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해영의 지정학산책] “百年未有之大变局!”와 ‘주니어파트너’

중러 정상회담과 다극체제

정상회담을 마치고 현관에 배웅 나온 푸틴과 시 주석이 나눈 대화다.

시: 백년만의 대변화 (‘百年未有之大变局’)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변화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푸: 동의합니다
시: 친구여, 부디 건강하십시오
푸: 안전한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시 주석이 과거에도 언급한 바 있는 ‘百年未有之大变局’에 대한 집단서방 주류언론의 코멘트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주니어파트너’다. 이 개념은 서방주류언론의 프로파간다의 키워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어떻게든 러시아를 폄훼해서 중러관계에 균열을 만들겠다는 서방주류의 시도는 어찌 보면 편집증이나 노이로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묘한 불안과 안절부절도 느껴진다. 그것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이미 –다소 구식용어인- 미국의 ‘신식민지 종속국’ 혹은 봉신국vassal state이 되어버린 유럽 자신의 처지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서방주류의 이런 태도를 한마디로 일러 ‘게거품을 문다’고 했다. 여기에 비하면 푸틴이 이런 서방을 일러 ‘시샘꾼envier’이라 말한 것은 차라리 점잖은 표현이다.

<그림1> 브릭스와 G7의 GDP(PPP) ⓒ필자 제공
<그림2> 아시아 대 비아시아 GDP(PPP) ⓒ필자 제공
<그림3> 중국과 미국 GDP(PPP) ⓒ필자 제공

그런데 집단서방의 중러 정상회담에 대한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에는 <그림1>, <그림2>, <그림3>에서 보듯 브릭스 대 G7, 아시아 대 비아시아, 그리고 중국과 미국 간 GDP(PPP)의 골든크로스가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는 사정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짐작해봄 직하다. 또한 ‘우리도 서방’, ‘우리도 이제 주류’, ‘우리도 G7’이라고 서방만 믿고 살았던 한국의 주류언론이 이번 회담에 종내 시큰둥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야겠다. 자칫하면 ‘주류’교체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이번 중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과연 러시아가 얼마나 중국의 ‘주니어파트너’인지 한번 짚어보자. 우선 공동성명문을 보자.

▲“양국은 중러관계가 냉전기 군사, 정치적 동맹alliance과 유사하지 않으며, 이러한 국가관계모델을 초월하며 비동맹non-alignment, 비대결, 그리고 제3국의 비표적화non-targeting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러시아는 번영되고 안정된 중국을 중국은 강하고 성공적인 러시아를 필요로 한다.”

▲“양국은 현재 세계적 변화는 가속화하고 있으며, 평화, 발전, 협력을 포함 국제적인 패턴은 심중한 조정을 겪는 중이며, 윈윈win-win의 결과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트렌드임을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다극적 패턴은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패권주의 일방주의, 그리고 보호주의는 여전히 만연하다. 그리고 국제법의 승인된 원칙과 규범을 ‘규칙기반질서’로 대체하는 것은 수용 불가하다.”

▲“우리는 무엇보다 주권, 영토불가침, 안보, 그리고 발전문제에 있어서 핵심이익 보호를 상호간 확고하게 지지한다.”

▲“세계의 다극화, 경제세계화 그리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진전하고 더욱 정의롭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의 발전을 촉진한다.”

▲“타방에 대해 더 우월한 ‘민주주의’는 없다. 양국은 타방에게 일국적 가치를 강제하는 것, 경계를 짓는 이데올로기의 사용, 소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식의 위선적 내러티브, 타국과 타국의 정치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구실과 정치적 도구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사용하는 이 모든 것에 반대한다.”

요약하자면, 다극화는 거역하기 어려운 대세이며 (미국주도) 패권주의적, 일방주의적 ‘규칙기반질서’와 소위 ‘민주주의’를 핑계로 삼은 서방의 가치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중러 양국은 ‘핵심이익’ 방어에 있어 상호 지지하며, 양국관계는 냉전기 군사동맹식 국가관계 모델과는 다른 ‘비동맹, 비대결, 비표적화’를 지향한다. 이 새로운 국가관계모델로 제시된 3가지 성격과 관련해 아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I. 정상회담 직전 양국 정상은 각각 상대국 언론에 기명 기고문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러시안가제트>, <리아 노보스티>지에 "중러 우호협력 및 공동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앞장서 나가자"란 제목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I. “우리 양측은 정치적 상호신뢰를 강화하고 강국관계의 새 모델을 촉진해 왔다. 지속적 우정과 윈윈 협력의 전망에 맞추어 양국은 우리의 결속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비동맹, 비대결 그리고 제3국의 비표적화를 약속한다.”

그런데 바로 그 직전 3월 18일자 중 <환구시보Global Times> 사설을 보면 이렇다.

II, “최근 중러관계와 관련해서 공통 포현이 사용되어 왔다. 비동맹, 비대결, 제3자 비표적화. 이제 다른 한 문장이 추가되었다. 그 어떤 3자의 간섭 혹은 강압coercion도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정식으로 <미패권과 그 위험>이란 문건과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포지션 페이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시 주석과 중국 외교장관은 공개석상에서 미국에 의한 대중 ‘봉쇄와 억압containment, suppression’이란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이는 곧 미국의 대중외교를 현 중국 지도부가 ‘봉쇄와 억압’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록 시 주석의 기고문과 중러공동성명문에는 없지만 <환구시보> 3월 18일자 사설은 제3국 즉 미국의 ‘간섭 혹은 강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공식용어인 비동맹, 비대결, 제3자 비표적화에 추가하고 있다.

그래서 보자면 중러 양국은 비동맹, 비대결, 비표적화 기조하에 전략협력관계를 심화발전시킴으로써 다극체제를 완성시켜 나가되,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간섭, 강압, 봉쇄, 억압’에 맞서 양국의 핵심이익을 방어하겠다는 것이 이번 회담의 총괄이라고 하겠다.

중러 정상회담은 아마 ‘다극체제와 국제관계의 민주화’라는 키워드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아니라 ‘유엔과 국제법기반 국제질서’를 재확인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22년 2월 4일 우크라이나개전 직전의 정상회담 문구를 기본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중러 전략협력 관계의 고도화를 중국은 ‘근본이익’이라고 짚고 있다.

그래서 보자면 중국의 세계인식 특히 대미 인식은 미국을 ‘봉쇄, 억압’ ‘간섭, 강압’의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나 러시아가 중국의 ‘주니어파트너?’인지를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실 이번 정상회담의 중심주제는 무엇보다 경제협력 그 중에서도 에너지 문제다.

“양국은 에너지 협력을 긴밀하게 강화하고 석유, 가스, 석탄, 전력과 핵에너지등 에너지협력프로젝트의 촉진에 있어 양국의 기업을 지원한다... 양국은 국경간cross-border 핵심 인프라 시설을 포함 국제에너지안보를 공동 유지하며 에너지생산 산업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하고, 기술중립성 원칙하에 공정한 에너지 이전과 저탄소 개발을 촉진하고,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장기적이며 건전하고 안정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그래서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의힘2(Power of Siberia 2)’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최종 타결했다. 올해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건설을 개시할 예정이다. 총용량 은 500억㎥(루베) 규모다. 2019년 완공된 시베리아의힘1은 연간 최대 350억㎥(루베)까지였다. 500억㎥(루베)는 2020년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의 1/3에 해당하며, 공업용 소비량의 1/5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중단된 노르트스트림의 연간수송량 550억㎥(루베)와 거의 맞먹는 용량이다. 이 물량은 대련항을 통해 수입, 공급되던 기존 LNG보다 가격면에서 30%정도 저렴하다.

<그림4> 러시아의 가스관체계 ⓒ필자 제공

위 <그림4>는 러시아의 가스관체계를 나타낸다. 위 10번은 기존 시베리아의힘1이며, 13번이 시베리아 야말가스전에서 출발 몽고를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시베리아의힘2다. 이것과 가스전은 다르지만 시모어 허쉬 기자의 폭로에 의해 미국의 테러가 그 원인임이 밝혀진 노르트스트림1, 2가 각각 6, 11번 가스관이다.

<그림5> 중러 무역액 2022년 ⓒ스푸트니크

<그림5>는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개전이후 중러간 교역액이 전년 대비 약 30%증가 1,900억 달러에 달함을 보여준다. 2022년 기준 중러 무역수지는 러시아가 약 38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러시아산 가스 43.9%, 석유 8.3%, 농산품 44% 수출증가를 기록했다. 특기할 것으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지불통화를 자국통화로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미 2022년 양국 무역의 결제통화의 50%이상이 위안화과 루블화이다. 이 경향은 향후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전전 대러제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유럽의 가스와 식량공급처 역할을 했다. 그리고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은 자본과 제조업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의 대유럽 디커플링이 사실상 완성된 시점에서 보자면, 대유럽 주요수출품목인 가스, 석유 그리고 농산품등이 거의 대부분 중국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

3월 26일자 러시아 스푸트니크지 보도에 의하면 2022년 러시아의 무역흑자는 3,334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배 1.7배 증가해, 전년대비 30%증가 8,776억 달러를 기록한 중국에 이어 세계 흑자무역국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2,213억 달러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다. 반면 에너지가격 폭등 등 요인으로 인해 EU는 동기간 2,128억 달러 적자를 기록 사상최악의 무역적자를 나타냈다. 한국 역시 동기간 근 10여년만에 4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어도 현시점 그리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시베리아의힘2가 완공되어 본격적으로 러시아산 가스가 중국에 공급된다면, 중국은 세계최대의 에너지수입국으로서 무엇보다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선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과거 독일이 누렸던 LNG대비 막대한 가격인하 효과뿐만 아니라, 유사시 미국 등에 의한 에너지 해상수송로의 위협이라는 에너지안보 불안도 상당히 감소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시장이 공급자우위 시장이긴 하지만, 러시아로서도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수요부족으로 인한 시장리스크를 최소화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재편될 신세계질서에서 대유럽 협상력의 강화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맡겨진 판단거리는 에너지공급국 러시아를 대중국 ‘주니어파트너’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다. 다시 말해 자원 혹은 식량 공급국을 경쟁력 열위로 분류할 수 있는 시장논리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점이다. 미국이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의 자본(제조업)과 러시아의 자원이 결합했을 경우의 패권 리스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자체 자원빈국이라고도 할 수 없을 중국의 자본(제조업)과 러시아의 자원이 결합된다면 미패권의 견지에서 보자면 보통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여우 피하려다 범 만난 꼴이다. 아마 미등 집단서방의 히스테리의 깊은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도 하겠다.

중러 정상회담은 양국의 안보리스크와 관련 2가지를 주로 명시하고 있다.

첫째, “양국은 미국, 영국 그리고 호주로 이루어진 ‘3자간 안보파트너십(AUKUS)’ 설립과 관련 핵잠수함 협력 계획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미칠 그 결과와 리스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둘째, “양국은 나토가 지역 방위기구로서의 공약을 준수할 것과 타국의 주권, 안보, 이익 그리고 문명, 역사 및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국의 평화발전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볼 것을 촉구한다.”

즉 오커스와 나토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나토란 글로벌나토 즉 아태지역으로 나토의 동진을 의미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러시아보다 중국의 안보우려가 더 많이 반영된 것들이다.

집단서방의 불안과 초조는 ‘골든크로스’ 영향
러시아의 중국의 주니어파트너?
다극화는 이제 주장과 선언이 아니라 현실


귀화한 러시아계 미국인인 안드레이 마르티아노프의 <군사적 우위의 상실>에서 저자는 이렇게 문제제기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 일상이 전쟁이 되어 버린 전쟁국가 미국, 그런데 ‘진짜 미국은 얼마나 강할까?’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한 때가 언제지?’, ‘2차 세계대전?’ 그래서 미국이 세계최강이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이 오만으로 변질되어 이제는 위험해졌다는 것이 2018년 3월 1일 러 국가두마 연설에서 푸틴은 이렇게 선언했다. “미국이 ABM조약에서 일방 탈퇴한 이후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집중적으로 장비 및 무기개발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전략무기에서 큰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미국의 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 탈퇴는 2002년의 일이다. 즉 못해도 15년에 걸쳐 러시아는 일종의 러시아판 ‘도광양회’를 이루어낸 것이다.

이 대표적 성과물이 사르마트Sarmat다. 위력으로는 영국 섬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힐 것이라 한다. 현재 실전 배치되어 있다. 다음으로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이 부레베스트닉(바다제비)라는 핵추진 크루즈미사일이다. 핵추진 핵미사일이라 이론상 사거리가 무제한이다. 또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핵어뢰인 포세이돈,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치르콘, 킨잘미사일도 같이 소개되었다. 러시아의 잠수함발사가 가능한 극초음속미사일 치르콘은 어떤 의미에서 해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항해’금지 구역no sail zone을 무력으로 관철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방어수단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마르티아노프는 그래서 미러간 미사일 기술격차는 그저 “격차gap가 아니라 심연abyss”이라고 표현한다. 당분간 미국이 따라 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말이다.

<그림6> 중국의 해상방위 문제 ⓒ마르티아노프의 블로그(https:

그런데 마르티아노프가 중러 정상회담 직전 중국의 해상방위 문제를 제기했다. 위 <그림6>에서 보듯 상하이기점 미해군항모전단(DBG)1,2,3까지의 거리는 약 1,500km다. 여기에 대항할 중국군의 대함미사일 DF-21의 사거리는 1,500km다. 하지만 미해군 함재기 F-18 수퍼호넷에 탑재된 AGM-158 재즘(JASSM, 합동공대지 원거리미사일)의 사거리는 950~1,900km에 달한다. 그런데 여기서 F-18의 비행거리 600~700km를 더하면, 사거리가 1,650~2,600km로 늘어난다. 즉 DF-21의 사거리를 훨씬 벗어난 원거리에서 중국 본토와 해상의 목표물을 겨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방어체계는 원거리stand-off 미사일뿐만 아니라 미잠수함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SLBM에도 취약하다. 잠수함 그리고 대잠함 군사기술에 있어 러시아는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 아무튼 마르티아노프에 따르면 이러한 중국군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사거리가 2,000~3,000km에 달하는 러시아의 킨잘미사일 밖에 없다는 말이다. 중국 해상방위상의 이러한 문제를 비롯해 양국간 군사협력 의제는 2일차 회담 즉 에너지문제와 함께 ‘군사기술적’인 문제로 논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그 구체적 내용이야 알려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새로운 국제관계의 모델을 천명한 중러관계를 단순 ‘시니어-주니어’ 혹은 더 나아가 ‘주종’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양국관계의 복합성에 비추어 사실에 부합되지도 또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 서방주류언론의 대중러 심리전psyops차원의 프로파간다 이상도 아니다.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대중 에너지 및 자원 공급국로서, 우위의 핵전력과 군사기술 보유국로서 그리고 식량수출국으로서 러시아를 지켜본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경제적으로 제재전쟁, 군사적으로 네오콘 대리전 그리고 일상과 문화적으로 러시아적인 모든 것을 ‘캔슬cancel’함으로써 러시아적 문화정체성을 유럽문화에서 지워버리려는 가망 없는 시도를 해왔다. 현재로선 어느 것 하나 승리의 전망을 움켜지지 못한 채 말이다.

열렬한 다극주의자이자 글로벌사우스론자인 페페 에스코바는 이번 회담을 평하기를 ‘글로벌 어젠다’를 세팅함에 있어 서방지도자가 배제된 5백년 만에 처음 있는, 그래서 1945년 크림반도의 얄타에서 열린 루스벨트-처칠-스탈린의 얄타회담에 비견될 ‘신얄타new Yalta’회담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이 다극체제로의 이행에 있어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의 합종연횡은 더욱 가시화됐고, 새로운 기축통화의 출현도 더욱 구체화되었으며, 국제관계의 ‘민주화’까지는 몰라도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될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극화는 이제 주장과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단극과 다극사이 단층대에 위치한 유일한 분단국 남북한, 선택의 압박은 더욱 더 거칠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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