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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서울 집값 올랐다’는 주장이 놓친 팩트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상승 전환이 ‘집값 반등’ 신호?... “의도가 의심스럽다”

주택 아파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부동산원)이 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공개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상승 전환했다. 그중 서울은 전달 대비 0.81% 올랐다. 지난해 6월 하락세가 시작된 만큼 7개월만의 반등이었다. 그러자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상승에 포커스를 맞춰 보도했다. ‘규제완화 덕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7개월만에 상승’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시작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7개월 만에 상승...노도강 동북권 가장 많이 올라’, ‘골 깊었던 노도강도 한숨 돌리나...거래량·실거래가 반등’, ‘영끌족 울린 노도강 심상찮다…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 등의 후속 기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영끌족 울린 노도강 심상찮다…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 기사의 경우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의 상승 전환과 거래량 증가 등을 근거로 집값 반등을 전망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단발적인 통계만으로 ‘집값 반등’을 전망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상승은 깊은 하락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반발 거래 정도다. 그 이상으로 보긴 어렵다”며 “집값 반등의 기미를 논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상승 추세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권역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한국부동산원 제공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살펴보니... 상승세·하락세 혼조 

물론 서울 지역 내 아파트 실거래가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일부 단지들의 경우 상승세를 지속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던 단지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송파구 대장주 단지인 헬리오시티(2018년 준공)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말 16억5천만원(21층)까지 하락했다가, 올해엔 1월 소폭 상승한 18억5천만원(26층)원에 거래됐다. 2월에도 18억9천만원(28층)에 손바뀜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하락세를 지속 중인 단지도 있다. 같은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1978년 준공)다. 한때 전용 76㎡가 27억8천만원(9층)에 거래되던 잠실주공5단지는 2022년 12월 20억4,500만원(10층)으로 급락했다. 그리고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반등한 1월에도 19억8,350만원(2층)에 거래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2월 역시 18억7,560만원 거래되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 같은 상황을 ‘집값 반등’의 신호로 보는 데는 실거래가지수가 상승한 지역 위주로 분석한 결과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평균 실거래가지수가 오른 만큼 집값 반등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1월 실거래가지수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상승은 일부 권역에서만 발생했다. 서울 동부권(노원·도봉·강북구 등)과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 등), 동남권(송파·서초·강남구 등)은 상승했지만 도심권(종로·용산·중구 등), 서남권(강서·관악·동작구 등)은 하락했다.

집값 하락이 가팔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속한 동북권의 실거래가지수는 전달(146.2) 대비 2.5p(1.69%) 오른 148.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포·서대문·은평 등이 속한 서북권은 136.8에서 139로 2.2p(1.61%) 상승했다. 강남3구(송파·서초·강남구)가 있는 동남권도 137.1에서 138.7로 1.6p(1.15%) 올랐다.

반면 종로와 용산, 중구 등이 해당하는 도심권은 156.9에서 154.8로 2.1p(1.34%) 하락했다. 강서, 관악, 동작구 등이 속한 서남권 역시 143.7에서 143.4로 0.3%p(0.20%) 떨어졌다.

통계를 전국단위로 확대하면 집값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17.5에서 116.6으로 0.9p(0.79%) 하락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130.2에서 129.4로 0.8p(0.58%) 떨어졌다. 경기(127.4→125.7)와 인천(116.3→115.1)이 각각 1.35%, 1.08% 하락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광주(0.84%) △울산(0.18%) △제주(0.45%)를 제외한 ▲부산(-1.38%) ▲대구(-0.88%) ▲대전(-2.52%) ▲세종(-0.94%) ▲강원(-0.59%) ▲충북(-0.24%) ▲충남(-1.09%) ▲전북(-2.10%) ▲전남(-0.94%) ▲경북(-0.80%) ▲경남(-1.90%) 등 대부분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문도 교수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그것도 일부 권역에서만 오른 통계를 두고 집값 반등의 신호라고 하는 건 억지스럽다”며 “굳이 이걸 집값 상승의 신호라고 말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전국 아파트 매매 변동률 ⓒ한국부동산원 제공

‘늘어난 거래량’+‘특례보금자리론’, 집값 반등 신호 될까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상승을 집값 반등의 신호로 착각할만한 부분은 더 있다. 올해 들어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이달 23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작년 4분기(2,124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4,812건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419건으로 작년 6월 이후 처음 1천건을 넘었다. 그리고 2월엔 2,223건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각종 규제완화가 시행된 영향이다.

정부가 출시한 정책대출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30일 정부는 정책대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 소득을 따지지 않고 최저 연 3.25%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준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된다. 1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총 공급규모(39조6천억원)를 모두 소진시 조기 종료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각종 규제완화와 정책대출에도 1월 이후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단지들이 확인됐다. 실거래가지수 통계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던 동부권(노원·도봉·강북구 등) 지역의 하락세가 대표적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1995년 준공)는 2021년 9월 9억8천만원(10층)에 거래됐던 전용 85㎡가 2022년 12월 5억1천만원(9층)에 거래되며 4억7천만원(47.9%)이나 급락했다. 올해 1월 동일한 평형이 7억원(9층)에 거래되며 다시 오르는 듯 보였지만, 2월 들어 6억원(8층)에 손바뀜하며 다시 하락했다.

도봉구 도봉한신(1995년 준공)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용 85㎡가 2021년 11월 7억3천만원(12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불과 1년만인 2022년 11월 4억4,500만원(5층)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 매매가 5억9,500만원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2월 5억2천만원(10층), 3월 5억원(1층)에 거래되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아이원(2003년 준공)도 전용 85㎡가 한때 9억원(10층)까지 거래됐지만, 2022년 12월 6억2,700만원(5층)까지 떨어졌다. 2023년 1월엔 10층과 19층 매물이 각각 6억5천만원에 거래되며 소폭 상승했지만, 2월 6억4천만원(15층)과 6억3,500만원(5층)에 각각 거래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늘어난 거래량 대부분이 급매물 위주의 하락거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시작된 거래량 급감으로 쌓여있던 급매물이 이제야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물이 늘고 거래도 늘었는데 2월과 3월 호가가 더 낮아졌다는 건 이전 급매물들보다 더 싼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말”이라며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고 예상한 집주인들이 거래량이 늘어나자, 이 기회에라도 집을 처분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바닥을 다지려면 급매물이 다 사라져야 하는데, 아직도 급매물이 아직 남아 있다”며 “당연히 그중에서도 가장 싼 매물부터 거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는 데는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외에도 정책대출의 영향이 컸던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자금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이 오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문도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거래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의 거래량과는 차이가 크다”면서 “그조차도 특례보금자리론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으로 예상되는 4월 중순이나 하순부턴 다시 재하락으로 가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하락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업체 자료사진 ⓒ뉴시스

20~30% 떨어졌다가 2~4% 오른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 잠시 주춤하는 수준”


실거래가지수가 반등한 서울 권역 내 아파트들의 1월 실거래가 상승 폭도 살펴봤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상계주공9단지(1988년 준공) 전용 50㎡는 집값 상승이 한창이던 2021년 11월 7억2,200만원(1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갱신했다. 하지만 이후 2022년 시작된 집값 대세하락으로 그해 12월 4억8,750만원(15층)에 거래되며 2억3,450만원(32.4%)이 떨어졌다. 2023년 1월 같은 평형의 매물이 5억원에 거래되며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그 오름폭은 1,250만원(2.5%)에 그쳤다.

도봉구 창동주공2단지(1990년 준공)의 경우 전용 50㎡가 2022년 1월 7억250만원(4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시작된 집값하락으로 같은 해 12월 4억9,900만원(10층)까지 떨어졌다. 하락 폭은 2억350만원(28.9%)이다. 그러다 올해 1월 5억2천만원(12층)에 거래되며 오름세를 기록했지만, 상승 폭은 2,100만원(4.2%) 수준이었다.

한문도 교수는 “10억원짜리 아파트가 5억원까지 떨어졌는데, 그게 5억1천만원에 팔렸다고 해서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소득이나 수요가 따라줘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도 “요즘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어떻게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지 모르겠다”며 “집값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하락세가 잠시 주춤하는 수준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도 실거래가지수 상승을 집값 반등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그 예로 1월 실거래가지수 발표 이후에 서울 아파트 매물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9,870건으로 전달 14일(5만3,905건)보다 5,935건(11.0%) 늘어났다.

집값 상승기에는 매물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집값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2월 서울 아파트 매물은 증가했다.

임재만 교수는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매물은 줄어 경쟁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흐름이 생겨난다”며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반대다. 지금이라도 집을 팔려는 사람들로 인해 매물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임 교수는 “이렇게 하락장에서 매물이 계속 나오는 데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집주인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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