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여야 의원 295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찬성이 149표가 나와 가결 정족수인 148표를 넘겼다. 지난 2월 27일 부결된 체포동의안에 찬성 표결한 숫자가 139표였는데 이번에는 9표 더 많았다. 이 대표가 속한 민주당 의원들 중 최소 29명이 가결에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워달라'며 부결을 당부한 이 대표는 이번에 국회에서 벌어진 정치적 대결에서 패배했다. 검찰이 굳이 비회기를 넘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고,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동정론이 일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 대표를 불신하는 당내 의원들의 규모가 상당했던 셈이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 입장에선 바라던 것 이상의 승리를 거둔 게 됐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법무부와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 국회의 체포동의 의결서를 전달했다. 이 대표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겠지만 추석 전에 영장심사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 입장에선 이 대표를 반드시 구속시키라는 정권의 압력과 이를 반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아우성 사이에서 위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사건기록을 불과 몇 시간 동안 검토하면서 말이다. 사법을 이렇게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건 좋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애초에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해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었으면 충분할 일이었다.
더 큰 파도는 민주당으로 닥칠 듯하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다수는 부결에 투표했는데, 결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다수는 소수를 배신자로 몰고, 소수는 다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당이 혼란한 상황에 처하기 십상이다. 마침 무기명 투표여서 검증하기 어려운 흑색선전이 판을 칠 수도 있다. 정치적 패배에는 이처럼 곤혹스러운 상황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내년 총선이 독단과 무능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라는 점에서 이를 앞둔 야권의 최대 정당이 내홍을 겪는 건 매우 심각한 사태다. 이 대표가 구속되건 그렇지 않건 민주당의 분열은 봉합되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