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역할, 그래선 안 돼”...민주 “대북선전부로 만들 셈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 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주 지명된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했고, 통일부 차관에는 외교관 출신의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내정했다. 통일비서관에는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임명될 예정이다. 장관부터 차관, 비서관까지 관련 라인이 전체적으로 바뀌는 것.

이번 발언은 이같은 라인 교체의 방향을 명확히 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가 그 동안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에 중점을 둬 왔던 데에서 대북 압박 역할을 하는 부처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각계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통일부의 역할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자료사진) ⓒ사진 = 뉴시스


특히 장관 후보자인 김 교수는 ‘북한 체제 파괴’ ‘김정은 정권 타도’ 등 대북 강경 발언을 해 온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9.19군사합의’에 대해 “미국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미친중’ 정책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고 ‘4.27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민족공조론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극단적 남북 적대론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평화 통일 기반을 마련하고 남북 대화에 앞장서야 할 통일부 장관에 적합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평가는 비단 이 대표만의 것이 아니라 야권 전반의 인식이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같은 비판에 대한 답과 같다. 오히려 통일부의 역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한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화적 대북정책을 버리고 대결적, 파괴적 방향의 정책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대통령이 길을 터준 모양새다.

이같은 입장은 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관련 정책이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 ‘대결적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주문했는데, 대통령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행여 통일부를 제2의 국정원이나 대북선전부서로 만드려는 건가. 더 나아가 흡수통일이나 영토수복을 관장하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기울인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부정하고, 우리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어렵게 맺은 제도적 합의마저 되돌리려는 것으로 풀이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발전해온 역사가 있다”며 “현행 정부조직법상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걱정스러운 것은 외교, 안보에 이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같은 우리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을 정쟁의 소재로만 삼으려는 대통령의 태도”라면서 “지난 정부를 탓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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