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재 판결 존중하고 ‘꼼수 시행령’ 돌려놔야

헌법재판소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검찰 수사권 분리’ 개정법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과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고, 검사들은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검찰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검찰 측이 계속해온 위헌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분명한 판결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범죄의 2대 범죄로 축소한 것이 핵심이다. 기소권을 손에 쥐고 무소불위나 다름없는 검찰권력이 수사권마저 광범위하게 행사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 등으로 분산하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입법 배경이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헌법에서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이 법이 헌법이 부여한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그동안 헌재 판결을 예로 들며 “행정부 내에서 수사권 및 소추권(기소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이므로,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헌법에서 검찰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한 이유가 검사로 하여금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도록 하는 취지라고 봤다. 검사, 수사처 검사, 경찰, 해양경찰, 군검사, 군사경찰, 특별검사와 같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내의 국가기관들 사이에 수사권 및 소추권을 조정·배분해 왔다는 헌재의 인식은 상식과 궤를 같이 한다.

헌재의 판단이 상식적인 만큼 수사권이 검찰의 헌법적 권리이며, 국회의 입법이 이를 침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황당하다. 문제는 전혀 취지가 다른 헌법 한 줄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며 수사권을 조정하면 헌법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검찰 특유의 아집이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부터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권 축소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도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법 효력은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본회의에서 법률안 심의·표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기 때문에 법률 가결 선포는 무효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론이 명확해진 만큼 정부가 시행령으로 법률을 뒤집은 ‘시행령 쿠데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축소한 법률 개정에 맞서서 그 2대 범죄에 기존에 다른 분류였던 온갖 범죄를 포함시키는 꼼수로 검찰 수사권을 사실상 회복시켜 놨다. 이번 헌재 판결은 ‘검찰 정권’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정부의 검찰권력에 대한 아집이 헌법정신에 크게 벗어나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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