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근본적 해결책은 없고 성평등 마저 사라진 윤석열표 ‘저출산 대책’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28 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아아돌봄서비스와 어린이집 시간제보육 등을 확대하는가 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현행 만 8 세에서 만 12 세까지 상향하고, 맞벌이 신혼부부 저금리 주택 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 자신이 후보시절에 공약한 '육아휴직 3년제'는 이번 발표에선 제외되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회의를 주재하는 등 최근 계속해서 감소하는 출생률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주문한 바 있고, 회의에도 그동안의 "저출산 정책의 실패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특단의 대책'이 나올 거란 기대를 갖게 했었다. 그러나 그간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며 '과감한 정책', '적극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한 윤 대통령의 어조에 비하면, 이번 발표 내용은 지난 정부 정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야별로 조금씩 손을 본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성평등'이라는 말은 이번 발표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지난 2020년 12월에 발표한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는 성평등 육아와 성평등 교육 그리고 성평등 고용 등을 주요 정책으로 포함하고, 여성의 독박육아, 경력단절, 저임금 노동이라는 약순환을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저출생 문제의 주요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성평등' 문제에 대해 그동안 간과해 온 과거 정책의 한계를 딛고 보다 근본적 문제를 향해 진일보한 패러다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 정책에서 이것이 빠져버리자 또다시 과거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성평등'은 물론이고 '고용문제', '주거문제'. ' 교육문제', 더 근본적으로는 '서울 수도권 인구과밀' 등의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국가정책이다. 삶의 수준이 전국적으로 균등하다면 수도권 중심의 과도한 경쟁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결혼과 양육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게 할 것이다. 금전적 지원이나 당장의 육아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년들에게는 삶의 질 자체가 담보될 수 있는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지금의 정책을 유지하는 한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정책도 전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실패한 정책들을 반면교사로 여기고, 누구보다 당사자들인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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