! 부자세금 UP! 공공성 UP! 서비스노동자 민생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0.11 ⓒ민중의소리
편집자주
3년 전 소득이 1,000만 달러를 초과하면 세율을 60~70%까지 올리자고 주장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 하원의원을 거세게 비판했던 다보스 포럼이 변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13개국 갑부 205명이 1월 17일 공개서한에서 "분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올해 포럼 주제)을 논의하기 위해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엘리트 모임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본가들이 갑자기 착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부자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다보스포럼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불평등이 시장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사회의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부자들과 상류층에게까지 좋다고 주장하는 자코뱅의 기사를 소개한다.
불평등은 우리의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 지역사회 생활 및 주머니 사정에 해를 끼친다. 당신이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 어디에 속하든 불평등의 영향을 받는다. 불평등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불가피하지만, 공공정책으로 그 해약을 줄이거나 키울 수 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핵심 정책 기제 중 하나는 부유세다.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이로울 곳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뉴욕일 것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이 있는 뉴욕 주는 미국에서 가장 불평등한 주이다. 상위 1% 가구가 뉴욕 주 전체 소득의 31%를 차지해 전국의 21%보다 훨씬 높고,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이 220만 달러로 전국의 130만 달러를 상회한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뉴욕시 지부, 워킹패밀리당(WFP), ‘변화를 위한 뉴욕 공동체들의 모임’, 뉴욕 전역의 지역공동체와 정치단체들의 연합인 ‘우리의 뉴욕에 투자하라(IONY, Invest in Our New York)’는 이 말도 안 되는 불평등에 도전하기 위해 최고 부자들의 세금을 인상하고 주택, 대중교통, 교육 및 환경에 투자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절실하게 필요한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부유세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삶을 갉아먹는 불평등을 조금씩 줄일 수 있다. 불평등은 심화되는 부의 집중과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영역을 포함해 우리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뉴욕에서 부자 증세를 하려는 노력이 그런 사회적 문제를 모두 없애지는 못하지만, 불평등이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 중 일부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고삐 풀린 불평등
미국에서는 기업에게 이윤의 형태로 돌아가는 국민 소득의 비중이 점점 높아진 1970년대부터 불평등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됐다. 이미 친숙한 수치들이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볼 가치가 있다. 1978년에서 2021년 사이에 미국의 평균 근로자 급여가 18.1%, 350대 기업의 CEO 급여가 1,460% 증가했다. 1959년에 노동자 평균 임금의 59.1배였던 CEO 평균 임금이 2021년에는 노동자 평균의 399배에 이르게 됐다.
이미 부유한 부자들이 경제 성장의 과실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뉴욕 주의 상위 1%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의 소득 증가의 51.4%를 가져갔고, 팬데믹 이후 억만장자 수가 증가해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자의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한편 조세 구조는 더욱 역진적이 됐다. 1945년 94%였던 연방 최고 소득세율이 2012년에는 35%, 오늘날에는 37%이다. 더군다나 부유한 사람들은 막대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합법적, 불법적 회피 수단을 조합해 이용하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상위 1%의 납세자가 2021년에 과소 납부한 금액이 1,600억 달러를 넘어선다고 한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와 버니 샌더스의 두 차례의 대권 도전을 계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 정치인들이 불평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난 3월 바이든 정권이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부자들의 법인세와 소득세 및 자본이득세를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것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겨우 과반을 차지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다).
불평등의 사회적 비용
불평등은 모든 국민이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도 사회 및 정치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평등한 나라의 국민은 더 광범위한 민주주의, 더 적은 범죄, 더 나은 공중 보건, 더 적은 스트레스와 불안 등 많은 이점을 누리고 있다. 이런 비용과 혜택은 취약층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보다 평등한 나라의 부자들도 사회적 이익을 얻는다.
더 평등한 사회의 이점은 사회적 응집력으로부터 나온다. 경쟁보다 협동이 사회를 풍미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연대를 제공해야 하고 자신도 연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을 가능성이 커진다. 상호 연대는 사회적 조건의 악화를 방지하고 개선하는 정책의 근간을 이룬다.
불평등은 자본가의 선거운동자금 기부, 로비, 미디어 장악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자기 이익에 유리한 정책을 관철할 수 있게 해 민주주의를 저해한다. 대법원의 2013년 결정에 따라 기업은 선거운동 자금을 무제한 기부할 수 있게 됐다. 자본가는 워싱턴 D.C.와 주도에서 매일매일 일하고 지속적으로 핵심 인물들과 접촉하며 정보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입법자와 규제 당국에게 압력을 가하는 로비스트를 지원할 수 있다. 자본의 싱크탱크는 가짜 과학을 양성하고, 환경 규제를 공격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방해한다.
불평등은 또한 사회 및 공중 보건 문제를 악화시킨다. 국민의 건강 문제는 불평등 사회에서 더 심각하며, 불평등 사회의 모든 사회경제적 계층이 그 영향을 받는다. 불평등 사회의 고소득자는 보다 평등한 사회의 고소득자보다 심혈관계 질환에서 천식,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중산층과 저소득층도 마찬가지다.
불평등 사회에는 보편적인 지원 기제가 거의 없다. 기본 필수품의 사적 공급은 필연적으로 국민 중 가장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취약계층에게 해를 끼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분명히 보여줬듯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친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선진국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지원은 미국 시스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평등 사회에서는 사람의 입지에 과시적 소비가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월한 지위를 상징하기 위한 상품에 대한 지출은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지출을 밀어낼 수 있다. 이렇게 부족하게 생산되는 재화 중 중요한 것은 여가이다. 평등 사회의 근로자는 근무 시간이 짧고, 휴일이 더 많고, 휴가가 더 길다. 예를 들어 미국의 노동자는 독일이나 스웨덴 노동자보다 연간 최소 20%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최고 부자들과 최상류층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품의 과도한 소비는 모든 국민의 생활비를 인상시킨다. 고급 상품의 가격이 중급 및 저가 상품의 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동산을 생각해 보자. 맨해튼 57번가에 있는 콘도가 1억 5천만 달러면 중산층과 하류층의 주택 가격도 인상되고 수만 명이 거리로 내몰린다.
부동산의 불평등은 교육의 불평등과 교차한다. 미국의 비합리적이고 불균등한 교육 자금 지원으로 인해 학교의 질과 수준에 대한 인식이 극심하게 달라지고, 고임금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는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부모는 좋다고 인식되는 학교들이 있는 지역에 몰리며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는 다시 부동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 가격을 인상시킨다.
불평등 사회에서는 환경 또한 더 심각하게 오염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하듯 환경을 착취한다. 탐욕스러운 자원 추출과 상품의 계획적인 단종은 상품의 낭비적인 폐기와 부자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이윤 축적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상위 10%의 소비가 탄소 배출량의 50%를 야기한다. 더욱이 불평등이 심한 지역은 환경 보호에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한다. 부자가 과세에 저항하고 거주 지역을 선택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과도한 소비로 사회에서 최악의 오염원이지만, 대량 소비도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소비 촉진을 위해 패스트 패션, 제품의 단종 및 이와 유사한 기제를 통해 제품에 대한 수요와 소비를 위한 소비를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보다 평등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 기본적인 생필품과 서비스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고, 지위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삶을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지역은 스칸디나비아 5개국으로, 산업 국가 중 부와 소득이 가장 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
부유세가 필요하다
‘부자에게 세금을(Tax the Rich)’ 캠페인은 세수의 200억 달러 증가를 목표로 한다. IONY의 2021년 ‘부자에게 세금을’ 캠페인에 대한 응답으로 법인세가 인상됐다. 50억 달러 이상을 버는 기업의 법인세가 6.5%에서 7.25%로 인상됐고, 그 보다 단계가 낮은 기업에게는 더 적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부자에게 세금을’ 캠페인은 고용 소득과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의 균등화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유가 증권을 판매하면 그 이득이 과세 소득으로 간주되지만 노동 소득보다 세율이 낮다. 즉, 실제로 일을 해서 번 것보다 집에 앉아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버는 돈에 대해 세금이 적은 것이다. IONY는 자본 이득에 다른 소득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자에게 세금을’ 캠페인은 늘어난 세수의 지출에 대한 계획도 있다. 현재는 특정 세금이 특정 지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자에게 세금을’ 캠페인은 부유세의 세수를 지출할 분야를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 재생에너지 건설법으로 뉴욕 전력청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게 하고, 대중교통 지출을 증대해 지하철 요금을 2.75달러로 동결하고, 버스를 더 자주 운행하며, 무료 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택 분야에서는 바우처로 노숙자이거나 노숙자가 될 위험이 있는 뉴욕 주민에게 임대료 보조금을 제공하고, 정당한 퇴거 규칙으로 임차인에게 임대를 갱신할 권리를 주고 비양심적인 임대료 인상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유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뉴욕 주가 마법처럼 평등의 낙원으로 변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IONY의 부유세안으로는 불평등에 작은 흠집을 내고, 불평등 관련 문제 해결에 작은 기여를 할 뿐이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불평등한 주이지만 보다 평등한 분배를 달성하더라도 미국 전국적으로는 심각한 불평등이 남을 것이다. 불평등을 제대로 타파하기 위해서는 세금 부담이 가장 큰 연방 차원에서 세재 개혁이 필요하다.
또 과세를 통한 소득 균등화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평등의 근원이 아니라 불평등 문제의 증상만을 다룬다. 근본적인 소득 균등화를 위해서는 투자, 생산, 및 분배에 대한 결정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경제의 소유권과 통제를 민주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NY의 부유세안에 따라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절실히 필요한 부의 재분배 작업을 시작할 수 있고, 현재 불평등 심화 트랜드를 되돌려야 할 필요성에 대해 대중을 교육할 수 있다. 우리가 이 부유세안을 법으로 제정할 수 있다면 뉴욕의 많은 부분이 매우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