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으로 석방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박희영(62) 용산구청장이 7일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이날 박희영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서약서 제출,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의 보석 조건을 걸었다. 이들은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데, 검사 지휘 아래 보석 보증금 등을 납부하면 풀려난다. 

박 구청장은 이로써 5개월 여 만에 풀려나게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구속됐고, 이후 구속 상태에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이전부터 계속 구속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 1월 3일 검찰로 구속 송치됐을 당시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으나, 당시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법원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최 전 안전재난과장도 지난달 22일 법원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이들은 지난 2일 서울 서부지법서 열린 보석 심문에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재판부에 '두 사람이 석방돼 증인인 용산구청 공무원들을 회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두 사람은 사직하지 않은 상태라, 여전히 1급, 5급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보석 심문에서 박 구청장의 변호인은 "(박 구청장이)사고 직후 충격과 사고 수습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면서, "구치소에 수감된 뒤 상태가 악화돼 불면과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구치소에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치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최 전 안전재난과장의 변호인은 "기록만 10만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이라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사람이 붐비는 참사 당일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았으며,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을 시켜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과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참사 당일 저녁 사건 소식을 접하고도 귀가해 다음날 이른 오전까지 재난안전과장으로서 했어야 할 현장 수습 등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의 보석 청구에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법원에 이들의 보석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촉구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들이 석방되면 죄가 없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라며 "법원의 신속 재판과 보석 청구 기각을 강력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