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한국의 무역흑자 상대국이었던 중국이 올해 들어서는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바뀌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 2월 대 중국 무역적자 누적액은 50억7천만 달러(약 6조6천억 원)로 집계됐다.
원자재와 석유를 수입하는 호주(48억 달러)와 사우디아라비아(46억 7천만 달러)를 제친 것이다. 중국은 2018년까지 우리의 최대 무역흑자국이었고, 2019년에는 2위, 2020년과 2021년에는 3위의 무역흑자국이었다. 그러던 중국과의 무역이 2022년에는 22위 무역흑자국으로 떨어졌고, 올해에는 아예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바뀌었다. 한국이 중국에서 무역 적자를 낸 건 양국이 수교한 1992년이 마지막이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기침체가 꼽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중국의 무역구조 재편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이 내수와 서비스산업 성장에 중심을 두고 자급 능력을 키워온 결과라는 것이다. 기술 개발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인해 우리와 유사한 수출 구조가 만들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가장 큰 품목은 정밀화학원료, 건전지·축전지, 컴퓨터, 산업용 전기기기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우리로서는 대중국무역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정책이 완화되면서 일시적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제 정치 상황이 끼치는 영향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면서 한국 역시 비슷한 정책 기조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에겐 이런 정책이 자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을 수 없다. 기업들이 중국과의 사업에서 미국과 한국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무역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우리 상황에서 만성적인 무역 적자는 중대한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념적 집착을 버리고 실용적 태도로 중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