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일자리는 산업의 문제로 논의 되어 왔다.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를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지역이 이제는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을 이야기하며, 이에 따른 새로운 산업정책, 일자리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고민이 각각의 도시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논의 되고 있을까.
이 이야기를, 저출산·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평균연령이 37.7세, 평균연령이 30대인 유일한 도시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를 배경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2012년 7월, 정부 주도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분권을 목표로 출범한 세종시는 지난 10년 동안 인구는 2.3배 증가하고, 도시 인프라도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행정중심도시로서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47개 중앙행정기관(소속기관 24개 포함)과 31개 공공기관(16개 국책연 포함)이 이전되었으며, 현재 여성가족부 등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 집무실 설립 등이 거론되며 행정수도 완성을 향한 특별법 개정 등이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다.
‘미래’에 방점이 찍혀 현재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일자리 대책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도시가 커지는 것은 거의 모든 자치단체장이 그리는 도시발전상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시대, 기후위기의 상황에 인구 증가와 성장을 목표로 하는 도시 비전은 비현실에 가깝다. 세종시의 경우 계획형 행정도시와 기존의 읍면지역 간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도심 지역의 상가 공실률이 60%에 달하는 등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성장의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 살고 있는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풍선처럼 계속 커질 것이라는 도시확장이 아니라, 현실에 두 발을 딛은 일자리, 교통, 환경, 복지, 교육 등이 포함된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이다.
2020년 기준 세종시의 지역 내 총생산은 12.7조 원으로 16개 시도 중 가장 낮다. 도시가 커졌지만, 공공행정 외에 새로운 일자리가 뚜렷하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세종시는 2021년 ‘2030 미래 먹거리산업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의 주요 내용은 5대 신성장산업으로 ▲스마트시티, ▲미래차 모빌리티, ▲바이오헬스, ▲실감형 콘텐츠, ▲스마트그린융합부품·소재 산업을 선정하고, 2030년까지 인구 80만 경제자족도시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핵심기업 50곳 육성, 관련기업 500곳 유치로 일자리 3만 개 창출을 목표로 3조 8,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려는 계획은 현재 조성 중인 산업단지(세종테크노밸리, 벤처밸리, 스마트그린, 세종복합, 세종전동 산업단지)와 세종스마트 국가산업단지와 연계하여 추진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고 있다는 지금의 나는 아직도 ‘스마트산업’이 멀게만 느껴지는데, 현재 세종시의 취업 현황 데이터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기준 세종시의 연령별 취업 현황을 보면 15세~29세, 30세~39세의 취업인구는 3천 명이 감소하였으며, 청년고용률 목표 대비 84.6%에 그쳤다. 반면 40대~49세, 50~59세, 60세 이상의 취업인구는 8천 명이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세종시 근로자 부족 인원은 1,110명, 부족률 2.3%이며, 이중 건설관련직이 7.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식품 가공 관련직 4.5%, 숙박 및 음식점업이 4.3%,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4.1%, 광업 3.6%의 순으로 근로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장, 스마트산업 등 세종시에서 미래 신산업으로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 비전이 ‘미래’에만 방점이 찍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먼 일자리 대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세종시의 일자리 계획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스마트’, ‘디지털’ ‘바이오’, ‘모빌리티’ 등 4차 산업을 중심으로 달라진 것을 제외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구호로 삼았던 ‘기업하기 좋은 도시 ○○시’와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도시의 성장과 고용 창출의 무게가 ‘기업’으로만 실리는 방식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공공과 기업이 창출하는 녹색일자리가 필요하다.
녹색일자리 창출에 지자체 역량 모아야
녹색일자리는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지역의 탄소중립 사회경제 이행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색일자리와 연계된 탄소 경감 정책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송·교통, 건물·환경, 에너지 전환, 산업부문의 계획의 연동과 실행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세종시는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지향하며 도시를 설계했지만,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이 8개 특·광역시 중 최하위에 해당하며, 이동 수단 중 자동차 수송 분담률이 가장 높다.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는 전국 최초 시내버스 무료화 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 시행을 목표로 타당성 용역, 계획 수립, 조례 개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종시의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이 복지정책과 교통정책을 넘어 녹색일자리로 연계되려면 운송기사의 노동권 확대와 인력확충, 버스 노선의 다양화, 배차간격 단축, 버스 연료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건물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 복지와 탄소배출 감축 차원에서도 중요하며, 지역의 녹색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세종시에서는 이미, 국토교통부와 세종시의 공공건축물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2002년 준공된 쌍류보건진료소 건물의 에너지 성능저하와 실내 환경문제를 태양광발전 설비와 환기장치 설치, 단열, 창호 등을 통해 지난 2021년 개선했다. 그 결과 기존 건축물 대비 67%(355.4→117.4kWh/m2y)의 에너지가 절감되었다. 사업의 시행을 모두 세종시 기업이 담당하였고 공사비 3억 2천만 원으로 3개월간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방식이 공공건축을 비롯하여 민간건축으로 확대된다면 녹색일자리 확산, 기후위기 대응과 주거복지 강화 정책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역의 노력을 통해 녹색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에서 소비하는 가장 많은 에너지원은 전력(41.4%)인데,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는 전의면 미래산업단지에 계획하는 200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수소발전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재의 기술로는 수소연료 발전을 위해 LNG에서 수소를 추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불안정한 국제정세에서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한국의 수급 안정성도 한계를 예상해야 하며, 비용적으로도 열에너지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LNG 연료를 연료전지로 변환하느라 오히려 발전원가가 높은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태양광을 중심으로 지역일자리와 연계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상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중심,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건물, 산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마법 같은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적극적인 행동으로 녹색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투입, 녹색일자리와 연계한 교육과정 개설, 새로운 녹색일자리 신설과 더불어 기존의 일자리의 녹색화가 시급하다.