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안보실장 돌연 사퇴, 국정 난맥상 심각하다

정부의 외교라인을 총괄하는 김성한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의가 공개된 이후 곧바로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를 후임으로 발표했다. 정부 외교안보 사령탑이 순식간에 교체됐으나 사유조차 불투명해 국민들은 불안과 의아심만 커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을 둘러싼 풍문이 무성했다. 요는 다음달 하순 미국을 국빈방문하는 윤 대통령 일정 및 의전 준비에서 국가안보실이 태만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과 방미라는 대형행사를 앞두고 별다른 이유가 공개되지 않은 채 핵심참모인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이 사퇴하면서 대통령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추측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외교안보 라인 내부의 암투설도 퍼졌다. 결국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안팎의 풍문이 근거 없지 않음이 확인됐다.

국민들은 의아하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대통령 및 배우자 방미 일정, 구체적으로는 K팝 공연을 준비하는 하는 과정에서 국가안보실이 소극적이었다는데, 과연 국가안보실장을 단칼에 쳐낼 이유가 되는가. 이번 방미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결, IRA와 반도체지원법,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반도 평화 등이 얽히고설켜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중대사가 어느 때보다 많고 무겁다. 외교에는 100% 적도, 우방도 없다. 미국과의 외교는 현실적으로 우리 외교역량을 다 쏟아야 하는 사안이고, 무엇을 내놓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면 방미 세부일정 준비의 책임을 물어 국가안보실장을 사실상 문책한단 말인가. 국정운영이 새털보다 가볍고 얄팍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그리고 실세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으로 이뤄진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결코 좋게 평가할 수 없다. 영국 여왕 조문 실패, ‘바이든 날리면’ 사태, 졸속적인 뉴욕 한일 정상 만남, 대중 외교 실패와 사상최대 무역적자, 최근 한일 정상회담과 굴욕외교까지 국민들의 비판이 높다. 그러나 누적된 외교참사와 굴욕외교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는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다. 본인 책임은 외면하고 사소한 사항을 들어 인사권을 휘두르는 몽매한 모습은 민주국가의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의 것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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