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었다. 회담에서 다뤄진 내용은 사전에 알려진 것과 같았는데, 우선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이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상에 있어서는 과거 냉전시대의 '핵우산' 공약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보수 진영이 요구해 온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개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전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회담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글로벌 현안들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 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고, "자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하며, 민간인과 핵심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
이런 결과는 윤 대통령이 거론해 온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에 따라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과 일치한다.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실상에 있어서는 미국이 개입하는 전지구적 분쟁에 한국이 따라나서겠다는 이야기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후 유지되어 온 4강외교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나 대만, 혹은 또 다른 지역에서의 분쟁에 우리가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워싱턴 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기여할 것임을 확인"했는데, 결국 우리의 재래식 전력을 미국의 대중국 억제력 구축에 동원하겠다는 정책이 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지하고 한미동맹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키우는 것도 차례로 추진될 것이다. 이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건 국민의 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