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상승하자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이 난리가 났다. 이들은 마치 대세상승장이 다시 온 것처럼 호들갑이다. 하지만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의 파도가 서서히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이런 호들갑이 얼마나 허망하고 경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조금 기력을 차린 듯 보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4% 상승해 5월 넷째 주(0.03%)에 이어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별로 보면 송파구(0.22%)·서초구(0.21%)가 주요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강남구(0.13%)도 역삼·대치동 위주로 거래되면서 상승세를 보였으며, 마포(0.05%)·용산구(0.04%)도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락을 멈추고 2주 연속으로 상승하자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시장이 추세가 바뀌고 다시 대세상승장이 온 듯 환호 중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주택 시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전세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면 그런 예측과 기대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신축빌라에 분양 공고문이 붙어 있다.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전세시장의 현황과 미래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전세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리포트를 낸 것이다. 「국내외 경제 동향 및 전망」에 수록된 이 리포트는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현황과 미래를 생생히 보여준다.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기존 전세가격이 현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전세 위험가구'는 16만가구, 전세가격 하락으로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진 '역전세 위험가구'는 102만가구를 넘어섰다. 22년 1월 잔존전세계약 중 2.8%(5.6만호)에 머물던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올 4월에 8.3%(16.3만호)로, 22년 1월 25.9%(51.7만호)에 머물던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올 4월에 52.4%(102.6만호)로 무섭게 폭증한 것이다.
그나마 서울의 깡통전세와 역전세 비중은 각각 1.3%(7000가구), 48.3%(27만8000가구)에 그쳤지만, 비수도권은 각 비중이 14.6%(9만7000가구)·50.9%(33만8000가구), 경기·인천은 6.0%(4만3000가구)·56.5%(40만6000가구)로 나타났다. 깡통전세는 고사하고 역전세의 비중이 5할을 넘는다는 데이터는 실로 충격적이다.
한편 앞의 리포트에 따르면 4월 기준 깡통전세의 매매시세는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평균 2000만원, 역전세의 경우 시세보다 7000만원 정도 낮았다. 또한 깡통전세 상위 1%는 집값하락으로 현 매매가격이 기존 전세가보다 최대 1억원이나 낮았고, 역전세 상위 1%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하는 전세보증금 차이는 무려 3억 6000만원까지 벌어졌다. 이 얘기는 집값이 비쌀수록 현금부자를 제외한 임대인이 집을 팔거나 빚을 내서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는 뜻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건 지금이 전세시장의 최악국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4월 현재 깡통전세 계약 중 금년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비중이 각각 36.7%, 36.2%이며, 역전세는 29.3%, 30.8%인 것으로 분석됐다.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습격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전세시장이 부러지면 매매시장이 견딜 재주가 없어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신고된 거래만을 대상으로 추정한 잔존 전세계약 수(지난해 평균 약 200만건)에 기반한 것인데, 이는 전체 잔존 전세계약 수(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약 325만건)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세계약 수를 감안할 때 전세시장의 상황은 훨씬 나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올 하반기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만해도 16만6000여 가구로 엄청나다. 이 물량에는 빌라나 연립 등은 제외됐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의 매매시장을 지탱하는 기둥 중 가장 중요한 기둥이 바로 전세다. 집주인들은 이자가 올라도 소득이 줄어도 악착같이 집을 팔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깡통전세 및 역전세의 쓰나미가 강타하면 집을 던지지 않고 버틸 도리가 없다. 하여 집값의 급락은 거의 언제나 전세시장의 급락이 있은 후에 등장하곤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의 미미한 반등을 침소봉대하는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지금의 서울 아파트 가격 반등은 깡통전세 및 역전세의 습격을 앞둔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필자주 데드캣 바운스 : 고양이가 뛰어오른다는 뜻으로 대세하락장에서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나는 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