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오염수 방류 방치는 위헌” 해녀·고래까지 4만명 헌법소원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08.16. ⓒ뉴시스

해녀와 어업 종사자와 각종 고래들이 함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만여 명의 청구인들과 각종 고래 개체를 대리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등의 부작위 및 불충분한 공권력 행사를 대상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지난달 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된 헌법소원 청구인 공개모집에 해녀, 어업인, 수산식품업자 등 어업 및 농업 관련 종사자, 일반시민 등 4만25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표 청구인은 제주도 해녀인 김은아 씨다. 김 씨는 “바다에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원상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방류가 1회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30년 넘게 방류될 오염수가 우리 인체에 영향을 없지 않을 거라고 해녀들은 얘기한다. 바다가 죽으면 우리가 죽는다”며 “국가가 나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도 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국민의 한 명으로서 우리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안전권을 찾고 싶어서 헌법소원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해와 후쿠시마 앞바다를 넘나드는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밍크고래 및 큰돌고래 54개체 등 오염수 해양 방류로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고래들도 ‘생태계 대표’로 청구인 명단에 포함됐다.

헌법소원 피청구인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자력위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으로,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각종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다.

민변 대리인단은 피청구인들에 대해 “헌법에서 유래한 작위(적극적 행위)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 안전권, 재산권, 근로의 권리, 직업의 자유, 알권리,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거나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외교적 조치를 하지 않았고,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전수조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국민들의 참여 보장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공권력의 불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로 봤다.

피청구인들이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공권력 행사가 오히려 청구인들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부분도 있다고 민변 대리인은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를 배포하는 등 일본 정부 측의 입장만 반영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소극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해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것이 대표적인 기본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 또한 원자력위원회가 진행한 과학기술적 검토보고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토보고서를 발표하거나 시찰단을 파견하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객관적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잘못된 정보 제공이라고 봤다.

민변 하주희 사무총장은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명에 (오염수 해양 방류 내용까지) 다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일본 정부는 한국의 승인 하에 하겠다는 입장이 강한 것 같다”며 “한국 정부가 이걸 허용한다는 입장이나 의사를 표명할 경우 그것은 또 하나의 위헌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별도의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민변은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변하길 바라고 있다.

민변은 “환경오염으로부터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미래세대의 존엄한 삶을 보호하는 문제로, 국가는 이에 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며 “이번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청구인들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헌법상 의무가 확인되고, 청구인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헌법소원 대리인단 단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당장 8월 말에 오염수 해양 투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헌법소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일본 정부는 최소한 30년 동안 오염수 해양 투기를 하겠다는 것이고, 녹아내린 핵연료는 인류가 꺼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염수 해양 투기는 사실상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반면 헌법재판은 기껏해야 5~6년이면 끝난다. 그때라도 만약에 헌법재판소가 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지 않은 것이나 방사능 전수조사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만약 정부의 부작위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정부는 바로 법령상의 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은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야 하고, 즉시 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은 단순히 상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전쟁에 나가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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