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주을 재선거, 진보정당의 약진을 주목한다

내달 5일 열리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소속의 강성희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본지가 3월 24~25일에 여론조사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하여 실시한 전주을 지역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29.1%를 얻어 25.4%를 얻은 무소속 임정엽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22일 실시된 전주MBC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강 후보의 선전은 거대 양당이 주도하고 있는 정치현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보여준다. 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민주당이 "재선거 원인을 제공했다"며 공천을 포기했지만, 민주당 소속이던 임정엽·김호서 후보는 탈당해 출마했다. 대부분의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되어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정치경력이나 재력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정치 초년생'이라고 할 강 후보가 두각을 드러낸 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진보당과 강 후보가 꾸준한 현장 활동으로 아래로부터 지지기반을 다져온 것도 눈에 띈다. 강 후보는 현대차 전주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10년을 싸워 정규직 전환을 일궈냈다. 또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뒤로 한 채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로 돌아와 택배노조 전북지부 간부로 활동중이다. 노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운동가인 셈이다. 또 강 후보와 진보당은 금리인상 국면에서 대출금리인하운동을 벌이며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활동을 벌여왔다. 누구나 민생을 말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은 법이다.

원외 정당인 진보당은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포함해 21명의 당선자를 낸 바 있다. 노동 문제와 지역 정치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재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낸다면 진보당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진보정당은 한국 정치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다. 진보세력이 분열하고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해도 이러한 책무가 사라질 리는 없다. 이번 전주을 재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약진을 주목하는 이유다.

** 인용 여론조사와 관련된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