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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지난 상투적 얘기만 늘어놓은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편성 지침

정부가 내년 예산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2024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을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편성지침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한 5월에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 편성지침이 각 부처에 내려간 상태였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철학은 이번 지침에서야 비로소 온전히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긴축에 집착하는 시대착오적인 보수 이념 편향에 입각한 추상적 단어만 요령부득으로 늘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전재정기조 견지, 경제활력 제고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강화, 강력한 지출혁신 등을 내년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말은 그럴 듯 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 정부가 과연 현대 사회에 필요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념적 성향은 거칠게 드러낼 뿐이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복합 위기 국면에 대한 엄중한 인식은 보이지 않는다. 긴축 기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견강부회식 전망까지 내놓았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작년에 비해 7조원 가까이 줄어든 세수 공백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그 대신 ‘디지털 전략기술을 보유한 창업’, ‘신성장 4.0 전략’, ‘글로벌 중추국가’ 등 알맹이는 없는 수사만 나열했다. ‘수출 드라이브’와 ‘스타트업’으로 민간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대목을 보면, 마치 현 정부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약자 복지’는 1년 가까이 되풀이되지만 여전히 실체가 없다. 복지 공급을 책임지는 정부가 직접 나서 정책 대상자를 ‘약자’로 규정하며 낙인찍는 무감각과 공감능력 결여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정책의 내용이 뭔지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다. 현금 복지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금과 같은 현금 급여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인기 영합성 현금 살포를 틀어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실체는 모호하다. 도대체 어디서 뭘 어떻게 줄이겠다는 건가.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강조했지만, 마찬가지다. 사회서비스를 비롯한 현물 급여와 현금 급여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는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공급할지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민간 참여’만 마치 주술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시간이 그토록 흘렀는데도 뭘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년 예산안 편성 방향이라지만, 철지난 식상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가을에 나올 예산안이 어떤 수준일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서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는데 윤석열 정부만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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