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월 100만원짜리 외국인 가사노동자? 기가 막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이 맞나 싶은 이 법안이 왜 비난을 받는지도 모른 채 계속 밀어붙이려 안간힘 쓰는 조 의원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조 의원은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이 골자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 100만 원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사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알려지자 각계의 비판이 쏟아졌고, 일부 의원이 발의를 철회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동참할 의원을 구해 기어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해결을 법 개정 취지로 내걸었는데, 월 100만원 받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없어 생긴 문제인가. 일과 가정을 함께 살필 수 없고 출산과 육아를 꿈꿀 수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 특히 여성에 대한 불이익이 여전한 사회구조가 문제다.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임금은 묶어두고 저곡가로 해결하려던 군사독재의 입장과 똑같다. 지금도 자본은 건설현장 등에서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조정훈 법안’은 법적 효력을 갖는 국제인권규약이나 ILO 협약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개정되지도 않겠지만 된다 해도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법이 국회에서 논의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정치는 야만적이고 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경제구조적 문제를 외국에서 싼 노동자를 들여와 해결하자는 것은 제국주의 시대 노예상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해법’으로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를 쓰자는 것은 지극히 이윤만 좇는 자본중심적 시각이다. 경제규모가 성장했지만 여전히 낙후한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 대가로 한국은 최악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겪고 있으며, 비슷한 국가 중 가장 후진적 노동환경을 안고 있다.

노동자가 살 만 해야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울 만 해야 출산이 늘어난다.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하며 여성, 청소년, 고령, 이주노동자 등 사각지대가 없도록 국가는 살펴야 한다. 돌봄과 저출산 문제도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나아가 돌봄노동자의 지위와 처우를 향상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영역인 만큼 부담을 개인과 가정에 맡기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느리나마 전진해왔다. 조 의원은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인 법안의 철회는 물론, 나라 안팎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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