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24일 귀국했다. 공항에 도착한 송 전 대표는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후보가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 “돈봉투 의혹은 모르는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알려진 정황을 보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봉투가 돌아다닌 것은 사실로 보인다. 송 전 대표의 혐의와 무관하게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을 자신의 문제로 여겨야한다는 의미다.
여야 구분 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당 총재가 제왕 노릇을 하며, 기업으로부터 돈을 걷어 정치자금을 뿌리면서 조직을 관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반대로 전국구 국회의원 자리를 돈을 받고 파는 시절도 있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이런 악행과 폐습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당내 민주주의 없이 나라의 민주주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사고가 폭넓게 형성되었다. 그런데 불과 2년 전 집권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렸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그것도 586정치인의 맏이 격인 송 전 대표와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포기한 데 이어 이렇다할 쇄신안조차 준비하고 있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주 ‘자체 진상조사 기구를 만들지 않기’로 한 당내 논의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대신 수사기관에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고, 송 전 대표에게는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송 전 대표가 탈당과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히자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민주당의 자체 조사가 한계가 있으리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의 수사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서 쉽사리 행동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자체 혁신계획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수사는 범죄를 단죄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일부를 솎아낸다고 해서 돈봉투가 돌려지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송 전 대표 시절에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파문이 일자 국민권익위원회에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의혹이 확인된 소속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사례도 있다. 검찰수사는 그 뒤에 이뤄졌다. 지금 의혹이 불거진 국회의원만 20명이다. 그때보다 더 가벼운 사안이라고 볼 여지가 없다. 당 대표 선거에서 돈봉투가 돌아다니는 걸 '관행'쯤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당은 해체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민주당은 빠른 시간 안에 자체조사를 벌여 당 차원의 쇄신안을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