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국회가 통과시킨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이를 무위로 돌린 꼼수 시행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가 사과할 일이 아니”며 “깡패·마약·무고·위증 수사를 왜 못하게 하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오히려 야당 의원을 다그쳤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는 야당의 주장에는 “5:4가 아니라 4:5였으면 이 법을 밀어붙인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다 사퇴하실 생각이었냐”고 되묻기도 했다. 법을 실행하는 공무원으로서 독단과 편향이 심각하고, 사법 최고기관과 국민의 대표에 대한 태도는 지나치게 오만하다.
한 장관은 질문에 질문으로 역공하는 특유의 논쟁기술을 활용해서 야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27일 법사위에 나와 한 의원이 ‘헌재 결정이 났으니 시행령을 되돌려야 하지 않겠냐?’고 질의하자 “국민들이 그것을 바라고 계시냐?”고 되물었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회복) 시행령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마련했다’는 주장을 이런 식으로 바꿔 말하는 것이다. 검수원복이 검찰 수사권 축소에 대한 대통령과 검찰정권의 조직적인 저항이자 역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시행령으로 법률의 입법취지를 무력화했으나 그 법률이 헌법재판소에서 유효하다는 결정이 났으면 시행령은 당연히 되돌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 장관은 “도대체 위증이나 무고를 왜 수사 못하게 막는 것이냐?”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에 대한 방해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의심을 드러냈다. 이런 답변은 개인이 참여하는 토론에서는 가능해도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장관의 태도로는 극히 부적절하다.
게다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전 검사 인사검증에 대해서도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였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의 인사검증 실패 사례를 들어 야당을 공격했다.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고 당시 ‘가해학생 아버지는 고위직 검사’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건이었다. 인사검증 책임자가 아니어도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무적 책임감을 느낀다”는 모호한 입장만 반복했다.
한 장관의 논쟁기술이 좋다고 할 수는 있으나 자신의 법기술과 능력을 정권의 안위를 지키고 개인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활용한다면, 공직에는 부적합하다. 한 장관은 국회 의결은 물론이고 헌재 결정도 자기만의 해석을 들고 나와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오만한 공직자를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